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내수침체와 장기고용불안이라는 이중고 속에서 각 자치단체들은 저마다 실속있는 지역경제 살리기 비전을 경쟁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그런데 고용창출 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은 산업구조를 가지고 있고, 또한 외지자본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높고, 주로 유락적인 관광 및 그 연계산업에 의존하는 제주도는 이상하게도 과도한 중앙정부 의존적인 장밋빛 개발환상과 시험적인 정치현안에 의한 중앙정부의 약속에 안주한 듯 전혀 딴판이다.
현재 제주의 산업구조는 고객에 대한 원스탑(one-stop)서비스를 기치로 그 구성원의 전문성과 숙련도를 요하는 구조이다. 이런 특성은 결과적으로 도민을 위한 지속적인 고용증대 효과는 물론 사업수익의 지역자본화 유도를 매우 어렵게 하고 있다. 특히 문제는 앞으로 완성된 국제자유도시가 현재의 산업구조를 고도자본주의 구조로 개편하는 경우 도민의 경제적 입지는 지금보다 더 어려운 국면에 직면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점이다.
그렇다면 어떤 대안들이 제주의 미래를 위해 바람직한가? 누구든지 각자의 관점에 따라 이에 대한 현실적이고 유익한 대안제시를 할 것이다. 필자의 소견으로는 현재의 제주의 제반여건을 감안한다면 지방공동체기업의 활성화도 그 하나라고 본다. 특히 유럽의 경우 지방공동체기업에 대한 이미지는 그저 낙하산 인사의 안식처로 매도되는 우리의 경우와는 전혀 다르다.
또한 가장 이상적인 공동체기업은 비용의 절약과 업무효율을 높일 수 있고, 이를 통한 지역사회개발과 지역주민의 복리증진을 위한 최선의 수단으로 비쳐지고 있다. 그리고 전략경영기법의 도입을 통한 고용확대, 지역토착자본의 저변확대 및 자생력 있는 지역연계산업의 육성에도 견인차 역할을 다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다음의 몇 가지 공동체기업모델은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우선 자치단체의 권한이 미치는 구역범위, 사업규모, 출자규모 등을 감안하여 설립하되, 법제도상 특별한 제한이 따르지 않는 물적회사형 기업모델을 상정할 수 있다, 둘째로 예컨대 국가간자유무역협정체결 등 지역경제의 외생변수에 대처하고, 아울러 일정 범위 이상 시장지배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기업모델, 즉 당해 자치단체와 국내·외의 다른 자치단체와의 수평적·실질적 협력관계 유지를 통한 기업모델을 고려할 수 있다. 물론 이 경우는 당대에 처한 시대상황과 공간적인 여건을 보완내지 개선함으로써만 스스로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고 자생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치단체 리더십의 확신에 의하거나 혹은 국내·외의 다른 자치단체와의 상호협력유지가 지구촌시대의 생존전략으로서 필수적이라는 당국의 인식의 전환에 의해서만 선택의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이런 기업모델은 특정 지방산물의 판로개척의 한계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현실적인 대안으로 검토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유망한 지방산물의 마케팅전략 차원에서 둘 이상의 자치단체가 주도하는 공동기업으로서 국내·외의 민영기업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선점하기 위한 모델을 그릴 수 있을 것이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제주국제자유도시의 개발 구상은 한마디로 “목표기간 내 외지자본에 대한 투자기회의 무제한적 보장·확대와 그에 따른 확고한 입지보장”으로 요약될 수 있다. 이런 입법취지가 수정되지 않고 계속 유지되는 한, 미래의 제주개발의 꿈은 일장춘몽이거나 생각하기 싫은 악몽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 경우 가장 우려되는 현안은 제주경제의 양극화 현상의 심화이다.
즉, 제주개발에 따른 도민의 상대적인 상실감 혹은 박탈감으로부터 초래될 우울증이다. 그런데 지금 이에 대한 당국의 대안은 언 듯 보기엔 전무해 보인다. 누구도 제주개발 환상의 이면에 대한 구체적인 처방전을 말하려 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당국이 확연한 묘책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니다. 지금 제주엔 세찬 개발의 바람이 불고 있다. 그래서 제주경제의 버팀목은 더욱 절실하다.
<백승주/고려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