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2024 제주 글로벌 미래항공 우주 컨페스타'에서 만난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주) 김수환 이사.
[한라일보] "국내에서 우주발사체를 발사하는 첫 민간 우주기업을 꿈꾸고 있습니다. 제주에서 이를 실현하려고 합니다." 지난 8일 제주시 라마다프라자 제주호텔에서 열린 '2024 제주 글로벌 미래항공 우주 컨페스타'에서 만난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주) 김수환 이사가 이같이 말했다.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이하 페리지)는 2018년 7월 설립된 민간 우주분야 스타트업이다. 소형 우주발사체 개발과 발사서비스 제공을 목적으로 신동윤 대표와 카이스트(KAIST·한국과학기술원) 출신의 연구진이 모여 만든 기업이다. '한국판 스페이스X'를 꿈꾸는 국내 민간 우주기업 중 하나이기도 하다.
전 세계적으로 국가에서 민간이 우주개발을 주도하는 '뉴 스페이스' 시대가 열리면서 특정 목적을 가진 소형위성 발사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발사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 한정돼 있어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배경에서 소형 발사체 사업의 시장성과 잠재력을 본 페리지는 상업화를 위한 우주 발사체 기술 개발에 도전하고 있다. "'뉴 스페이스' 시대의 도래로 우주환경을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 이야기가 너무 다양하고 무궁무진합니다. 그 중에서도 저희는 소형 인공위성을 위한 가장 효율적이고 경제적인 우주발사체를 개발하고 상용화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김 이사가 덧붙여 설명했다.
ADEX 2023에 전시된 페리지의 소형 우주발사체 '블루 웨일 1'.
l "국내 해상 발사 가능성" 제주서 시험
페리지가 개발 중인 길이 21m의 '블루 웨일1(BW-1)'은 액체 메탄 연료를 기반으로 하고, 최대 질량 200㎏의 탑재체를 지구 저궤도인 고도 500㎞까지 수송할 수 있는 2단 소형 우주발사체다. 페리지가 보유한 3t급 액체메탄 엔진 기술은 올해 9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국가전략기술로 인정받기도 했다. 김 이사는 "액체 메탄 엔진은 높은 추력과 재사용에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며 "앞으로 재사용 우주발사체 개발도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페리지는 대전 본사(R&D센터)에서 우주발사체 기술을 연구개발하고, 지난해 11월 충북 옥천군에 준공된 생산기지(로켓개발컴플렉스·RDC)에서는 발사체 제작을 하고 있다. 지사를 둔 제주에는 발사센터를 조성해 발사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김 이사는 "국내 발사 실현을 위해 최적지를 찾던 중 제주에서 해상 발사의 가능성을 발견해 시험발사를 추진하고 있다"며 "제주는 사면이 바다로 뚫려있고 항공교통로가 많이 겹치지 않아 비행경로가 나오는 등 내륙에 비해 안전하고 유리한 조건을 가지고 있는 지역으로 판단했다"고 했다.
이에 페리지는 지난해 5월 제주특별자치도와 업무협약을 맺어 국내 첫 민간 해상발사장을 제주에서 건설·운영하기로 하고, 바지선 형태의 해상 발사 플랫폼을 자체 개발했다. 제주 해상에 이를 띄워 '블루 웨일1'의 상단부를 개량한 준궤도 발사체 '블루 웨일 0.4' 시험발사를 준비하고 있다. 준궤도 발사체는 우주의 경계 영역인 100㎞ 이하 높이까지 올라갔다가 다시 떨어지도록 제작됐다. 하지만 이달 예정됐던 준궤도 시험발사는 최종 준비 단계에서 보완사항이 발견돼 내년 1분기로 연기됐다. 페리지는 "해상발사 운용 능력과 기상여건 등 해상에서의 다양한 변수를 대처할 수 있는 기술적 자산을 확보하고 있는 과정"이라며 "계획대로 진행되지 못해 아쉽지만 이를 바탕으로 신뢰도 높고 안전한 시험발사를 재추진하겠다"고 전했다.
제주 해상에 띄운 바지선 형태의 해상 발사 플랫폼.
해상 발사 플랫폼.
ㅣ하원캠퍼스 입주 계획… 본사 이전 검토
페리지는 2022년부터 현재까지 과기부가 추진하는 '소형발사체 개발역량 지원사업'에 선정돼 개발을 이어가고 있으며, 현재까지 약 710억원(시리즈C 브릿지)의 누적 투자를 받았다. 제주도의 상장기업 육성 지원사업 참여기업인 페리지는 지난 6월 제주도 예산 60억원(2022~2024년)이 투입된 지역혁신 벤처펀드의 투자처로 선정되기도 했다.
페리지는 준궤도 시험발사가 성공하면 내년에는 '블루 웨이1' 시험발사를 진행하고, 이후 상업 발사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시험발사가 이뤄지면 이르면 내년 기업상장에 도전한다는 방침이다. 정부 기회발전특구로 지정된 제주 하원테크노캠퍼스에도 입주할 계획이며, 본사 이전도 검토하고 있다.
김 이사는 "발사가 성공적으로 됐다라고 하는 것은 우리가 원하는 어떤 우주의 공간까지 갈 수 있는 능력을 확보했다는 의미"라며 "상장을 꾸준히 준비해왔고 시험만 이뤄지면 바로 절차에 따라 진행할 예정"고 말했다.
그는 "시험발사는 법적규제 문제 등 행정 지원이 필요한 부분이 많은 영역"이라며 "2021년 제주시 한경면 용수리 해안가에서 국내 최초 민간 과학로켓 '블루 웨일 0.1'을 시험 발사했을 때도 제주도가 주민동의, 교통통제 등 여러 절차들을 지원해줬다. 제주도와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하면서 현재까지도 인허가, 투자 등 많은 부분에서 도움을 받고 있다"고 했다. 이어 "제주도와 주민들의 도움에 보답하기 위해 고향인 제주가 우주산업 전문 지역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역할을 다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이 기사는 한라일보와 제주특별자치도 공동 기획으로 작성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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