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진짜와 가짜 사이, 진실과 거짓 사이, 응원과 비난 사이 그리고 나와 너 사이. 우리는 혼돈의 세상 속에 살고 있다. 촌철살인의 살인, 시대의 징후가 만연하다. 장강명 작가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안국진 감독의 영화 '댓글부대'는 이러한 요즘 세상의 그런 생활을 시의적절하게 담고 있는 영화다. 가짜 뉴스가 차고 넘치는 세상에서 진실을 찾아 발로 뛰며 그것을 글로 남기는 직업을 가진 기자 임상진이 영화 '댓글부대'의 주인공이다.
직업 기자인 그는 제보를 받고 취재를 한 뒤 기사를 쓰지만 그의 노력은 허무한 결과로 남는다. 그가 애써 파헤친 진실이 세상에 나오자마자 묻히기 때문이다. 세상에는 위대한 진실만큼 거대한 거짓이 도사리고 있어서다. 그리고 거짓은 몸체의 위용과는 다르게 훨씬 기민하다. 진짜와 가짜 사이, 특종과 오보 사이 그리고 그리고 의심과 확신 사이에서 갈피를 잡는 일은 누구에게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또한 어떤 이들은 가짜로 진짜를 뒤엎는 일로 돈을 벌고 직업을 대신한다. 기자가 발로 뛰며 세상의 구석구석을 취재하는 이라면 '댓글부대'라 칭할 수 있는 이들은 방구석의 전사들이다. 손가락으로 자판을 두드려 전쟁을 만들어 내는 일이 어렵지 않은 시대에 그들이 틀어박힌 채 만들어내는 여론 조작의 전쟁은 아찔하다. 잡음을 만들어내고 데시벨을 높이는 일에 익숙한, 웅성이는 소음들을 강력한 후크 송으로 만드는 빠른 손가락, 매섭고 퀭한 눈빛을 지닌 전문가의 집단이 어딘가에 존재한다.
'댓글부대'는 현실적인 사회 고발물인 동시에 홀로 기계와 접촉해 있는 이들의 등골을 서늘하게 만드는 공포 영화다. 가십의 바다를 출렁이는 파도를 위태롭게 타는 고약한 즐거움은 현대인들의 길티 플레져와도 같다. 나를 숨긴 채 이빨을 드러내는 일에 어느덧 익숙해진 많은 이들이 쉽게 으르렁대고 어렵게 사과하는 시대. 타인의 흠집을 기어코 크게 만들고 나의 아집은 쉽사리 셀프 용인하는 시대. '댓글부대'는 이 시대의 조각들을 촘촘히 배열해 정교한 아수라장의 풍광을 담아낸다.
그러나 정작 영화는 관객들에게 흔쾌하게 끄덕일 결말까지를 제공하지는 않는다. 이 괴이한 전쟁에는 진짜 선도, 가짜 악도 없으며 아군과 적군이 명확하지 않은 채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 속에서 기자 임상진은 이렇게 말한다. '기사는 끝나지 않는 연재소설'이라고. 아마도 세상의 매일이 끊임없이 꼬리를 물고 있어서 하나의 완결된 기사로도 온전한 진실을 담아낼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은 하나지만 진실은 여러 개라는 말을 여러 번 떠올리게 만드는 작품이 '댓글부대'다. 사명감으로 마주한 진실이, 대의로 획득한 진심이 누군가에게 번쩍이는 황홀함은 아닌 시대라지만 결국은 흐린 눈을 여러 번 깜빡여 나의 초점을 맞추는 일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대가 아닐까 싶다. <진명현 독립영화 스튜디오 무브먼트 대표(전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