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찬 맛집을 찾아서](27)제주시 오라동 '다담(茶談)'

[당찬 맛집을 찾아서](27)제주시 오라동 '다담(茶談)'
은은한 연잎향이 좋은 참살이 음식 ‘연잎밥’
  • 입력 : 2012. 04.14(토) 00:00
  • 문미숙 기자 ms@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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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늑하고 정감있는 음식점 '다담'은 차와 이야기가 있는 공간이다. 주인장은 손님들에게 음식을 대접하기전 연잎차 한잔을 건넨다. 사진은 다담의 주메뉴인 연잎밥. /사진=강희만기자

채소와 고소한 들깨의 조화…들깨스파게티도 담백
식사와 차 한잔의 여유를 즐길 수 있는 소박한 공간

어디론가 떠나거나 돌아오는 이들로 늘 시끌벅적한 제주시 오라1동 제주시외버스터미널. 그 터미널 뒤편에 이런 곳이 있을까 싶을만큼 아늑하고 정감있는 음식점 '다담(茶談))'이 있다. 이름 그대로 '차와 이야기가 있는' 공간이다.

가정용 주택에 꾸민 식당의 대문을 열면 현관까지 이어지는 좁다란 진입로에 소나무 분재와 야생화, 곳곳에 놓인 제주전통 옹기가 운치있는 풍경을 만들어내며 손님을 맞이한다. 거기다 마당 곳곳에선 봄이 왔다며 저마다 아우성인 꽃과 나무들로 입보다 눈이 먼저 즐거워진다.

주인장 박경아(56)씨는 음식을 만들기 전에 연잎차 한 잔을 먼저 건넨다. 전통차에 관심이 많았다는 박씨는 "원래 전통찻집에서 선재스님한테 배운 사찰음식을 응용한 몇 가지 음식을 곁들일 요량이었는데 손님들 열에 아홉은 음식을 찾으면서 자연스레 음식점으로 이름을 알리게 됐다"고 했다.

다담에서 인기가 많은 음식은 '연잎밥'과 '들깨스파게티'다.

대표적인 사찰음식인 연잎밥은 재료도 많고 이것저것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이다. 찹쌀과 흑미는 하룻동안 불려뒀다 연잎을 우려낸 물과 천일염으로 간해 25분정도 찐다. 찐 밥을 연잎 위에 적당량 올려놓고 국산 밤, 은행, 잣, 대추, 검정콩을 얹은후 연잎을 접어싸고 다시 45분정도 찜통에서 푹 쪄내면 연잎밥이 완성된다. 박씨는 매일 아침마다 이렇게 하루치 분량의 연잎밥을 만들어 식혀뒀다 손님이 찾을 때마다 찜기에 20분정도 다시 쪄서 손님상에 올린다. 연잎밥에 사용하는 연잎은 전북 김제에 있는 청운사내 연못 하소백련지에서 채취한 것을 구입해 냉동실에 뒀다 쓴다고 했다.

연잎을 펼치자 연잎 특유의 은은한 향이 밴 찰진 밥맛이 평소 먹던 밥과는 확 다르다. 연잎 자체가 몸안의 노폐물 제거 효과가 있고 잡곡, 견과류 등이 들어갔으니 영양면에서도 두말 할 필요가 없다.

▲들깨스파게티. 버섯볶음국수를 응용해 만든 음식으로 담백한 맛이 별미다.

들깨스파게티는 박씨가 버섯볶음국수를 응용해 만든 음식이다. 느타리버섯·새송이버섯에 먹기좋은 크기로 자른 얼갈이배추, 파프리카를 넣고 수년간 숙성한 연근간장으로 간을 해 볶다가 익을 즈음 깻잎을 썰어넣는다. 그리고 끓는물에 갓 삶아낸 굵은 면발과 들깨가루를 넉넉히 넣어 물에 갠 소스를 맨 마지막에 끼얹어 익히면 걸쭉한 스파게티가 완성된다. 고소한 들깨향이 진한 스파게티는 느끼하지 않고 담백한 게 다담에서만 맛볼 수 있는 별식이다.

참깨·땅콩·매실액·연근간장·현미식초를 섞어만든 소스를 끼얹은 야채샐러드와 화학조미료를 쓰지 않는다는 밑반찬들도 한결같이 자극적이지 않다. 간장은 연근을 넣어 5년동안 숙성시켜 둔 것을 쓰고, 담근 된장과 매실청으로 음식맛을 낸다는 박씨다.

▲주인장 박씨가 한상차림을 선봬고 있다.

그래서인지 집에서 매일 먹는 음식 같다며 찾아오는 단골들이 제법 된다. 모두가 주변의 입소문을 듣고 온 이들이다. "이렇게 정갈하고 맛깔난 음식을 맛보기가 어디 쉽냐며 주변에 소문을 내주시겠다는 손님들도 있어요. 그 이상의 칭찬이 어디 있겠어요."

다담에선 식사뿐만 아니라 대추자, 유자차, 모과차 등도 즐길 수 있다.

연잎밥과 들깨스파게티는 1인분에 각각 1만원이다. 영업은 오전 11시 30분부터 오후 8시까지. 매주 일요일은 쉰다. 753-2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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