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 튀는 눈술학교](14) 인문·사회논술 문제

[톡톡 튀는 눈술학교](14) 인문·사회논술 문제
  • 입력 : 2015. 11.05(목) 00:00
  • 오은지 기자 ejoh@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다음 제시문들을 읽고 논제에 답하시오


(가) 물질을 소유하고 소비하는 일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다. 불교경제학은 최소한의 수단으로 어떻게 일정한 목적을 달성시킬 것인가에 대해 조직적으로 연구하는 것이다. 이에 반해 근대경제학은 소비가 경제 활동의 유일한 목적이라고 생각하고, 토지나 노동, 자본 등의 생산 요소들을 그 수단으로 여긴다. 즉 불교경제학이 적정 규모의 소비로 인간으로서의 만족을 극대화하려는 데 반해, 근대경제학은 적정 규모의 생산 노력으로 소비를 극대화하려 한다. 따라서 인간의 끝없는 욕망은 끝없는 소비를 부른다. <…중략…>

근대경제학에서는 돈으로 나타낸 가격에 의해 모든 게 동일화되고 수량화되는 것이 그 방법론인 만큼, 재생이 가능한 물질과 재생 불가능한 물질을 구별하지 않는다. 그 결과로 석탄이나 석유, 땔나무, 수력(水力) 등의 서로 대체될 수 있는 연료들 사이의 유일한 차이는 근대경제학자에게 있어서는 1단위당의 상대 비용일 뿐이다. 그리고 당연히 비용이 낮은 것이 선호(選好)된다. 그것이 가장 합리적이며 '경제적'이기 때문이다.

불교경제학자가 보기에 이는 물론 그릇된 것이다. 석탄이나 석유와 같은 재생 불능의 연료와 땔나무나 수력과 같은 재생이 가능한 연료들 사이에는 본질적인 차이가 있으며, 이 차이는 결코 무시할 수 없다. 재생 불능의 재화는 부득이한 경우에만 사용되어야 하고, 그러한 경우에도 그것을 보전하기 위한 최선의 주의와 세심한 배려가 기울여져야 한다. 이러한 재화를 함부로 사치스럽게 사용하는 것은 일종의 폭력 행위다. 현실로는 완전한 비폭력이 있을 수 없을지도 모르지만, 무슨 일을 하던 비폭력의 이상을 지향하는 것이 인간의 절대적인 의무다.

- 슈마허, 「작은 것이 아름답다」



(나) 열역학 제2법칙, 즉 엔트로피(entropy) 법칙은 무엇인가? 엔트로피란 더 이상 '일'로 바꿀 수 없는 '사용 불가능한 에너지'에 대한 척도다. 열역학 제1법칙에 따르면 에너지의 전체 양은 불변이기 때문에 에너지를 한정 없이 사용한다 하더라도 에너지는 손실되지 않고 분산되거나 그 형태만이 변한다. 반면에 열역학 제2법칙에 따르면 자연적인 사물들이 새로운 것들로 변화되거나 또 다른 가치 질서로 편입될 때 에너지가 사용되며 엔트로피가 높아진다. 사물들에 어떤 변화를 일으키는 '일'의 과정에서 에너지가 사용되는데 이때 에너지는 '사용 가능한 에너지' 상태에서 '사용 불가능한 에너지' 상태로 변환된다.

여기에서 '사용 불가능한 에너지' 상태란 에너지 자체가 소멸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에너지가 분산되어 최고의 엔트로피에 이른 상태, 즉 '평형 상태'를 의미한다. 평형 상태는 더 이상 일로 사용될 에너지를 끌어낼 수 없는 상태로 사물들의 변화가 없는 정지 상태, 즉 일로 사용될 수 없는 죽음의 상태를 의미한다. 사용될 수 없는 상태로 변환된 에너지가 다시 '사용 가능한 에너지'로 전환되었을 때 비로소 이 에너지가 다시 어떤 일로 사용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 변환된 에너지가 적어도 본래의 '사용 가능한 에너지' 상태로 환원되기 위해서는 보다 많은 양의 다른 '사용 가능한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그렇기 때문에 엔트로피 법칙으로 보면 전체 '사용 가능한 에너지'의 양은 항상 줄어들고 '사용 불가능한 에너지'의 양은 더욱 증가한다.

지구상에서 이러한 '사용 가능한 에너지', 즉 자유 에너지는 지구 내부에 존재하는 부존자원과 지구 외부로부터 들어오는 태양 에너지가 거의 전부다. 자연적으로 일어나는 생성 변환 과정과 인류의 기술 문명은 이 에너지들을 사용하여 새로운 질서를 창조하거나 보다 높은 차원의 가치를 창출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이러한 창출 과정에서 외부로부터 공급되는 태양 에너지와 부존자원 에너지를 사용하게 되어 엔트로피가 증가한다.

- 과학전문지, 「과학사상」



(다) 내가 어렸을 때 또래의 어린이들은 두 가지 종류의 아이스크림을 먹을 수 있었다. 은빛 금속의 닫집을 갖춘 마차에서 파는 아이스크림으로, 하나는 2센트짜리 아이스크림 콘이었고 다른 하나는 4센트짜리 아이스크림 파이였다.

나는 2센트짜리 콘 두 개를 사주는 부모를 둔 아이들이 무척 부러워 그들을 뭐에 홀린 듯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특혜 받은 어린이들은 괜히 우쭐거리면서 양손에 콘을 하나씩 들고 돌아다녔다. 능숙한 솜씨로 머리를 좌우로 움직이며 한쪽 콘을 핥은 후에 다른 쪽 콘을 핥는 일을 되풀이했다. 그것은 눈이 튀어나올 만큼 부러운 의식이었다.

나도 그런 의식을 거행하게 해달라고 틈만 나면 집안 어른들에게 졸랐으나 괜한 헛수고였다. 어른들은 계속 완고한 태도를 버리지 않았다. 4센트짜리 하나라면 사주겠지만 2센트짜리 두 개는 절대로 안 된다는 것이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수학이나 경제학이나 식이요법 가운데 어떤 것도 어른들의 거절을 정당화할 수 없었다. 어른들은 '양쪽 콘을 번갈아 가면서 바라보다가는 정신이 없어져서 돌이나 계단, 길의 갈라진 틈에 발이 걸려 넘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건 뻔한 거짓말이었다. 뭔가 지극히 교육적인 의도가 있는 게 아닐까 하는 느낌이 들었으나 어린 나로서는 그게 무엇인지 알아낼 능력이 없었다.

지금은 이 세상 사람이 아닌 집안 어른들이 옳았다는 생각이 든다. 4센트짜리 파이 하나 대신에 2센트짜리 콘 두 개를 먹는다는 것은 경제학적인 의미에서 굳이 낭비라고 말하기 힘들지만 상징적 의미로 보면 이는 분명히 낭비이다. 두 개의 아이스크림은 무절제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어른들이 내 청을 거절했던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었다. 한 번에 두 개의 콘을 먹는 행위는 볼썽사나운 행위이고, 가난한 자들에 대한 모독이자 거짓된 특권과 부를 과시하는 행위였다. 버릇없는 아이들이나 한꺼번에 두 개의 콘을 먹었다. 현실이 아니라 동화 속이었다면 피노키오처럼 당장에 벌을 받았으리라.

- 움베르트 에코, 「연어와 여행하는 방법」



(라) 근본생태주의자들은 현재의 위기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개인적, 사회적 관행을 바꾸는 정도로는 부족하고, 세계관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와 관련해 두 가지 방향을 모색한다. 우선, 그들은 과학, 예술 등 다양한 분야에 종사하고 있는데, 자신의 일들을 이러한 변화의 시작으로 여긴다. 다른 한편으로는 현재의 위기를 초래한 인간중심적인 세계관을 대체하기 위한 대안적 철학을 발전시키려 한다. 이러한 움직임은 구체화되어, 최근 네스와 세션즈는 다음과 같이 8개의 강령을 발표했다. 이 강령들은 운동의 성격을 설명해주고, 그 운동을 정당화하는 근거를 제시한다.



1. 인간과 지구 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는 그 자체로서 내재적 가치를 지닌다. 생명체의 가치는 협의의 인간의 목적에서 나오는 유용성과 무관하다.

2. 생명의 풍요로움과 다양성은 그 자체로 가치 있고, 인간과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의 삶이 번성하는 데 이바지한다.

3. 인간은 없어서는 안 될 본질적(vital) 필요를 충족시키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생명의 풍요로움과 다양성을 축소시킬 권리가 없다.

4. 현재 자연계에 대한 인간의 간섭은 과도하며, 상황은 급속히 악화되고 있다.

5. 인간의 삶과 문화의 번성은 인구의 근본적인 축소가 있어야 가능하다. 자연계의 번영도 인구 축소를 필요로 한다.

6. 더 나은 삶의 조건의 중요한 변화는 정치적 변혁을 필요로 한다. 그리고 정치적 변혁을 통해 기본적인 경제적, 기술적 이데올로기의 구조를 변화시킬 수 있다.

7. 이데올로기의 변화는 생활수준의 향상에 집착하는 것이 아니라, 삶의 질의 의미를 인식하는 것이다. 큰 것과 위대한 것의 차이에 대한 심대한 자각이 있어야 한다.

8. 이 점을 인식하는 사람들은 필요한 변화를 위해 각자에게 요구되는 행동을 할 의무가 있다.

- 대제르뎅, 「환경윤리」



(마) 사람들이 신속한 뉴스 전달을 요구하는 데서 생기는 결과 중 하나는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단편화되는 것이다. 우리가 깜짝 놀랄 만한 재미있는 뉴스를 요구한다는 것은 곧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왜곡되어 부정적으로 바뀌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환경 단체들이 세심하게 준비한 다양한 선전 자료와 언제나 문제점만을 추구하는 학자들의 연구 결과가 사람들의 이런 시각과 합쳐지면 세계 상황을 부정적으로만 보는 심각한 편견이 생겨날 수 있다 <…중략>

만약 우리가 심사숙고해서 합리적인 결정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이 세상이 퇴보하고 있다는 그 뻔한 이야기에 의존해 해결책을 찾는다면, 우리는 형편없는 비생산적인 선택을 하게 될 것이다. 예를 들어, 페루의 정책 당국자들은 염소 투여로 인한 암 발생 가능성을 두려워해서 수돗물 염소 소독을 하지 못하도록 했다. 그런데 요즈음 과학자들은 1991년 페루에서 콜레라가 다시 맹위를 떨치게 된 주된 이유의 하나가 바로 이것이라고 믿고 있다. 만약 당시의 정책 당국자들이 염소 투여로 인한 암 발생의 위험도가 얼마나 낮은지 알았더라면 콜레라가 유행하는 사태는 결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중략>

세상 일이 지금까지 잘 풀린 것은 우리가 세상에 대해 걱정을 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자주 제기될 때 바로 위와 같은 생각을 하게 된다. 그렇다. 세상사가 이렇게 제대로 나아가고 있는 것은 우리가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기 때문이다. 어떤 경우에는 세상의 변화가 거의 자동적으로 이루어지기도 했는데, 경제적인 부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것이 한 예다. 우리가 점점 더 부유해진 것은 시장 경제의 근본적인 구조 때문이지, 우리가 세상을 걱정했기 때문이 아니다. 환경 오염과 관련해서 최근에 이루어진 가장 중요한 발전 중 일부는 규제를 통해 성취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런 규제가 제대로 된 영향력을 미칠 수 있었던 것은 합리적인 우선순위 설정이 그 안에 반영되었기 때문이지 일반 대중의 걱정 때문이 아니다.

이 세상에 식량이 더 풍부해진 것도 사람들의 걱정 때문이 아니라 미래의 비전을 지닌 개인과 단체들이 힘을 합해 녹색혁명을 이룩했기 때문이다. 여가 시간이 더 늘어나고, 안전성이 더 많이 확보되었으며, 소득이 더 높아졌고, 교육 여건이 더 좋아진 것 역시 우리가 그런 것들을 걱정했기 때문이 아니라 문제와 씨름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실제로 물려받은 세상보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놓았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이 세계의 실제 모습이다. 가히 환상적인 사실이 아닌가. 측정 가능한 모든 중요한 분야에서 인류의 운명이 크게 개선되었으며, 앞으로도 계속 개선될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 말이다.

따라서 이 책이 독자 여러분에게 전달하려는 메시지는 바로 이런 것이다.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어디를 막론하고 지금 태어나는 아이들은 더 오래, 더 건강한 삶을 살게 될 것이며, 더 풍족한 음식과 더 좋은 교육, 더 높은 생활 수준과 더 많은 여가 시간, 그리고 훨씬 더 많은 가능성을 누리게 될 것이다. 지구 환경이 파괴되지 않은 상태에서 말이다.

- 비외른 롬보르, 「○○○ 환경주의자」 -



[문제 1] 제시문 (가)의 '근대경제학'의 개념과 (나)의 '엔트로피'를 관련지어 환경 문제가 대두된 원인을 분석하시오 (400자 내외 / 30점)



[문제 2] 제시문 (가)의 '불교경제학'과 (라)의 논지를 근거로 하여, 제시문 (다)의 사례를 통해 환경문제의 해결에 대한 방안을 논술하시오. (400자 내외 / 40점)



[문제 3] 제시문 (라)를 바탕으로 제시문 (마)의 입장을 비판하시오. (400자 내외 /30점)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4081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