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특별자치도의회는 지난 4일부터 24일까지 '제432회 임시회'를 열고 2024년도 행정사무감사를 비롯해 조례안, 동의안 등 안건 심사를 진행했다. 사진은 제주도의회가 지난 24일 임시회 2차 본회의에서 의안을 처리하고 있다. 제주도의회 제공
[한라일보] 제12대 제주특별자치도의회가 '민생의회'를 내걸고 후반기 의정 활동을 이어 가고 있다. 같이 반환점을 돈 오영훈 제주도정과 김광수 교육행정도 남은 2년간 추진력을 더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공약과 정책 실현성, 진행 상황 등에 대한 점검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지난 4일부터 24일까지 이어진 제주도의회 '제432회 임시회'는 이를 진단하는 자리였다. '의정 활동의 꽃'이라는 행정사무감사가 이 기간에 진행되며 제주도 본청과 산하 기관, 행정시, 교육청 등의 업무 전반이 점검됐다. 주요 쟁점과 성과 등을 살펴본다.
l 행정체제 개편·민생경제 위기 쟁점
주요 쟁점 중 하나는 단연 '제주형 행정체제 개편'이었다. 제주자치도가 도지사 공약으로 2026년 7월 3개 기초자치단체(동제주시·서제주시·서귀포시) 출범을 향하는 가운데 현 상황에 대한 점검이 이뤄졌다.
소관 상임위원회인 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위원장 박호형, 더불어민주당·제주시 일도2동)는 제주도와 의회가 행정안전부에 건의한 '연내 주민투표' 불발 시의 대책을 질의하며 '플랜B'(후속책) 마련을 촉구했다. 특히 행정체제 개편 장점 나열식의 홍보가 도민 이해를 돕는 데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며 향후 주민투표를 대비해 장단점을 제대로 알려야 한다는 필요성도 제기했다. 도의회 의회운영위원회(위원장 임정은, 더불어민주당·서귀포시 대천·중문·예래동)는 의회 내부에 '행정체제개편 대응단'이 꾸려졌지만 관련 대응이 보이지 않는다며 의회 차원의 준비를 강조하고 나섰다.
도의회 문화관광체육위원회가 임시회 기간에 상임위원회 회의를 열고 있다.
도의회가 역점을 두는 '민생경제'도 올해 행정사무감사를 관통한 또 다른 화두였다. 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위원장 정민구, 더불어민주당·제주시 삼도1·2동)는 도내 건설 경기 위축에 건설업체 폐업이 급증하고 있다며 도내 관급·민간 공사의 공동도급, 하도급 비율을 관리할 것을 주문했다. 차량 증가를 억제하기 위해 도입됐지만 경제적 부담을 지운다는 지적을 받는 '차고지 증명제'에 대해선 개선 방향을 제시하기도 했다.
기후 변화 등으로 위기에 처한 1차 산업을 살리기 위한 제주도 차원의 대응책도 요구됐다. 도의회 농수축경제위원회(위원장 양영식, 더불어민주당·제주시 연동갑)는 고수온으로 인한 수산 자원 감소로 올해 도내 위판액이 급감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어선어업 위기 극복을 위한 종합적인 대책을 촉구했다. 이와 함께 소비 위축에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을 위한 지원 계획에 실효성을 더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냈다.
l 제주 미래 가치·복지 안전망 제언도
제주의 미래 가치를 지키기 위한 정책적 제언도 이어졌다. 도의회 문화관광체육위원회(위원장 고태민, 국민의힘·제주시 애월읍갑)는 제주시 애월읍 중산간 일대에 추진되는 '애월포레스트 관광단지 조성사업'과 관련해 대규모 개발 사업 인허가 전에 행정의 역할이 사실상 부재하다며 철저한 검증을 촉구했다. 제주도가 이미 8년 전에 개발 사업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관련 제도(대규모 관광단지 조성사업 체크리스트)를 마련해 놓고도 실제로는 적용하지 않는 문제도 지적했다.
아동부터 노인까지 도민을 위한 복지 안전망도 점검됐다. 도의회 보건복지안전위원회(위원장 현길호, 더불어민주당·제주시 조천읍)는 도내 아동돌봄기관의 운영비 차이, 중증장애인 상해보험 가입 차별, 사회복지공무원 트라우마 대처 매뉴얼 부재 등을 지적하며 집행부의 개선 의지를 이끌어 냈다. 안정적인 학교 현장에 대한 대비도 강조됐다. 도의회 교육위원회(위원장 오승식, 교육의원·서귀포시 동부)는 현재 계획돼 있는 학교, 교육기관 신설로 앞으로 2년간 도교육청의 예산 부족분이 3000억원에 달할 거라며 철저한 재정 진단과 재원 조달을 주문했다.
l 들불축제 갈등 조정… 의원 발의 조례 잇따라 통과
이번 임시회에선 조례안, 동의안 등 안건 심사도 분주했다. 회기 마지막 날인 지난 24일 열린 제432회 임시회 2차 본회의에서 처리된 의안만 해도 146건에 달한다. 행정사무감사 결과보고서 채택의 건을 제외하고 145건이 상임위 심사를 거쳐 올라온 조례안(21건), 동의안(123건), 결의안(1건)이었다.
임시회 2차 본회의에서 폐회사를 하는 이상봉 의장.
통과된 조례 중에는 주민청구조례인 '제주도 정월대보름 들불축제 지원에 관한 조례'도 있다. 사실상 폐지가 예고된 들불축제의 상징인 '오름 불놓기'를 살리기 위해 지역주민이 직접 조례 제정에 나섰다는 점에서 주목됐지만, 이를 반대하는 쪽에선 산불 위험, 탄소 배출 등의 우려를 제기했다. 이에 도의회 문화관광위는 당초 조례를 일부 수정하며 '절충안'을 내놓는 결정을 했다. '목초지 불놓기'를 들불축제의 한 콘텐츠로 두면서도 이를 지자체장이 판단할 수 있도록 해 집행부에 공을 넘겼다.
현지홍 의원(더불어민주당·비례대표)이 대표 발의한 '제주도 한의약 육성 및 지원에 관한 조례'와 '제주도 자율관리어업 공동체 육성 및 지원에 관한 조례'(대표 발의 이정엽 의원, 국민의힘·서귀포시 대륜동), '제주도 해녀학교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양홍식 의원, 더불어민주당·비례대표), '제주도교육청 모듈러교실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안'(강동우 의원, 교육의원·제주시 동부) '제주도교육청 학생기자단 운영 및 지원 조례안'(강충룡 의원, 국민의힘·서귀포시 송산·효돈·영천동) 등도 본회의를 넘어 공포를 앞두고 있다.
후반기 의회를 이끄는 이상봉 의장은 이번 행정사무감사의 지적 사항과 정책적 제언이 도민 삶의 향상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의장은 지난 24일 임시회 폐회사를 통해 "도민들이 기대하는 변화와 발전을 이루기 위해선 깊은 고민과 성찰,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며 "행정사무감사의 논의들이 민생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돼 정책 수립과 집행 과정에서 구체적인 성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제주특별자치도의회와 공동 기획으로 작성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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