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라이프]사이버세상에 '포로'가 된 아이들

[이슈&라이프]사이버세상에 '포로'가 된 아이들
  • 입력 : 2002. 05.07(화) 11:22
  • 글자크기
  • 글자크기
"아이템 팝니다. 36만 아데나+6셋 기사 장비를 20만원에 팝니다. 쪽지주세요."

 요즘 10대 뿐만 아니라 20, 30대에 선풍적인 인기를 얻고있는 한 국산 인터넷 머드게임을 하다보면 이런 문구들이 많이 눈에 띈다. 컴퓨터게임에서 이용되는 이른바 아이템이라는 것들이 현실세계에서 버젓이 현금화되어 통용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게임을 즐기는 게이머들이 게임에 너무 심취한 나머지 사이버세계와 현실세계에 대한 구분을 명확하게 하지 못하는 데서 비롯된다. 또 이를 이용한 범죄들이 심심치않게 언론에 보도되고 있다. 이러한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어린 청소년들인 것으로 밝혀지고 있어 더욱 충격을 주고 있다.





무서운 10대, 이제 그들의 사이버범죄는 위험수위를 넘어 사회문제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오히려 10대들의 사이버범죄는 어른들의 뺨을 칠 정도로 갈수록 지능화·다양화되고 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연령층이 초등학생들까지로 점점 낮아지고 정작 자신들은 그것이 나쁜 짓임을 인식조차하지 못하고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달 말 초등학교 4학년 남학생이 타인의 아이디를 도용했다가 붙잡히고, 이보다 앞서서는 초등학교 6학년 여학생이 타인의 인적사항을 이용해 유료 인터넷 사이트를 이용했던 일이 드러나 사회에 충격을 준 일이 있다. 이제 10대들은 범죄의 표적이 아니라 범죄의 주체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류의 10대 범죄는 서로 인터넷상으로 얼굴을 보지 않고 이루어지므로 별 죄의식없이 이루어지는게 대부분이다. 그러나 장난 반 식으로 이루어진 이들 범죄에 대한 댓가는 전과자라는 낙인이 찍힌다는 것이다. 한번의 실수가 평생을 좌우한다는 말을 새삼 느끼게 해준다.



△사이버범죄 10대가 주도

 사이버범죄란 컴퓨터를 이용하거나 컴퓨터 시스템 자체를 대상으로 하는 범죄를 말하나, 뚜렷이 단정지어진 뜻은 아직 없을 정도로 신종범죄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지난해 전국적으로 일어난 사이버 범죄는 모두 3만3천2백89건으로 이중 사기사건이 8천7백70건으로 전체의 39%를 차지한다. 그중 제주에서 벌어진 사이버범죄는 6백61건으로 이중 게임사기가 3백60건, 타인의 계정 도용이 1백41건이었다. 올들어 지난 4월까지 3백84건의 사이버범죄가 발생, 지난해 같은 기간 1백73건에 비해 배 이상 증가했는데 이중 사기와 해킹이 전체 발생건수의 91.5%를 차지했다. 입건피의자 연령별로는 10대 56.9%, 20대 29.3%, 30대 13.8%로 10대들이 반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이버수사대가 본격 발족되어 활동을 시작한 지난 2000년 이후 적발된 사이버범죄 중 10대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64%에 이른다고 한다.

 이렇게 10대들의 사이버범죄는 게임사기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게임사기라 함은 온라인게임내에서 이용되는 아이템을 판다고 속여 현금 등을 받고 아이템은 넘겨주지 않음을 얘기한다.

 이런 거래가 발생하는 이유는 게이머들이 자신의 캐릭터의 경험치를 높여 레벨을 단계적으로 올리는데, 특정 아이템들을 소유하고 있으면 없는 사람들에 비해 좀 더 빨리 레벨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사이버캐릭터의 경험치를 올리는데 왜 현금이 소요되는가에 대해 인터넷 게임을 즐기는 김모군(20)은 “게임캐릭터는 사이버 공간에 존재하는 또 다른 ‘나’이고, ‘나’의 레벨이 높아질수록 게임내에서 자신의 지위도 높아지기 때문”이라며, “다른 사람보다 내가 힘이 있고, 강하고, 남들 위에 군림할 수 있기 때문에 평소 생활에서 느낄 수 없는 것들을 이곳에서(사이버세상) 느낄 수 있다. 때문에 쉽게 그만두기가 힘들고, 그렇게 되기 위해서 현금을 줘서라도 아이템들을 사게 된다”라고 말했다.



△법적 근거 없어 단속한계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000년 7월 21일 게임에 등장하는 캐릭터와 아이템은 게임서비스의 일부로서 개인의 재산이 될 수 없고, 프로그램 제작권자의 동의없이 제3자에게 양도할 수 없다는 판결을 내린 적이 있으나 그 결정은 법적 효력을 갖는 것이 아니므로 단속의 근거가 될 수는 없다고 한다. 그래서 게임 아이템의 현금거래에 대해서도 정상적으로 이루어진다면 죄가 안되므로 단속할 수 없는 실정이다.

 인터넷의 발달은 요즘 같은 지식정보화 사회에서 보다 많고 다양한 정보를 누구나 손쉽게 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나 이로인한 부작용도 그만큼 크다. 무차별적으로 살포되는 컴퓨터바이러스, 사이버성폭력, 온라인게임 사기 사건 등 누구나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만큼 누구나 이러한 사이버 범죄의 대상 혹은 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말이다.

 특히 10대 청소년들은 아직 사회에 대한 올바른 가치관을 정립하지 못하고 범죄에 대한 죄의식이 뚜렷하지 못하므로 더욱 위험하다고 할 수 있다. 학교와 학원을 전전하며 공부하고 있는 학생들이 공부로 인해 받는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으로 인터넷게임이 이용되고 있는 것이다. 인터넷 게임상에 자신의 분신을 만들어 놓고 서로를 죽이고 편을 갈라서 싸움을 하고, 자신의 등급을 올리기위해 서로 속고 속이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달 초에는 같은 학교 학생이 게임 아이템 검을 빌려가서 돌려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다른 친구들과 함께 폭력을 행사, 전치 8주의 상해를 입혀 이들 중 2명은 구속되고 3명은 불구속 입건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이버상의 문제가 현실상의 폭력으로 이어진 것이다.



△잘못된 상혼도 '한 몫'

 현재 이러한 청소년들의 범죄나 게임중독 등에 대한 특별한 예방책은 없는 실정이다. 어른들의 잘못된 상혼이 우리의 아이들을 방황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인터넷상에 성인인증 절차나 당국에서 사이버수사대를 운영하고는 있으나 이러한 대책들은 미봉책일 뿐 좀더 근본적인 문제 해결 방안은 없는 실정이다.

 제주경찰청 사이버수사대 한 관계자는 사이버범죄의 대다수가 10∼20대 연령층에서 벌어지는 이유로 “인터넷 및 게임 등을 주로 접하는 연령층이기 때문에 비율이 많을 수 밖에 없고, 게임의 중독성 또한 무시할 수 없는 문제다”며 “앞으로 사이버범죄에 대한 단속활동을 더욱 강화하고, 청소년 범죄을 예방하기 위해 제주경찰홈페이지에 사이버윤리캠프(http://ccis.cjpolice.go.kr)를 구축, 적극적으로 운영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정민기자 jmlee@hallailbo.co.kr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636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