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농협이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을 분리시킨 지 1년이 넘었으나 가시적인 성과물을 내놓지 못해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 사진=한라일보 DB
컨설팅·외부용역에다 최근 포럼도 창립… '논의구조' 여전
기존 막대한 조직·인력 활용 조기 실천방안 강구엔 소극적
제주농협이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을 분리시킨 사업구조개편을 단행한 지 1년을 넘긴 시점에서도 여전히 경제사업 활성화에 대한 가시적 성과물을 내놓지 못해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
특히 제주농협은 사업구조개편 이후 산지유통종합계획을 비롯한 장기실천계획에 치중해 오다 최근에는 농업발전포럼도 창립함으로써 언제까지 경제사업 활성화를 위한 논의구조에만 머물 것이냐는 비판여론에 휩싸이고 있다.
이같은 여론은 제주농협의 경제사업 활성화가 막대한 소요예산 확보와 장기계획 등을 필요로 하는 측면이 강하지만 기존 막대한 인력과 조직을 활용한 방안 마련에는 소홀히 한다는 지적 때문이다.
농협 제주지역본부는 작년 3월 신용·경제사업 분리를 골자로 한 사업구조개편 이후 경제사업 활성화를 위해 마스터플랜 성격의 '산지유통종합계획'을 수립, '2013년 경제사업추진 전략회의''한·중FTA와 제주농업의 대응방안'등 여러 차례 컨설팅과 내부계획, 외부 용역의뢰 등에 나서 왔다.
제주만의 새로운 경제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제주농협 산지유통 종합계획'에 제시된 주요 과제로는 지역본부와 조합공동사업법인·지역농협의 사업분담 방안 도출, 산지유통시설의 운영체계 구축, 제주농산물의 품목별 발전계획수립, 제주농협의 미래 비전 제시, 신성장 동력사업 발굴과 투자 필요성 및 재원조달 방안 수립, 국내외 우수 사례 벤치마킹 등을 담고 있다.
제주농협은 이에 앞서 지난 3월 '2013년 경제사업추진 전략회의'를 개최, 경제사업 활성화를 위한 세부 계획들을 발표했다. 중점 추진 과제로 산지유통조직의 규모화·조직화, 공선출하회 확대, 밭작물 경쟁력 강화, 친환경농업 육성, 영세소농 출하농산물 판매 활성화 등을 제시했다.
농협은 이를 위해 산지유통조직의 규모화와 유통조직·농가 간 조직화(공동계산) 확대, 올해 산지유통시설(APC)의 5개소 신규 건립, 공선출하회 작년기준 26개소를 올해 40개소로 확대, 제주물류센터 조기 건립추진(연내 부지매입, 2015년 준공), 밭작물의 계약재배 물량 대폭 확대 및 밭농업협의회 역할 제고, 친환경농업 매출 대폭 확대, 직거래 활성화 등을 추진키로 했다.
제주농협은 이 같은 내용의 경제사업 활성화 방안 수립과 별도로 지난 5월엔 제주산 농산물의 유통발전방안 마련과 채소류 거점APC(산지유통센터)설치에 대한 공감대 형성을 위한 '제주농업발전포럼'을 출범시켜 '논의 구조'만 확대시키고 있다는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
포럼의원 구성상 도의원 1, 행정 2, 언론인 3, 교수 1, 농협 6 등 의원 13명으로 구성돼 정작 농업인이나 농업인단체 회원은 배제되면서 현장의 목소리 반영에 의문이 제기되는가 하면 활동방향도 기존에 제시되거나 수립중인 경제사업활성화 방향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지적 때문이다.
특히 농협측은 포럼 창립 배경으로 채소류 거점APC설치사업의 성공적 추진이라 강조하지만, APC 규모화가 꼭 능사만은 아니라는 전문가 주장을 감안하면 설득력이 약해질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일부 전문가는 APC가 대규모일수록 매출액 대비 비용비율이 증가하는데다 사업형태도 수탁사업 위주에서 벗어나 일정수준 물량을 미리 확보하는 매취사업 확대를 통한 적정 APC운영 방안이 중요하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제주농협이 이처럼 1년 넘도록 경제사업 활성화에 가시적 성과를 못내면서 당초 신·경분리 당시 농산물 유통혁신에 걸었던 농민들의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고 있다.
농민들은 중·장기적으로 농산물 유통혁신에 필요한 실질적 마스터 플랜도 중요하지만 일선농협과 지역본부, 농업인단체 등 막대한 기존 조직과 인력을 활용할 수 있는 성과물을 내놓는데 보다 실천적 의지로 적극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각종 농산물의 과잉생산을 막기 위한 계약재배 강화, 직거래 장터 대폭 확대 및 상설화, 다양한 유통 혁신 등의 경우 제주농협의 의지 여하에 따라 가시적 성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김기현 경제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