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담론] 새들도 탐내는 천연 비타민, 감귤

[목요담론] 새들도 탐내는 천연 비타민, 감귤
  • 입력 : 2015. 11.12(목) 00:00
  • 편집부기자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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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저어새와 황새를 비롯하여 겨울철새들이 제주를 찾아왔다. 좋은 곳을 찾아가야 대접받고 생명을 지킬 수가 있다. 텃새도 마찬가지다. 겨울철새들이 월동준비로 한참일 때, 제주의 대표적인 텃새인 직박구리는 감귤밭을 찾는다. 평소에도 울음소리가 요란하지만, 감귤을 먹어선지 어떨 때는 번식기 때보단 더 소란을 떤다. 곱닥헌(고운) 돔박생이(동박새)들도 감귤 수확기에는 입맛을 아는지 난리법석이다.

왜 왔을까. 직박구리가 감귤을 콕콕 쪼아댄 흔적을 보게 되면, 사람에 따라 반응이 다양하다. 먹으려면 하나만 먹던가, 아니면 몽땅 먹던가. 밉상이다. 보는 눈은 있어 가지고 잘 익고 맛있는 것만 골라 먹는다. 아닌 게 아니라 새들이 먹다 남은 쪽을 먹어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참 맛있다. 이쯤 되면, 제일 맛나는 것만 골라 먹었네 하고 애써 넘어간다. 주인은 감귤을 따는 인부들에게 우리 감귤은 새들도 참지 못하는 감귤이라 자랑한다.

사람을 비롯한 동물은 자기 몸을 지키기 위해 어떤 상대와 싸워야 할지 도망가야 할지를 판단해야 되고, 어떤 때는 유별난 행동에 몰두하거나 기를 펴기 위해 고군분투해야 한다. 이 때 몸속의 여러 대사활동과 뇌활동 그리고 행동반응을 활성화하는 인자가 효소와 호르몬들이다. 이러한 효소의 활성과 호르몬 분비 촉진을 도와주는 인자가 바로 비타민인데, 감귤과 같은 열매나 채소 등 몸 밖에서 공급해주야 한다.

비타민은 아주 극소량만 있어도 정상적인 대사활동이 가능한데도 불구하고, 비타민 결핍증이 생기면 야맹증, 각기병, 빈혈, 괴혈병과 같은 증상으로 고생하게 된다. 호르몬은 몸속에서 만들어지지만, 비타민은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외부에서 공급받아야 한다.

최근 몸이 허약하거나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화학비타민과 같은 건강보조제를 복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피곤해진 몸을 회복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어느새 중독성이 되어가고 과다 복용으로 변해가는 것이 문제다. 모든 자연음식에는 우리 몸에서 만들 수 없는 필수 비타민들이 들어있다.

자연음식 속에 함유되어 있는 좋은 비타민을 찾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새들도 용케 찾아낸다. 감귤은 여러 연구 결과를 통하여 종합 비타민제로 평가 받고 있다. 감귤은 알칼리성 식품이고 신진대사를 원활히 하며 피부와 점막을 튼튼히 하여 감기예방 효과가 있다고 한다. 또한 비타민 C의 작용으로 피부미용과 피로회복에 좋으며, 칼슘의 흡수를 도와준다. 항당뇨 효과와 고혈압 예방에도 탁월하다. 알맹이에서 껍질까지 모두 유용하며 귤껍질 말린 것을 진피라고 하는데 한약재로 이용되기도 한다.

제주 감귤은 조선시대에는 임금께 진상될 정도로 귀한 토산물이었으며, 지금은 전 국민에게 사랑받는 천연 비타민이 되었다. 제주의 감귤은 겨울진객 저어새와 황새보다도 까다롭기 그지없는 직박구리의 입맛을 돋우는 보약이다. 그래서일까. 노오란 감귤맛을 본 직박구리가 감기에 걸리지 않는 채 한 겨울을 이겨낸다. 이참에 서귀포시에 열리고 있는 제주감귤박람회 참관과 수확기에 접어 든 감귤밭에서 일손을 보태면서 제주 감귤을 실컷 먹어보면 어떨까. 건강도 챙기고 농민들의 시름도 덜어드리고 그리고 무엇보다도 위기에 놓인 감귤값을 회복시키는데 비타민 첨병이 되어야 될 듯싶다. <김완병 제주민속자연사박물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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