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 25시]부산 이바구길에서 떠올린 제주

[편집국 25시]부산 이바구길에서 떠올린 제주
  • 입력 : 2017. 09.21(목) 00:00
  • 김지은 기자 jieun@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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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역에서 언덕을 따라 조금만 걸으면 닿는 '초량 이바구길'. 한때 피난민이 몰리며 가장 낙후된 곳으로 여겨졌지만 일제강점기, 해방, 한국전쟁 등을 거치며 쌓인 삶의 흔적을 엮어 선보이면서 지역의 대표 관광지가 됐다.

이 거리가 특별한 건 그저 '잘 나가는' 테마거리여서가 아니다. 부산 동구는 초량 이바구길을 단순한 관광 자원이 아닌 일자리를 창출하는 공간으로 이어갔다. 그 중심에는 노인들이 있다.

마을 노인들에게 이 길은 삶터이자 일터이다. 길 곳곳에 자리한 식당, 카페, 게스트하우스 등에서 방문객을 맞고 옛이야기를 풀어내는 것도 이들 몫이다. 누구보다 마을을 잘 알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현재 이 길에서 일하는 노인이 174명에 달한다.

이러한 일자리는 그저 단기간, 정해진 급여를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부산 동구는 일자리의 지속가능성에 초점을 두고 시장형 일자리를 활성화하는 데 집중했다. 현재 이바구길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노인 일자리 사업이 7개인데, 이 중 5개가 참여 노인들이 수익을 나눠 갖는 시장형이다.

부산 이바구길에서 제주를 떠올린 것은 제주가 가야 할 방향을 가리키는 듯해서다. 국내 어느 곳보다 관광 자원이 풍부한데다 도시재생 사업이 진행되고 있어 새로운 일자리 모델을 충분히 만들어 낼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현실은 거리가 멀다. 제주에서도 관광지나 문화재의 안내를 맡거나 지역 특산물을 판매하는 일부 시장형 사업이 진행되고 있지만 전체 노인 일자리 규모의 극히 일부다. 제주시 원도심 도시재생 사업에서도 마을 노인들의 삶의 경험과 노하우를 활용해 새로운 관광 콘텐츠, 또는 일자리를 만들려는 시도는 보이지 않는다. 제주가 고령사회에 진입한 지금, 지역 자원과 노인 일자리의 연계를 강화해 고령화 여파를 줄이려는 노력이 시급해 보인다.

<김지은 편집뉴미디어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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