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오전 물찻오름 탐방객들이 산정호수에서 자연환경해설사의 설명을 듣고 있다. 진선희기자
[한라일보] 1년에 딱 5일 동안만 허락된 곳이었다. 쉴 새 없이 이어지는 빗줄기 속에 겨우 한 사람이 지나갈 수 있는 거기 그 길을 탐방객들이 조심스럽게 올랐다. 그곳에 머물 수 있는 시간은 왕복 50분이었지만 오랜 기다림 끝의 만남이었기에 짧게 느끼지 않는 듯 했다.
지난 15일 오전 사려니숲길 안에 자리한 물찻오름. 제주도가 오름 훼손을 막고 식생 복원을 위해 시행 중인 자연휴식년제에 따라 올해로 15년째 외부에 개방하지 않고 있는 물찻오름이 사려니숲 에코 힐링 체험 행사를 맞아 1년 만에 다시 열렸다. 개막 전 사전 예약을 받아 이달 14일부터 18일까지 하루 6회(회당 최대 25명)에 한해 해설사의 안내 아래 탐방을 허용한 것이다.
이날 탐방객들은 예약 시간에 맞춰 사려니숲길 붉은오름 입구 기준으로 1시간 30분~2시간쯤 도보로 이동해 물찻오름 표지석이 있는 곳으로 하나둘 모여들었다. 비가 내리는 날이었지만 이때가 아니면 물찻오름 속 '비밀의 숲'을 마주하기 어려울 것으로 여겨서인지 '노쇼' 사례가 거의 없었다.
참가자들은 물찻오름 입구에서 스틱 사용 금지, 안전 문제 등 자연환경해설사가 당부하는 주의 사항을 들은 뒤 가파른 길을 따라 한 줄을 이뤄 오름 정상으로 향했다. 탐방객들은 물찻오름의 하이라이트인 산정호수에 도착하자 걸음을 멈추고 우거진 나무들 사이로 드러난 그 모습을 너나없이 휴대전화 카메라에 담았다.
물찻오름 표지석이 있는 오름 입구에서 탐방객들이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강완국 해설사는 "제주 360여 개 오름 중에 물이 고여 있는 오름이 몇 개 없다"면서 연중 물이 차 있는 등 오름 명칭이 유래한 사연을 풀어냈다. 강 해설사는 중간중간 오름에 자라는 산수국, 상산나무 등 식물들 이야기도 전했다.
궂은 날씨로 제주시 조천읍, 서귀포시 남원읍과 표선면에 걸쳐 있는 오름의 정상에서 펼쳐지는 한라산 등 주변의 장관을 두 눈에 넣지 못한 탐방객들은 다음을 기약하며 발길을 돌렸다. 부산에서 왔다는 최민영씨는 "미개방 지역이어서 다른 곳에서 볼 수 없었던 풍경을 기대하고 예약했다"며 "좀 더 천천히 시간을 갖고 탐방할 수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든다"고 했다.
오름에서 내려왔더니 또 다른 탐방객들이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물찻오름 입구에 있던 어느 해설사가 그들에게 이런 말을 했다. "물찻오름은 1년 내내 검푸른 물결이 일렁이는 영험한 곳입니다. 언제 또다시 출입이 가능할지 모릅니다. 자연이 허락한 오늘, 감사한 마음으로 오름에 올랐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