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국무회의에서 ‘법학전문대학원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안’이 의결되었다. 국회 의결, 시행령 제정 등 아직도 절차가 많이 남아 있지만 법학전문대학원, 이른바 로스쿨 도입을 위한 중요한 일보가 내딛어진 것만은 분명하다.
전국 주요 대학들은 지금 로스쿨 유치를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로스쿨제 반대가 문제되던 과거와는 달리, 지금은 오히려 대학 간의 치열한 유치 경쟁 때문에 인가기준 설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형편이다.
전국 주요 대학들은 왜 그렇게 로스쿨 유치에 목을 매고 있는 것일까. 대학병원이라는 사업과 연계되는 의과대학과는 달리, 로스쿨은 그런 수익형 사업과 연결될 수는 없음에도 전국 주요 대학들은 상당한 재원을 쏟아 붓고 있다.
단순한 세 과시 목적으로 볼 수는 없다. 로스쿨의 존재 여부는 인문사회계학과, 특히 정치, 행정, 사회, 경제학, 심지어는 지적 재산권분야와 관련하여 자연계학과 경쟁력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로스쿨은 기본적으로 비법학 전공자를 법조인으로 양성하려는 제도이기 때문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인적 네트워크 효과다. 지금도 자기 학교 출신 고시합격자가 학교의 위상 뿐 아니라 학교 발전에 큰 힘이 되고 있다는 것을 부인하지 못한다. 로스쿨이 생기면 이런 효과는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다.
더구나 로스쿨은 법관만이 아니라 정치, 행정, 기업, 각종 영역에 필요한 정책 전문가를 양성해내려는 것이다. 미국 로스쿨처럼 교육내용도 재판학적 법학에서 정책학적 법학으로 대전환이 일어나게 된다.
로스쿨 졸업자들의 진출 범위는 더욱 광범해질 것이다. 비유하자면, 현재의 사법고시와 행정, 외무고시를 합한 효과가 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전국 주요 대학들이 로스쿨 유치에 올인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대학만 그런 것이 아니다. 사실은 지역차원의 유치 경쟁도 치열하다. 지방자치시대라고 하지만 지역의 대중앙교섭력은 지역발전에 여전히 결정적인 요소다. 제주 출신 장·차관이 있는지, 중앙에 고위 공직자는 얼마나 되는지 관심을 갖는 것도 그런 때문이 아닌가.
투덜거릴 것이 아니라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 로스쿨 유치는 대단히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 그래서 다른 지방에서는 자치단체장, 지역 정치인, 지역 기업가들도 유치에 힘을 보태고 있다.
로스쿨 배치의 대강의 구도는 수도권 대형대학과 지역 거점대학 몇 개를 합하여 10여개 정도가 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예정된 숫자는 차츰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수도권 대형대학간의 경쟁은 그렇다고 쳐도 지역간 경쟁은 부산·경남, 대구·경북, 호남, 충청권이 안정적이고, 강원권이 그 뒤를 쫓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제주만 손놓고 있을 수는 없다. 제주는 영·호남, 충청권에 속하지 않는 도 단위 대표성을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특별자치도 추진으로 혁신 인센티브 요구의 당위성과 함께 교육 중심지 육성이라는 실질적 논거도 가지고 있다.
제주대학교의 힘만으로는 부족한 형편이다. 도민 모두의 관심과 자치단체장, 정치인, 기업인, 법조인 등의 적극적 협력이 필요하다. 건물 문제만 해결된다면 제주대학교 로스쿨의 산남지역 배치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특목고보다는 훨씬 적은 비용으로 전국 최고수준의 인재 양성기관을 가질 수 있는 기회다. 지역차원의 유치 대책위를 조직하여 지역의 단합된 힘을 보여주어야 한다.
<고호성/제주대학교 기획처장·법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