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에 두세 번은 여행 삼아 제주에 왔었다는 최영열 씨. 그는 제주시 한경면에 쉼과 즐거움을 담은 특별한 공간을 꾸몄다.
[한라일보] 이쯤에서 멈추기로 했다. 8년간 만들고 키워온 스타트업을 더 이상 성장시키기 어렵다는 판단이 섰던 때였다. 새해를 열흘 남겨둔 2022년 12월말 그렇게 인도네시아 발리로 떠났다. 지친 몸을 쉬러 간 곳이었지만 그는 또 다른 숙제를 안고 돌아왔다. 올해 5월 제주에 문을 연 '베이비리프 캠프'(Babyreef Camp) 최영열(46) 대표의 이야기다.
"발리에 있는 열흘은 정말 즐거웠어요. 새벽에 일어나 서핑을 하고 맛있는 것도 먹고, 제가 좋아하는 운동인 크로스핏도 했죠. 밤에는 비치클럽에서 사람들과 어울리고 했는데, 그 시간이 너무 좋았어요. 그래서 서울에 돌아오면서 '다음에 또 와야지' 하다가 '아니다. 내가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거죠."
회사를 차리기 전엔 기업 '컨설턴트'로도 오래 일했던 그였다. 하지만 사업 계획 없이 일을 벌였다. 그 장소가 제주였던 건 "원래 좋아하던 곳"이었기 때문이다. 한 해에 두세 번은 여행 삼아 제주에 왔었다는 그에겐 완전히 내려올 명분이 됐다.
가장 먼저 공간부터 찾아야 했다. 얼추 한 달을 직접 차를 몰아 제주 곳곳을 누볐다. 그렇게 닿은 게 제주시 한경면이었다. 이미 지어진 건물이 있고 잔디밭에 곶자왈까지 품은 "특별한 공간"에 그는 첫 '베이스캠프'를 꾸리고, '베이비리프 캠프'라는 이름을 붙였다. 발리의 서핑 포인트인 베이비리프에서 그가 경험했던 쉼과 즐거움을 담고 싶다는 상상의 실현이었다.
'캠프'라는 단어가 캠핑장을 떠올리게 하지만 한 단어로 정의할 수 없는 공간이다. 그는 "사업자 등록 관점에서 캠핑장인지, 카페인지, 음식점인지를 물으면 '다 맞다'고 한다"며 시원스레 웃었다. 하지만 그가 제일 강조하는 소개말에는 자연에서의 '건강'과 '연결', 두 개의 주제가 놓인다. 그가 운동을 통해 몸과 마음의 건강을 되찾고, 여행으로 수많은 사람과 이어지며 즐거움을 만끽한 것처럼, 베이비리프 캠프를 통해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는 마음이 담겼다.
최영열 대표가 이끄는 베이비리프캠프는 여행자뿐만 아니라 지역주민 등을 한 데 모이게 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7~9일 베이비리프캠프에서 열린 음악축제 '풍파음 2024'.
그의 뜻처럼 베이비리프 캠프는 잘 먹고 잘 자는, 휴식을 제공하는 기능을 넘어 여행자, 지역주민을 한 데 모이게 하고 있다. 마을에 있는 공방과 함께 로컬 체험이 가능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하고, 최근에는 제주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함께하는 음악축제 '풍파음'을 열기도 했다.
그는 "유명 관광지를 벗어나 시골에서 머물며 취미, 취향 등에 맞는 여행을 추구하는 게 트렌드가 되고 있다"며 "제주 안에서 다양한 액티비티와 지역문화를 체험하며 많은 사람과 연결되는 경험은 여행의 즐거움을 확 달라지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제주 전역으로 여행의 즐거움을 넓히기 위한 계획도 꺼내놨다. 2026년까지 3년 내에 제주 동서남북에 모두 4곳에 베이스캠프를 두고 셔틀버스를 운영한다는 구상이다. 여기에 멈추지 않고 제주 밖으로 뻗어나가는 꿈도 품고 있다.
"저희가 말하는 건강과 연결은 사람이 먹고 자는 것처럼 굉장히 중요한 이야기입니다. 결국엔 근본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런 비즈니스로 '글로벌 유니콘'이 되겠다는 목표가 있어요. 제주에서 시작한 로컬 크리에이터에서 국내, 아시아까지 뻗어 가고 싶습니다. 물론 시간이 걸리겠지만 말로만 하는 게 아니라 진짜 된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베이비리프캠프에서 진행됐던 제로웨이스트 캠핑. 사진=베이비리프캠프
■기사제보 ▷카카오톡 : '한라일보' 또는 '한라일보 뉴스'를 검색해 채널 추가
▷전화 : 064-750-2200 ▷문자 : 010-3337-2531 ▷이메일 : hl@ihalla.com
▶한라일보 다음채널홈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