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지천, 다시 시민품으로](3)역사·문화·예술을 입히자

[산지천, 다시 시민품으로](3)역사·문화·예술을 입히자
원도심 발길 탐라문화광장으로
  • 입력 : 2017. 06.28(수) 00:00
  • 김지은 기자 jieun@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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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라문화광장이 있는 제주시 산지천 인근에는 김만덕 기념관 등이 자리해 있다. 광장을 활성화하기 위해선 지역의 역사문화자원과 제주시 원도심의 이야기에 주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강경민기자

전문가 "지역 역사문화자원 등과의 연계 중요"
주민협의회 운영·문화상품 개발 등 지원 필요

문화예술 공연 등 활성화로 광장 활력 더해야

탐라문화광장은 산지천, 그리고 제주시 원도심과 떼어 내 바라볼 수 없다. 결국 그 안을 채울 것도 그 지역을 중심으로 자리한 역사문화자원과 옛 이야기라는 말이 나온다. 도심의 골목을 통해 광장으로 발길이 모이고 흩어질 때 '넓은 공간'을 넘어선 의미를 찾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 이름에 걸맞게 광장 곳곳에 문화 예술을 입히는 것도 과제다. 이를 위해선 지역 주민들이 변화에 발맞출 수 있는 지원 체계를 갖추는 게 전제돼야 한다. 문화 공연 등을 활성화해 광장에 활력을 더하는 것도 중요하다.

▶원도심 이야기 담아야=제주시 원도심은 '거리 위 박물관'이다. 옛 제주성이 자리했던 곳엔 탐라국부터 근현대사까지의 역사를 담은 장소가 곳곳에 남아있다. 원도심을 가로지르는 산지천은 제주 해상의 관문이었다. 물길을 따라 사람들이 모여들고, 자연스레 새로운 문물이 오가기도 했다. 산지천 끝자락에 복원된 거상 김만덕 객주터와 새로 지어진 김만덕 기념관, 산지천 주변에 세워진 등피·밤부리 공장 터, 흑산호 가공소 터, 제빙공장 터 등의 표지석은 옛 이야기를 찾게 한다.

김봉오(전 건입동주민자치위원장) 제주문화원장은 "탐라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연결된 뿌리가 있는 곳이 제주시 원도심"이라며 "그 안에 있는 탐라문화광장 역시 문화시대의 변천을 얘기할 수 있는 공간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비록 터만 남았지만 산지천과 제주시 원도심의 옛 풍광을 읽을 수 있는 공간, 문학 작품, 유적지 등을 연결해 제주에서만 볼 수 있는 곳으로 만들어야 한다"며 "마을 노인들이 참여해 옛 이야기를 들려주도록 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탐라문화광장이 광장의 역할을 하기 위해선 원도심 골목과의 연결이 중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골목을 통해 사람들이 모여야 산지천을 중심으로 한 생활·상업 공간의 조화가 가능하고 광장 기능을 활성화할 수 있다는 얘기다.

김태일 제주대 건축학부 교수는 "광장은 넓은 공간만이 아니라 그 역할을 하게 만드는 작은 길이 중요하다"며 "탐라문화광장은 사람들이 모이고 흩어지는 최종 목적지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원도심 옛길에 남아 있는 문화 자원과 이야깃거리를 찾고 이를 따라 한적하게 걸으면서 먹거리와 볼거리를 즐길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정 관심·지원 체계 중요=탐라문화광장의 조성 취지를 살리기 위해선 행정 당국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광장·공원 등 공공시설을 갖추는 데서 끝날 게 아니라 지역 주민과 문화예술인 등이 지역 활성화에 나설 수 있는 지원 체계를 마련하는 데까지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추진 중인 제주시 원도심 도시재생 사업과 연계한 원희룡 도정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제주도의회에선 탐라문화광장을 활성화하기 위한 조례 제·개정 움직임이 일고 있다. 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 홍경희 의원을 중심으로 문화광장을 지원하기 위한 조례를 새로 만드는 안과 기존 조례에 의해 탐라문화광장을 문화지구로 지정하는 방안을 놓고 검토하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 문화지구 관리 및 육성에 관한 조례'에는 도지사가 문화지구의 환경 개선, 문화예술행사와 프로그램 운영, 문화상품 개발, 주민협의회 지원 등 문화지구의 육성과 관리를 위한 필요한 사안을 지원할 수 있도록 돼 있다.

홍경희 의원은 "탐라문화광장 사업의 경우 전임 도정에서 시작된 일이기 때문에 관심이 덜할 수 있고, 하드웨어적인 것만 갖춰진 상태에서 콘텐츠가 빠지면 별 볼일 없는 곳으로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다"며 "지역 주민들이 광장 조성 취지에 걸맞는 사업이나 행사를 할 때 지원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탐라문화광장의 볼거리의 하나로 문화예술 공연을 활성화하기 위해선 이에 맞는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 도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펀 앙상블' 이병철 악장은 "막대한 예산이 투입돼 시설이 갖춰졌지만 그 공간을 활용해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운영하거나 공연을 활성화하기 위한 지원이 있는지 돌아봐야 한다"며 "프로 말고도 아마추어 단체를 지원해 공연장으로 활용하도록 하면 거리 공연 문화가 형성되고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시영 선임기자·김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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