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현성 이설 600주년/ 과거와 미래를 잇다] (9)성읍,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재도전

[정의현성 이설 600주년/ 과거와 미래를 잇다] (9)성읍,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재도전
읍성도시 협의회 연계 노력… 문화재청 잠정목록 등록 전략 필요
  • 입력 : 2023. 10.10(화) 00:00
  • 백금탁 기자 haru@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600년 전통·현성 ‘공통분모’ 지자체 공동 대응을
"주민 중심 제대로 된 가옥·마을 정비 선결 과제"
지속가능한 성읍마을발전 위한 제3차 계획 중요

[한라일보] 600년의 유구한 역사를 간직한 정의현성을 품은 성읍민속마을이 내년이면 국가문화재(1984년 6월 12일, 중요민속자료 제188호)로 지정된 지 40주년을 맞는다. 이와 유사한 역사를 가진 안동 하회마을과 경주 양동마을이 2010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자, 성읍민속마을도 2013년 세계문화유산 지정을 위해 제2차 종합정비계획(2013~22년)을 수립해 추진했다. 다만 목표 달성에는 실패하며 지난 10년을 보냈다. 이에 지난해 성읍민속마을은 올해 정의현성 이설 600년을 앞둬 세계문화유산 등재 재도전에 시동을 걸었다. 이를 위한 사전 단계로 문화재청 잠정목록부터 등록하는 구체적이고 차별화된 추진 전략 마련이 시급하다.

600년 전통을 자랑하는 조선시대 지어진 읍성과 독특한 지역의 전통문화가 깃든 국내 읍성도시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위한 공동 대응이 시작됐다. 유산 등재에 재도전장을 내민 성읍민속마을도 앞으로 이들 읍성도시들과의 연대 강화를 통한 경쟁력 확보가 필요하다. 사진은 성읍민속마을의 현감행차 재현행사. 백금탁기자



▶'한국 읍성도시 협의회' 구성의 의미=전국의 마을 전체를 민속마을로 지정한 곳은 성읍민속마을을 포함해 8곳이다. 그중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곳은 안동 하회마을과 경주 양동마을이다. 이를 포함해 성주 한개마을, 영주 무섬마을, 영덕 괴시마을 등 5곳은 모두 경북에 위치한다. 그만큼 전통문화와 유적 등이 운집해 있어 세계문화유산 등재의 중요한 자격 요건을 갖추기에 충분하다.

600년 이상의 유구한 역사를 지닌 우리나라의 전형적인 양반촌인 하회마을과 양동마을은 세계문화유산인 데다 주민들이 상시 거주하는 경우로 세계적으로도 극히 드문 사례들이다. 그만큼 전통과 문화, 주거 공간 등 마을의 형태와 보존 상태를 완전하게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높은 가치를 지닌 곳이다.

앞서 지난 7~8회차 기획기사를 통해 다뤘던 전남 순천시와 충남 서산시도 성읍민속마을처럼 성읍을 중심으로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준비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2월 이들 순천시, 서산시와 전북 고창군, 경남 진주시가 '한국의 읍성'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공동 등재를 추진하는 행보를 시작했다. 낙안읍성(사적 제302호), 해미읍성(사적 제116호), 고창읍성(사적 제145호)·무장읍성(사적 제346호, 이상 고창군), 진주성(사적 제118호, 진주시)과 함께 전국 읍성도시의 추가 참여를 유도, 올해 하반기 '한국의 읍성도시 협의회' 구성을 목표로 규약 제정 및 지방의회 의결 등 사전 준비에 나섰다. 지자체 단독으로 세계문화유산에 등재하는 것보다는 대응방안, 비전 제시 등 공감대를 형성해 공동 대응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판단에서다.

낙안읍성은 성곽을 비롯해 판소리 및 가야금병창 명인 생가 보유 등 유·무형의 자원이 잘 보존돼 2011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잠정등록에 등재된 상태다. 서산시는 해미읍성 외에도 국보 제84호인 서산 마애여래삼존상의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함께 추진 중이다.

전국에 현존하는 읍성은 98곳이다. 이 중에 국가사적지로 지정된 곳은 이들 읍성을 포함해 16곳이다.

순천 낙안읍성

서산 해미읍성



▶"제3차 종합정비계획 내실을 다져야"=제주특별자치도는 2012년 성읍민속마을 공동체와 역사·문화환경 보존을 위해 제2차 종합정비계획을 수립했으나 투자계획 대비 실적은 미흡했다.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간 604억8600만원을 투자할 계획이었지만 가옥·성곽 정비, 토지 매입, 관아시설 복원, 기반시설 조성 등에 예산의 절반 수준(356억원)만 투자됐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원형 보존만을 강요한 행정 규제의 '부작용'으로 빈집만 늘며 사실상 마을 절반가량의 초가동이 불법건축물로 전락했다. 집을 팔고 떠난 주민들은 마을 인근 하천 공터에서 수십 년째 컨테이너 생활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로 인해 주민 불만이 높아지는 데다, 불법건축물 양산에 따른 문제 해결은 마을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잠재목록 등재를 위한 해묵은 숙제로 남았다.

이처럼 그동안 이뤄진 제2차 종합정비계획은 기존 건물 관리에만 치중했을 뿐, 세계문화유산 등재에 대한 지역 고유의 독특한 건축·환경·문화적 접근과는 다소 거리감이 있었다.

이에 행정의 문화재 정책 방향 전환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체계적인 정비 부족을 인정하고 향후 등재를 위한 문화유산적 가치를 제고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는 것이 학계의 주문이다.

2024년은 국가·제주특별자치도 지정문화재 15건을 품은 성읍민속마을이 국가문화재로 지정된 지 40주년을 맞는 뜻깊은 해다. 올해 정의현성 이설 600주년을 맞아 각종 축제와 세미나 등을 통해 새로운 원동력을 얻은 만큼 현재 진행 중인 제3차 성읍민속마을 종합정비계획(2023~2032)의 구체화·차별화 전략 마련은 앞으로 마을발전의 성패를 가르는 중요한 변수다.



▶성읍민속마을은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성읍민속마을이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이번 제3차 종합정비계획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2차 종합정비에서 제주도가 국비 확보의 어려움과 지가 상승 등으로 토지 매입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사업 전체적으로 난항을 겪었다. 특히 마을 내 44가옥(109동)을 매입했음에도 구체적인 활용 방안도 마련하지 못한 점은 행정의 전적인 책임이다.

이에 제주도는 매입 가옥의 효율적 관리를 위해 민간위탁 등을 포함해 활용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아울러 지자체 차원에서의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위한 도내·외 학계는 물론 전국의 읍성도시와의 연대 방안 마련이 요구된다.

이와 함께 성읍민속마을 주민들은 현재 관리 주체인 제주도 세계유산본부가 아닌 관련 업무를 서귀포시로 이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를 통해 서귀포시가 읍성도시 협의회에 동참해 세계문화유산 등재에 공동 노력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주민 중심의 제대로 된 마을 정비가 없는 한 세계문화유산 등재는 '언감생심'이다. 주민생활 여건 개선이 선결된 가운데 지역의 독특한 역사와 문화가 함께 살아 숨 쉴 수 있어야 경쟁력을 얻을 수 있다.

문화재청의 태도 변화와 향후 규제 완화 대상에서 제외된 건물들 간의 지원에 따른 형평성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여기에 제주도의회의 관심도 보태져야 한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2651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