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경찰제와 지방분권을 주창하는 노무현 대통령의 취임과 함께 제주경찰의 묵은 3대 현안이 급부상하고 있다. 전국 14개 시·도경찰청장 가운데 가장 낮은 직급, 열악한 치안인력 확보 실태, 제주지역 특성에 맞는 경찰 조직의 개편 등이 어느 정도 해결될 수 있을지에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제주청장의 직급 상향은 제주도내 언론에서 인사철마다 등장하는 단골메뉴다. 지금까지 15명의 청장중에서 다른 보직으로 승진하거나 전보된 경우는 서성근 최기호 안병욱씨 등 3차례 뿐이어서 ‘옷 벗는 자리’라는 우스겟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특히 같은 사정기관인 제주지검의 검사장이나 검사를 거친 사람들이 승진 또는 영전 등으로 맹활약을 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처럼 제주청장 자리가 ‘종착역’으로 전락한 것은 치안감으로 승진하지 못한 고참 경무관이 특별 배려차원에서 발령을 받기 때문이다. 매년 정년 1∼2년을 남겨두고 ‘청장님’ 소리 한번 들어보고 영예롭게(?) 경찰생활을 마무리하라는 격려 아니 격려인 것이다. 최근들어 유봉안 청장과 염국현 청장도 나름대로 제주지역에 맞는 다양한 특수시책을 펼치며 승진을 위해 노력했지만 결과는 좋지 못하다.
하지만 지난 2월 노무현 대통령의 제주 방문시 우근민 제주도지사의 건의와 함께 노대통령의 긍정적인 답변으로 직급 상향에 대한 분위기가 전환된 것만은 틀림없다. 정권차원에서 ‘제주를 1%의 섬이 아니라 지방분권의 특별도’로 생각할 경우 조만간 적어도 다른 시·도와 같은 대우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제주국제자유도시 추진에 맞춰 점점 커져가는 제주경찰의 역할과 전국 유일의 경찰 해안경계 작전지역이라는 특수성을 감안, 제주청장 자리를 현재의 경무관에서 치안감으로 승격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제주청장의 직급 상향, 자치경찰제 실시와 맞물려 해결이 기대되는 또 하나의 제주경찰의 현안이 서부경찰서 신설이다. 제주지방경찰청은 서부경찰서의 필요성을 6가지 정도로 정리하고 있다. 첫째 신제주 신시가지 인구 팽창(6만여명)과 제주공항 및 제주항을 통한 국·내외 관광객 5백만명 내도로 치안수요의 과중을 우선 지적하고 있다.
특히 평화의 섬과 국제자유도시 추진에 따른 치안수요 증가, 자치경찰제 추진에 대비한 치안역량 강화가 필요한 시점이고 게다가 치안여건이 비슷한 울산지방청과 비교해도 경찰서 수가 절대 부족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제주경찰청은 지난해부터 제주시내 서사로 남·북도로를 기점으로 남문 중앙 신산 등 동부 13개파출소는 제주경찰서가, 삼담 오라 서문 연동 노형 등 서부 10개 파출소는 서부경찰서가 담당하는 것으로 신설안을 마련하고 본청에 건의한 상태다. 이렇게 될 경우 제주서 인구는 39만명에서 19만6천여명(경찰관 1인당 5백72명)으로 줄게 되며 서부서는 19만3천여명(경찰관 1인당 6백35명)을 맡아 범죄나 교통사고 112신고 등을 처리하게 된다.
제주경찰청은 소방서의 경우 ‘서부소방서’의 신설을 예로 들면서 적극 도민 여론 형성을 유도하고 있어 성사여부가 주목된다. 경찰서 신설의 경우 지난 1992년 공항경찰대와 맞물려 공항경찰서 신설을 건의한 바 있으나 수용되지는 못했다.
국제자유도시 추진에 맞춰 전국적으로 일원화된 경찰 조직을 제주지역에 맞게 개편하는 것도 시급하다. 제주경찰서내 교통과 신설과 제주지방청내 외사과 신설이 바로 그것이다.
제주서 관내 지난해 교통사고는 4천6백여건으로 울산청 서부서의 1천1백73건보다 3곱절은 많은 실정이고 집회나 시위도 연간 4백여회 2만8천여명에 이르고 있다. 차량등록대수도 19만6백여대로 조만간 20만대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이와함께 국제자유도시에 따른 외국인 입국 증가로 외사과 신설도 필수적이다. 올해 중국인 관광객의 잠적사건이 3차례 발생했으나 외사요원의 부족 등으로 제대로 수사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자치경찰제가 시행될 경우 어느 정도 개편이 있겠지만 당장은 어려운 게 현실인 만큼 본청차원에서 제주국제자유도시에 맞는 특별 고려가 있어야 할 전망이다.
/위영석기자 yswi@hallailbo.co.kr
[사진설명]전국 14개 시·도경찰청장 가운데 가장 낮은 직급, 열악한 치안인력 확보 실태, 제주지역 특성에 맞는 경찰 조직의 개편 등 제주경찰의 3대 과제 해결 기대감이 노대통령의 취임과 더불어 그 어느때 보다 커지고 있다. 사진은 제주경찰청사 전경./사진=김명선기자 mskim@hall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