[유동형의 한라시론] 인생 유효기간

[유동형의 한라시론] 인생 유효기간
  • 입력 : 2023. 02.23(목) 00:00
  • 김채현 기자 hakch@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한라일보] 식빵을 사면 유효기간이 있다. 식빵 뿐만 아니라 다른 식품들도 역시 유효기간이 존재한다. 이와 같이 우리네 인생도 유효기간이 있다. 제일 마지막 시간은 건강상의 이유로 실질적인 활동을 못하기 때문에 유효기간을 벗어난 기간이다.

주위 어르신들을 보면 요양원에서 마지막을 기다리는 시기를 보내는데 이 시간은 유효기간을 벗어난 기간처럼 보인다. 우리들 인생 유효기간은 본인이 원하는 활동을 마음껏 할 수 있는, 건강이 허락하는 나이이다.

얼마 전 정년퇴직을 하신 지인이 새로운 일을 시작하셨다. 교사로서 30년을 근무하시고 일을 찾아보시다가 프리랜서 형태의 일을 찾았다. 매일 매일 몸을 써야 하는 청소일이다. 일도 없이 빈둥 빈둥 노는 것보다 일의 양을 본인이 정할 수 있어서 이 일이 좋다고 했다. '건강하게, 즐겁게 일하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정년을 5년이나 10년 앞두고 있다면 유효기간에 일할 직업을 생각해야 한다. 아직 인생 유효기간이 남았기 때문이다. 돈을 벌어야 하는 생업이든, 돈 구애받지 않는 일이든 남아있는 시간에 할 일이 필요하다.

1년 전에 딸이 추천하는 유튜버가 있다고 해서 알게 된 분이 밀라논나다. 유명해지면서 책까지 출판하셨다. 이 분의 자서전인 책을 보면서 한 사람의 인생을 간단히나마 살펴볼 수 있었다.

1세대 패션업계 리더로서 현업에서, 교수로서 일을 하시다가 지금은 조용히 자기만의 시간을 갖고 계신 듯하다. 몇 가지 인상적인 내용이 있었다. 패션업계에 계시면서도 명품 옷을 즐기지 않고 본인 스타일 옷을 즐겨 입는다고 했다. "내가 패션디자이너인데 누구 옷을 좋아해. 내 스타일을 입는거지." 허황된 명성을 쫒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기 나름대로의 소신이 있어서 멋있어 보였다. 지금은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들을 소중하게 쓰기 위해서 철저한 자기관리도 하신다. 그렇게 만들어진 시간들로 남에게 도움을 주는 봉사에 큰 뜻을 두고 계신 듯하다. 장기기증 의사까지 밝히신 것을 보면 남은 시간들을 가장 의미 있게 쓰는데 올인하고 계신 듯하다.

대략 여자는 24세, 남자는 27세까지 공부를 하고, 다음 60~65세까지는 가장으로서 생업에 종사하는 시기이다. 이 이후가 오로지 자기가 마음껏 쓸 수 있는 시간이다.

얼마 전에 양평에 본격적인 목공작업을 하고 싶어서 자그마한 타이니하우스를 마련하신 분을 만났다. 강남에 집도 있고 어느 정도 경제적인 여유도 있지만, 마냥 골프를 치고 다니기에는 너무 무료하다고 했다. 집에 웬만한 가구들은 직접 만들 정도였다. 짜맞춤 가구를 만들 정도이니 어느 정도 수준은 되신 분이다. 본인의 남은 시간들을 목공 쪽으로 정하셨다고 했다.

우리들 중 많은 사람들은 마지막을 요양원에서 보낼듯하다. 요양원에 들어가기 전에 소중한 시간들을 의미있게 써보자.<유동형 진로·취업컨설팅 펀펀잡 대표>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5650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