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가르기·줄서기 등 잘못된 문화 양산승자의 관용으로 '화해의 손' 내밀어야
지역사회 갈등 해결을 통한 사회통합은 제주사회가 시급히 풀어야 할 과제다. 하지만 갈등의 골은 더 깊어지면서 다양한 양상으로 심화되고 있다.
우근민 지사는 지난해 7월 취임사에서 제주는 현재 사회통합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진단했다. 그 해법으로 도민역량 결집과 사회통합을 제시했다. 해군기지 등으로 촉발된 사회적 갈등을 푸는 데 정책의 주안점을 두겠다고도 했다. 또 제주사회 갈등의 한 축이었던 영리병원과 내국인카지노 도입도 도민적 공감대가 형성될 때까지 논의를 보류하기로 했다.
그러나 제주사회의 통합은 무엇보다도 우 도정과 전 도정과의 갈등을 해소하는 데서부터 출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수 차례의 지방선거 과정에서 양산된 반목과 대립을 청산하지 않고서는 진정한 도민통합을 이룰 수 없기 때문이다.
제주사회는 지난 20년간 '우근민-신구범-김태환'이라는 트로이카 체제로 운영돼왔다. 소위 '제주판 3金시대'가 장기간 이어져오면서 도민뿐만 아니라 공직사회까지 '줄서기', '편가르기'라는 잘못된 문화를 잉태케했다. 또 도정이 바뀔 때마다 보복성 인사로 홍역을 치렀다. 상대 쪽 사람으로 낙인되는 순간 지사 임기동안은 한직을 돌거나 좌천되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민선 5기 도정이 들어서 단행된 지난해 8월 첫 인사와 최근 발표된 인사에서도 어김없이 재연됐다.
전임 도정의 추진해 온 정책들을 폄훼하고 '선긋기'를 하는 것도 도민사회 통합을 가로막는 한 요소가 되고 있다. 민선 4기 김태환 도정에서 역점적으로 추진했던 영리병원, 관광객전용 카지노, 한라산케이블카 등은 줄줄이 제동이 걸렸다.
전·현직 도정간의 갈등은 도의회에서조차 공식적으로 거론될 정도로 제주사회의 현안이다. 지난해 우 도정을 상대로 처음 진행된 도정질문에서 고충홍 의원은 "작금의 제주사회 갈등원인은 해군기지 문제도 있지만 속칭 신구범-우근민 전·현직 지사간의 갈등이 더 큰 문제"라고 꼬집었다. 그는 또 "이러한 진단이 사실이든 아니든 간에 우 지사가 분열과 갈등의 중심축에 서있는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공박했다.
이런 가운데 김태환 전 지사는 지난해 10월 오랜 정치적 맞수인 우 지사와 신 전 지사에 대해 화해와 통합을 촉구했다. 이제는 우 지사가 결자해지 차원에서 갈등을 풀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제주발전연구원이 지난 1월 초 실시한 '도정 정책방향에 대한 도민 인식조사' 결과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제주지역의 사회통합을 위해 역점을 두고 추진해야 할 과제에 대해 도민들은 도지사의 사회통합 리더십 발휘(25.1%), 갈등조정 및 중재기능 강화(19·1%) 등의 순으로 응답해 도지사의 리더십과 갈등조정 능력을 요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결국 우 도정의 '갈등해결' 능력은 도정을 평가하는 주요 잣대가 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