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편의점, 대형마트, 백화점에 있는 생수매장에는 어림잡아 100개가 넘는 국내·외 생수 브랜드가 사활을 건 경쟁을 펼치고 있다. 상하이의 한 대형마트 생수매장에서 중국인 소비자들이 생수 상품을 고르고 있다. 상하이=강희만부장 photo@ihalla.com
대형 쇼핑센터·슈퍼마켓 삼다수 입점
중국산 중저가·해외 고급생수와 경쟁
물량 공세·광고 판촉전 치열 '전쟁터'
고급 소비자들 삼다수 청정성에 호평
농심 백산수도 공격적 마케팅 승부수
수출 부진 탓하기 앞서 시장진단부터
중국의 생수시장은 전세계 생수가 진입해 생수의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특히 중국의 경제수도이자 부호들이 많은 상하이에서 생수 경쟁은 상상 이상이다. 편의점, 대형마트, 백화점에 있는 생수매장에는 어림잡아 100개가 넘는 국내·외 생수 브랜드가 촘촘하게 가득 진열돼 있다. 이곳 글로벌 시장에서 제주의 국민 브랜드 삼다수가 힘겨운 시장 경쟁을 펼치고 있다.
푸동지구 초대형 쇼핑센터인 정따광장(正大廣場) 생수매장에서 삼다수를 대량으로 구매중인 상하이의 젊은 소비자를 만났다. 상하이의 고급 주택가에 사는 서리홍(37)씨는 로터스 매장에 진열된 에비앙, 볼빅, 피지와 자국내 유명 생수 브랜드 대신 삼다수 2ℓ들이 2박스를 떨이로 사들였다. 주로 음료와 가정에서 조리용으로 삼다수를 선호한다는 서씨는 "가격이 저렴해서라기 보다 삼다수는 끓여도 이물질이 남지 않기 때문에 특히 선호한다"고 했다. 제주 삼다수의 수질과 청정 이미지가 중국 소비자의 구매 욕구를 충족시키고 있는 것이다.
상하이 까르프에 삼다수가 입점한 것은 지난해 9월이다. 이곳에서는 한달에 2ℓ들이 15박스 정도 소비되고 있다. 해외 고가 브랜드 중 중간 수준의 판매량이다.
상하이의 고급 쇼핑가인 신톈디(新天地). 이 곳에 있는 고급 슈퍼마켓 '로터스' 생수매장에도 제주 삼다수가 지난해 9월부터 진열되기 시작했다. 소비량은 한달 평균 7~8박스 규모. 입점 당시 시음·진열행사 기간에는 한달에 300박스가 팔려 나갔다. 로터스는 상하이에만 23개의 매장을 갖고 있는 프리미엄 슈퍼마켓이다. 한평도 채 안되는 공간에 입점비가 4000만원을 호가한다.
관광객과 상하이 시민으로 수많은 인파가 몰리는 남경로에는 미니 관광열차 1대가 제주삼다수 광고판으로 도배하다시피 했다. 한인들이 많은 한 마트에는 삼다수와 농심의 백산수가 경쟁하고 있다. 백산수는 삼다수에 비해 저가와 '1+1'이벤트로 소비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현지 관계자들은 삼다수가 백산수의 이같은 마케팅 전략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농심의 백산수는 삼다수에 비해 저가와 '1+1'이벤트로 중국 소비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가운데, 삼다수가 백산수의 마케팅 전략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강희만부장
중국 내에서 산동성을 제외한 전역에 삼다수를 판매하고 있는 CJ오쇼핑의 계열사 CJ IMC는 고가의 입점비 부담에도 불구하고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기 위해 백화점과 잡화점, 대형마트를 집중 공략하고 있다. 상하이를 최대 시장으로, 올해부터는 베이징과 광저우 생수시장에도 진입중이다.
삼다수를 생산하는 제주개발공사는 2013년 6월 CJ오쇼핑과 중국지역에 삼다수 수출 판매 기본계약을 체결하고 본격적인 시장공략에 나섰다. CJ오쇼핑은 글로벌 상품소싱·공급 자회사인 상하이 현지법인 CJ IMC을 통해 중국 현지 TV홈쇼핑과 인터넷 쇼핑몰, 편의점, 대형마트, 백화점 등의 유통망을 통해 중국시장을 파고들고 있다.
CJ IMC가 지난해 제주삼다수의 중국시장 진입 전 시장조사한 결과는 중국 생수시장의 소비실태와 시장환경을 들여다볼 수 있다. 이 조사결과에 따르면 중국 전체 음용수 시장규모가 엄청난 속도로 증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2000년만 해도 10억 달러 수준에 머물렀으나, 2012년 90억 달러(10조원)로 크게 증가했으며, 오는 2017년엔 160억 달러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중국 소비자 중 48.9%가 삼다수와 같은 광천수를 선호했으며, 정화수 21.4%, 광물질수 15.8%, 천연수 8.3%의 선호도를 보였다. 나머지 6.9%는 특정된 소비습관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현재 중국 국내 음용수 1~4위 제품의 판매량 점유율이 69.9%에 이르고 있으며 550㎖ 기준 2위안 이하의 저가생수제품이 중국 국내 생수시장을 점유하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내에서 유통되는 일반 생수의 가격은 550㎖ 기준으로 1.5위안(255원) 수준이다. 중간 가격은 2~4위안 이하, 고가 생수는 4위안 이상으로 파악됐다. 중간 가격대 생수제품중 연길농심회사의 백산수(550㎖ 기준 2.8위안)가 상위랭크를 차지한 것으로 조사돼 눈길을 끌었다.
중국 국내 고급생수시장에 진출한 브랜드도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2008년 23개에서 2012년에는 40여개로 갑절 증가했다. 제주 삼다수도 이들 브랜드와 함께 중국내 고가 생수시장에 뛰어들었다. 아직은 초기단계인데다 인지도도 낮아 제주삼다수의 안정적 시장 진입은 더 두고봐야 한다.
현지 치열한 경쟁상황을 모른 채 수출 부진을 탓하기엔 아직 이르다. 이보다는 살얼음판을 걷는 '생수전쟁터'에서 삼다수가 살아남고 글로벌 생수로 확고히 뿌리내리기 위한 종합적인 진단과 대책이 더 시급하다.
[인터뷰 / CJ IMC 신장영 상무·박정범 부장]"제주는 잘 알지만, 삼다수는 아직…" 세계자연유산 신뢰 기반…청정 브랜드 마케팅해야
사진 왼쪽부터 신장영 상무, 박정범 부장
"중국인들이 제주도를 잘 알고 좋아하지만, 삼다수 브랜드는 너무 모릅니다."
중국시장에서 삼다수 판매를 총괄하는 CJ IMC 신장영 상무와 박정범 부장은 "삼다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마케팅이 매우 절실하며, 중국내 유통채널을 뚫는게 과제"라고 입을 모았다. 이들과의 인터뷰는 상하이 CJ IMC 본사와 주요 판매처를 순회하는 중간중간에 이뤄졌다.
신장영 상무는 "중국내 음용수 시장 진입을 위해 세계가 인정하는 '세계자연유산, 제주도'의 신뢰를 기반으로 '깨끗함', '청정 원수'라는 명확한 이미지로 브랜드 마케팅을 전개할 방침"이라고 했다. 현재 시장 상황은 삼다수를 단순 유통하는 형태이며, 제주도의 개끗함을 연계한 마케팅은 없는 실정이다. 신 상무는 "현재 신규 유통망 구축작업을 계속해서 진행중이며, 내년에는 한라수도 유통시킬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정범 부장은 "삼다수 판매 가격대(500㎖)는 6~7위안으로 해외 수입생수 중 중저가, 중국산 고급생수에 비해서는 20~30% 높은 수준"이라고 했다. 그는 "앞으로 삼다수의 타깃 고객을 가족의 건강을 책임지는 30~50대 주부와 개인 건강을 챙기는 실속파 20~40대 성인으로 설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입생수시장을 선점한 에비앙과 볼빅이 과시형 럭셔리 아이템에 초점을 두고 있다면, 삼다수는 수입생수 중 중저가이면서 고품질의 스마트 프리미엄 생수로 승부를 걸겠다는 전략이다.
박 부장은 "지난해보다 갑절 이상 많은 3500여개 매장에 입점해 있으며, 연말쯤이면 1만개 매장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했다.
상하이=강시영 편집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