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서 내려다 본 제주시내. 건물이 빼곡히 들어서 있는데 반해 녹지 공간은 드문드문 보인다. 강경민기자
도시개발 등 녹지 공간 감소숲 대상지 발굴도 쉽지 않아숲트러스트 민·관 협력 과제
건물이 빼곡히 모여 있는 도시에는 회색빛이 짙다. 도로를 따라 우뚝 선 가로수, 도시공원 등이 그나마 푸른빛을 불어넣지만 개발 붐으로 인해 이마저도 줄고 있다. 제주는 특유의 자연경관으로 사람들의 발길을 사로잡지만 그 안, 도시의 풍경은 여느 곳과 다를 게 없다.
▶제주의 도시숲= 2013년 제주시 도남동에 조성된 '오라올레 도시숲'. 한때 화물차가 불법 주차를 하던 이곳은 작은 숲이 됐다. 담팔수 등의 나무가 울창하게 자랐고, 그 사이로 산책로가 자리했다. 차량이 빠르게 오가는 아스팔트 도로에서 몇 걸음 안 가 마주하는 녹색 공간이다.
도시숲은 여러모로 이롭다. 도시의 온도를 식히는 바람길이 되고, 도시가 호흡하게 하는 허파 역할을 한다. 국립산림과학원의 '산림의 공익 기능 계량화 연구'(2016)를 보면 1㏊ 규모의 숲은 미세먼지 등 오염물질을 연간 168㎏ 흡수하고 여름철 평균 기온을 3~7℃ 낮춰주는 효과가 있다. 도시 소음을 완화하고 심리적 안정감도 주기도 한다. 한마디로 도시 안의 '삶의 질'을 높여주는 셈이다.
제주도는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사업비 162억8000만원을 들여 도시숲 93.55㏊를 조성해 왔다. 그 형태도 녹색쌈지숲, 명품가로숲길 등으로 다양하다. 건물 사이 자투리땅에 나무를 심거나 길가에 가로수 등을 심는 방식으로 도시생활권에 녹지 공간을 늘리고 있다.
하지만 도시 인구가 늘고 개발이 심화되면서 도시숲은 설 자리를 잃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와 산림청에 따르면 도내 도시지역(행정구역 '읍' 이상)의 1인당 생활권 도시림 면적은 지난해 기준 11.85㎡다. 이는 세계보건기구의 권고 면적(9㎡)과 전국 평균(9.91㎡)을 웃돌지만 그 범위를 동 지역에 한하면 이를 크게 밑돌거라는 관측이 나온다. 그만큼 인구가 집중되고 고밀도 개발이 이뤄지는 시내에선 녹지 공간을 찾아보기 어렵다.
제주시 도남동 오라올레 조성 전후. 사진=제주도 제공
▶설 자리 잃는 도시숲= 이러한 현상은 갈수록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도시숲 대상 지역은 국·공유지나 자투리땅 등으로 한정될 수밖에 없는데, 각종 개발로 인해 공간조차 확보하기 쉽지 않은 탓이다.
제주도 관계자는 "시내 지역에선 도시 개발 등으로 숲을 조성할 공간을 찾기 어렵다"며 "읍면동의 협조를 받아 공한지를 찾거나 택지개발지구 공원 부지 등에 도시숲을 조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와 지자체가 한 해 도시숲 조성에 투입하는 예산도 한정될 수밖에 없다. 제주도는 올해 산림청의 지원을 받아 30억원을 투입해 도내 9곳에 도시숲 15㏊를 조성할 예정이다. 이는 2008년 이래로 최대 규모이지만 한 해 사업 면적과 사업비는 10㏊ 안팎, 20억원 내외에 그쳤다.
이에 도시숲 조성을 활성화하는 방안으로 민·관 협력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하지만 수도권 등에서 기업, 시민단체, 주민 등이 참여하는 도시녹화운동이 활기를 얻는 것과 달리 제주에선 그 움직임이 미미하다. 한 예로 도시숲 조성·관리를 위한 민·관 협력 체계인 '도시숲 트러스트'가 지난해 전국적으로 35개에 달했지만 제주에는 아직 구성되지 않았다.
도 관계자는 "올해 행정시별로 도시숲 트러스트를 구성해 도시녹화운동 참여를 활성화할 것"이라며 "기업과 함께하는 도시숲도 조성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