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닥도 힌 닥새기 난다'라는 제주 속담이 있다. 깃털색이 검거나 갈색이라도 하얀 달걀을 낳는다는 뜻이다. 새알은 종류에 따라 모양, 크기, 무게, 색깔, 무늬, 산란수(한배에 낳는 알의 수) 등이 다양하지만, 모양은 대체로 계란처럼 약간 타원형이다. 이는 어미새가 많은 알을 품거나 굴리는 과정에서 알이 깨지거나 둥지에서 굴러 떨어지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한 전략이다. 어두운 구멍에 알을 낳는 딱따구리, 물총새, 올빼미와 같은 새들의 알은 구형에 가까운 편인데, 색깔은 흰색에 가깝다.
새의 알껍질 색깔은 어미새가 자신의 알을 알아내거나 천적으로부터 보호받는데 유리하도록 진화해왔다. 대부분 알 껍질의 색깔은 반점없이 밝은 편이며, 특히 흰색 계열이 많은 편이다. 종에 따라 알 껍질에 나 있는 무늬와 반점이 불규칙하며, 뻐꾸기 종류는 자기의 알을 대신 품어주는 어미새(숙주)의 알과 비슷한 크기와 색깔의 알을 낳은 경향이 있다.
닥(닭)은 어떨까. 아직까지 새들 중에 검은색의 알을 낳은 새는 없다. 오골계라고 해서 검은색의 알을 낳지 않고, 품종에 따라 다를 뿐 보통 닭처럼 같다. 일반적으로 닭의 깃털색과 알껍질의 색깔이 같은 색이어서, 새의 깃털색을 보고 비유적으로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까마귀의 알을 먹는다고 머리카락이 까매지지 않는 것처럼.
아이들에게도 익숙한 속담이 있다. '까마귀 검다 하되 백로야 웃지 마라'. 깃털색이 까맣다고 해서 몸도 마음도 검을까. 실제 까마귀와 까치의 깃털색을 보면, 선입견과는 달리 광택이 날 정도로 깨끗하다. 제주의 대표적인 텃새이면서 까만 용암 절벽에서 번식하는 가마우지와 흑로도 마찬가지다. 겉은 다르지만, 생명을 유지하는 속의 기관이나 기능은 닭이나 까마귀나 백로나 사람이나 다르지 않다.
겉과 속 때문에 속상한 사람이 한 둘이 아니다. 간혹 '너 공무원이 맞지'. 이런 말을 들을 때, 목줄을 맨 공무원이라고 해서 이해 관계자들에게 다짜고짜 욕부터 듣게 된다. 어디 공무원뿐일까. 겉으론 웃고 있지만, 늘 점수로 평가받아야 하는 사람들의 속은 편치 않다. 여성일수록, 어릴수록, 부하직원일수록, 사회적 약자일수록 감정노동 스트레스가 심한 편이다.
꿩을 비롯한 새들의 알 낳기가 바쁜 요즘, 박물관을 비롯한 공영관광지에 대한 암행시찰도 한창이다. 매년 5월부터 11월까지가 평가 기간이다. 무조건 웃어볼 일이다. 고객들에게 밝은 표정을 보이느라 자기감정을 숨겨야 착한(?) 사람이다. 그래야 살아남는다. 동료 직원한테는 따뜻한 웃음 한번, 눈길 한번 제대로 주지 못하면서, 단 한 번의 대화도 해보지 않는 고객들에는 지나칠 정도의 친절을 베풀어야 한다. 친절지수를 평가하는 기관도 애로사항이 많다. 미리 마련된 항목을 점검해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고장난 친절 자판기를 찾아내야 한다. 아무리 최선을 다해 진정성 있는 감정을 표현해도, 웃는 게 웃는 것이 아닐 것이라고 오해받기 십상이며, 어떤 때는 억울하다고 항변하다가 또 다른 불이익을 받기도 한다.
보다 성숙해질 필요가 있다. 겉모습이나 색깔만을 보고, 상대를 무시하려는 자기중심적인 생각을 버려야 한다. 나의 생각대로 상대가 움직여주길 바란다면 그것 또한 착하지 않은 것이다. 단지 드러난 신분과 상황 때문에 상대로부터 강요받아도 될 존재감으로 평가를 받는다고 생각해보자. 굉장히 언짢을 것이다. 까만 닭도 까마귀도 그리고 화산섬 제주도를 찾는 1300만명의 관광객을 맞는 제주도민의 심정도 그렇다. <김완병 제주민속자연사박물관 학예연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