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시민의 책과 함께하는 책읽는 가족] (5)미술관을 빌려드립니다

[서귀포시민의 책과 함께하는 책읽는 가족] (5)미술관을 빌려드립니다
"꼼꼼하고 친절한 작품 이야기… 예술로 일상을 풍요롭게"
  • 입력 : 2023. 07.28(금) 00:00
  • 오소범 기자 sobo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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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슨트 경력 살린 미술관 여행기
루브르서 로댕미술관까지 안내
개인적 스토리에 시대 배경 함께
프랑스 미술사 한번에 돌아본 듯
창작물의 가치 높이는 후원자들
그들 덕분에 작가도 기록됐을 것


[한라일보] 현지에서 도슨트로 활동했던 저자가 프랑스의 루브르박물관, 오르세, 오랑주리, 로댕미술관의 작품을 친절하게 안내한다. 작품뿐만 아니라 예술가의 개인적인 스토리와 시대적 배경을 함께 설명하여 작품 감상의 깊이를 더할 수 있다. 저자가 안내하는 동선대로 미술관 여행을 떠나보면 어떨까.

<이창용 지음, 출판사 더블북>



▶대담=김은희 서귀포시민의책읽기위원

▷책읽는 가족=강민(아트제주 대표), 조서영(아트제주 총괄팀장) 모녀.



▶김은희(이하 김) : 책에 대한 전반적인 느낌은?

▷강민(이하 강) : 미술관 투어를 하는 분들에게 참 좋은 가이드가 될 것이다. 알고는 있었지만 세세하게는 몰랐던 작품 이야기를 편안하게 잘 풀어주는 책이다. 현대미술을 이해하기 전에 미술의 흐름을 알 수 있게 한다.

▷조서영(이하 조) : 고전보다는 현대미술에 관심이 있어 처음에는 그다지 끌리지 않았다. 하지만 읽다 보니 스토리 위주로 전개되어 아주 흥미가 있었고, 작품들을 통해서 프랑스 미술사를 한번 훑어본 느낌이었다.



▶김 :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강: 인상파 화가 모네가 '루앙 대성당 프로젝트'를 기획한 것이 참 대단하다고 느껴졌다. 루앙 대성당의 빛의 변화와 순간적인 찰나의 기억을 같은 시점에서 3년간 그려낸 28점의 작품을 직접 보고 싶어졌다. 현재 오르세 미술관에 5점이 있다고 하니, 파리를 방문할 때는 꼭 들러보고 싶다.

▷조: 밀레가 죽기 전 마지막에 그린 '봄'이라는 작품을 자신의 친구이자 존경했던 루소의 화풍으로 그렸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먼저 성공을 거둔 루소는 친구인 밀레를 조용히 뒤에서 도왔고, 밀레는 받은 것을 돌려주고 싶었지만 루소는 먼저 세상을 떠나버렸다. 그래서 밀레는 친구에 대한 감사와 존경의 마음으로 그의 유작인 '봄'을 완성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리고 우리가 인기 연예인을 스타라고 부르는 것이 발레공연의 수석무용수를 에뚜왈(스타)이라 했던 것에서 비롯됐다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김: 표지는 우리에게 익숙치 않은 바지유의 '가족모임'의 일부를 사용했다. 바지유는 자신이 화가이기도 하면서 화가를 돕는 후원자의 역할을 하기도 했다. 예술가에게 후원자의 역할이란?

▷강: 기본적으로 미술품을 컬렉션하는 분들은 모두 작가의 후원자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행위는 예술 자체를 응원하는 것이다. 아트페어를 처음 시작하게 된 것도 제주도에 예술작품을 즐길 수 있는 저변을 확대해보자는 동기가 있었다. 우리가 의식주만으로는 살 수가 없고 커피도 마셔야 하듯이 예술은 일상을 풍요롭게 하는 데 꼭 필요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조: 가치 있는 작품을 만드는 것은 온전히 작가의 영역이지만, 후원자는 그 가치가 높아질 수 있게 하고 오랫동안 지속될 수 있게 단단하게 붙잡아 주는 역할을 한다. 비단 그림뿐만 아니라 모든 예술 분야에서 후원자는 작가의 작품을 봐주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지지해 주고 구입에 이르기까지 꼭 필요한 존재이다. 이 책에도 많은 후원자들이 나오는데, 만일 후원자들이 없었다면 이런 작가들이 미술사에 기록되지 않았을 것이고 잊혀졌을 것이다.



▶김: 루벤스나 다비드는 왕정시대 통치자의 의뢰를 받고 작품을 제작한다. 그리고 사실과는 다른 내용을 담기도 한다. 그럼에도 작품은 사회상을 반영하게 된다. 그렇다면 요즘 작품의 트렌드는?

▷강: 과거의 미술은 역사지이며 하나의 매체라고 볼 수 있다.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서 미화되기도 하고 왜곡되기도 한다. 이것은 왕권이 강한 시대에 작가들의 일종의 생존전략이었다. 왕권의 몰락과 함께 인상주의로 넘어오면서 작가들도 자신만의 철학을 작품으로 표현하게 되고, 작품은 그대로 시대상을 반영하게 되었다. 현대미술에서는 예술가가 자신이 추구하는 대로 작품을 만들면서 고유한 세계관을 구축한다.



▶김: 이 책에 소개되는 미술관 중 방문한 적이 있는 곳은?

▷강: 사업차 파리를 여러 번 갔었는데 시간 관계상 루브르와 오르세미술관 2곳만 방문했었다. 30분 넘게 줄을 서고 기다려 입장한 루브르는 관람객들이 너무 많아 작품을 천천히 감상하기 어려웠고, '모나리자'도 생각했던 것보다 크기도 작고 바리케이트가 있어서 가까이서 볼 수도 없어 아쉬웠다. 사실 루브르를 제대로 감상하려면 이틀 정도는 필요하다. 파리에 사는 친구가 추천해 준 곳이 오르세였다. 10년 전쯤인데, 그 당시는 관람객이 거의 없어서 천천히 둘러볼 수 있어서 좋았다. 기차역을 개조해서 만들어서 천장이 굉장히 높아 인상적이었다.

▷조: 파리에서 인턴십과 어학연수를 하면서 1년 정도 머물렀었다. 그때 이 책에 소개된 미술관을 전부 가봤다. 공원에 산책을 가듯 미술관을 자주 방문했었다. 파리의 백야 축제 '뉘 블랑쉬(하얀 밤)'라는 1년에 1번 파리에 있는 모든 미술관을 밤늦게까지 무료로 오픈하는 축제가 있는데, 그때 하루종일 친구들과 함께 미술관들을 다니면서 즐겼던 일이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파리 시민들은 관광객들이 너무 많은 루브르보다 오히려 현대미술을 감상할 수 있는 퐁피두센터 같은 곳을 더 많이 찾는다. 그곳에 가면 파리 젊은이들이 미술관 앞마당에 자유롭게 누워서 이야기도 나누고 술도 마시는 장면을 볼 수 있다. 파리는 문화적 자본이 정말 풍부한 도시라고 생각한다.



▶김: 모녀가 같은 일을 하면서 느끼는 점은?

▷강: 나는 항상 글로벌 트렌드를 배우고 그것에 민감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코로나19와 AI 등장으로 인해 사회뿐만이 아니라 예술계의 트렌드도 굉장히 빨리 바뀌었다. 급변하는 사회 속에서 나 자신에 대한 존재 위기감을 느끼기도 했다. 30대가 된 딸은 이 사회의 트렌드를 이끄는 세대가 되었고 나는 기성세대의 보수성을 지닌 사람이라는 것을 느꼈다. 이제는 내가 뒤에서 서포트를 해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을 할 때도 지시하는 스타일에서 의논하는 관계로 변했다. 배울 점도 많고 든든한 파트너로서 항상 힘이 된다.

▷조: 가족 회사에서 사회생활을 처음 시작한 거라 일반 회사 시스템을 잘 몰랐고 비교 대상도 없었다. 입사 초기에는 일과 사생활을 구분하지 않아 그만큼 일에 굉장히 몰두할 수 있었고, 일에 대한 이야기도 제한 없이 많이 나눌 수 있어서 좋았다. 요즘은 독립해서 일과 사생활을 분리시키려고 한다. 같이 일한 지 7년이 되었는데, 무엇보다 엄마와 같이 시간을 많이 보낼 수 있어서 좋고, 엄마와 이런 관계를 가지게 된 것에 감사하다.



▶김: 마지막으로 가족끼리 같은 책을 읽고 이야기 나누면서 느낀 점은?

▷강: 서로가 생각이 다른데 결국 그 생각이 모아진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야기를 나누면서 미처 내가 생각하지 못하는 부분까지 확장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 같은 책을 읽는 것은 세대 간의 차이를 좁힐 수 있는 통로가 된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림이나 영화 등도 마찬가지다. 가족처럼 가까운 사이일수록 서로 잘 알고 있다고 오해하기 쉽다. 책은 엄마를 엄마이기 전에 한 사람으로 존중하게 하고, 사람 대 사람으로 마주 보게 한다.

<정리=서귀포시민의책읽기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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