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속 얼음골 ‘풍혈지대’ 만나다갱도진지, 제주 4·3 도피처 등뼈아픈 근대사 지켜본 흔적들무형문화재·터키 에브루 공연주말 마다 볼 만한 공연 가득
'태고의 신기함이 도처에 걸렸구나./ 굽이굽이 온 골짜기 감아 도는데/ 높고 낮은 온 봉우리 그림 병풍이어라.'(신영대의 '거문오름에 들려'중에서)
태고의 신기함이 도처에 걸려있는 곳, 거문오름은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의 반열에 오른 곳으로 제주시 조천읍 선흘2리에 위치해 있다. 만장굴 등 거문오름용암동굴계의 시발점에 위치하고 있어 더욱 진가가 빛나는 곳이다. 쉽게 갈 수 없었던 곳이기에 폭염으로 힘든 지금 날씨에도 매혹적으로 다가오는 곳이다. 거문오름 숲에 들어가 신비로운 '풍혈'에서 만나는 청량한 바람을 잠시 느끼기만 해도 '숲에 온 이유'를 찾고도 남음이 있다. '2018 세계자연유산 거문오름 국제트레킹'은 28일부터 8월 6일까지 열흘간 세계자연유산 거문오름 일대에서 열린다.
▶코스별로 살피는 거문오름
거문오름 국제트레킹의 가장 큰 특징은 세계자연유산인 거문오름의 진가를 만끽할 수 있도록 탐방코스가 짜여진다는 점이다. 코스별 '스토리텔링'은 트레킹의 묘미를 더 느끼게 해준다.
거문오름 국제 트레킹 행사 참가자들이 태극길을 걷고 있다.
이번 행사기간에는 사전 예약 없이 거문오름을 무료로 탐방할 수 있다. 평소 개방되지 않던 용암길과 진물길도 개방된다. 거문오름 트레킹 코스는 분화구 내부와 정상부 능선을 따르는 태극길(10㎞)과 거문오름에서 분출된 용암이 흘러내려간 구간인 용암길(5㎞), 그리고 벵뒤굴부터 흐린내생태공원까지의 진물길(6㎞) 총 3곳이다.
'태극길'은 탐방로가 '태극' 문양을 형상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탐방안내소에서 출발, 용암협곡, 알오름전망대, 숯가마터, 화산탄, 수직동굴 등 거문오름 분화구를 먼저 둘러본 뒤 9개 봉우리 능선을 돌게 된다. 전체 코스 10㎞를 선택하면 3시간 30분이 소요된다. 정상코스 1.8㎞, 분화구코스 5.5㎞, 능선코스 5㎞ 등으로 일부구간만 선택해 걸을 수 있다.
'용암길'은 행사기간 한시적으로 개방되는 코스다. 지난해 행사 이후 이 구간은 일반인들의 출입이 통제돼 휴식기간을 거쳤다. 거문오름에서 용암이 흘러간 길을 따라 상록수림, 가시딸기 군락지, 벵뒤굴 입구, 웃밤오름(웃바메기)까지 이어지는 총 5㎞ 코스로, 탐방시간은 2시간에서 2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용암길'이라는 이름은 거문오름에서 발원한 용암이 흘러내려간 길이라는 뜻을 담아 명명됐다. 거문오름 분화구로부터 분출된 용암류가 지형경사를 따라 흘러가면서 형성된 곶자왈과 숲과 암괴들을 체험할 수 있다. 용암길 종착지 다원인 '경덕홈스프링스'에서 탐방안내소까지 5㎞구간은 셔틀차량을 운행해 탐방객들의 편의를 돕게 된다.
'진물길'은 지난해 첫 선을 보였다. 탐방안내소에서 시작해 거문오름 정상을 거치고 용암길 입구, 벵뒤굴로 향하지만 최종 목적지는 흐린내생태공원이다. 6㎞ 코스로 3시간 30분정도 소요된다.
▶근대사 간직한 공간… 오묘한 식생도
거문오름 국제 트레킹 부대행사.
거문오름 일대는 고난과 비극의 제주근대사를 상징하는 핵심공간중의 하나로 꼽힌다. 일제강점기와 이어진 4·3사건의 슬픔과 아픔이 고스란히 녹아들어 있다. 이들 갱도진지는 일본군이 제주도를 최후의 전쟁기지로 삼았던 생생한 역사현장이다. 이어 해방공간에 불어 닥친 '4·3' 당시에는 사람들의 도피처로 이용되기도 하였다. 과거 넓고 깊숙한 거문오름 일대는 사람들이 숯을 굽고 화전을 일구던 생활터전이었다. 시대를 거술러 가면 조선시대 거문오름 주변은 국영목장의 무대가 된다. 이처럼 거문오름의 이면엔 제주근대사의 아픔과 비극이 면면히 흐르고 있다.
거문오름의 식생은 조림된 삼나무림, 낙엽활엽수림, 관목림 및 초지, 상록활엽수림 등 특징적인 4개의 숲으로 구분된다. 그리고 용암하도를 따라 다양한 함몰구가 발달해 독특한 생태적 입지를 지니고 있으며 난·온대식물이 공존하는 식생과 식물상을 갖는 곳이다.
또한 식물 종 다양성이 높으며 특히, 양치식물의 경우 지리적인 입지가 비슷한 다른 지역에 비해 독특한 식물상을 보인다. 특징적인 식물로는 일색고사리, 주름고사리, 지느러미고사리, 곶섬잔고사리, 주걱일엽, 쇠고사리, 좀고사리, 주걱비름, 나도은조롱, 가시딸기, 붓순나무, 식나무 등을 들 수 있다. 숲에는 곤충류를 비롯한 다양한 먹이자원으로 직박구리, 제주휘파람새, 동박새, 곤줄박이, 박새, 멧비둘기, 흰배지빠귀, 호랑지빠귀, 큰오색딱다구리, 어치와 같은 텃새와 팔색조,삼광조, 흰눈썹황금새와 같은 철새들의 번식지가 되고 있다.
▶최장 규모 자랑하는 용암협곡과 분화구
용암길을 걷고 있는 거문오름 국제 트레킹 행사 참가자들.
거문오름은 지금으로부터 약 28만 년 전 화산활동을 시작하였는데, 폭발적인 현무암질 화산활동과 함께 높이 112m의 작은 화산체를 형성하였을 뿐만 아니라 분화구로부터 막대한 양의 용암을 유출시켰다.
화구로부터 용암류의 유출에 따라 화산체는 말굽형 분화구의 모양을 보여주며, 지형 경사를 따라 북쪽으로 흐른 용암류는 약 7㎞를 흘러 선흘 동백동산까지 추적이 가능하다.
이 용암 협곡(lava channel)은 제주도 내에서 최장의 규모를 자랑하며, 용암류가 흐른 자리에는 '선흘곶'이라고 부르는 자연림이 울창한 특이한 화산지형이 형성되어 있다.
또한 거문오름으로부터 유출된 거대한 용암류의 흐름은 지표면 하부에 대규모의 용암 동굴을 형성하였다. 용암동굴은 용암의 표면이 식어서 먼저 굳어지고 난 후에도 내부의 용암이 계속 이동하면서 만들어진 용암 내부의 긴 공간이다.
▶주말공연과 함께하는 거문오름
거문오름 국제 트레킹 행사기간에는 선흘 2리 부녀회 등에서 부스를 운영한다.
다양한 주말공연도 마련된다. 올해 거문오름 국제트레킹은 세계화를 테마로 29일 우리의 소리 무형문화재 공연과 터키 전통 마블링 '에브루' 공연이, 다음달 4일엔 남미전통음악 '라파엘' 등을 선보인다. 다음달 5일엔 초대가수 박혜경의 특별 공연도 펼쳐질 예정이다. 풍물 길놀이공연과 세계자연유산 마을인 한경면 난타동아리의 교차공연, 무형문화재 김대규의 소리공연도 펼쳐진다. '에브루'공연은 터키 전통 예술중 하나로 물판위에 그림을 그린뒤 찍어내는 파동예술이다. 마임공연단 '삑삑이'의 공연도 이색 볼거리를 제공할 계획이다.
제주 띠앗 합창단의 감미로운 공연. 올해는 오는 8월 4일 오전 11시부터 진행 될 예정이다.
이밖에 비누만들기 체험, 천연염색 체험, 목공체험 등 친환경 관련 체험부스가 운영되며, 거문오름 블랙푸드 사업단의 육가공 및 오메기떡, 선흘리 특산품 백도라지분말 시음 등 세계자연유산지구 음식 체험도 마련된다. 27일부터 다희연 일원에서 세계적인 조명축제 '제주라프'도 열린다.
또 제주세계자연유산의 다양한 사진을 찍어 페이스북 '제주세계자연유산 거문오름국제트레킹'에 등록하면 추첨을 통해 총 5명을 선정, 20만원의 상금을 주는 이벤트도 진행된다.
행사 개막식은 오는 28일 오전 9시 제주세계자연유산센터 특설무대에서 진행되며, 세계자연유산 자매결연지인 일본 아오모리현 관계자 등이 참석할 예정이다. 문의 거문오름국제트레킹위원회 064-750-2543. 이현숙기자
<탐방 주의사항> 등산 스틱·흡연 "안돼요"
탐방객을 위해 트레킹 기간 동안 무료셔틀버스도 운행된다. 셔틀버스는 용암길 최종목적지인 다희연에서 흐린내생태공원을 지나 (전)탐방안내소까지 운행되며, 평일은 30분마다, 주말은 20분 마다 배차될 예정이다. 탐방객들은 반드시 선흘2리 탐방안내소에서 출입증을 받은 후 탐방해야 한다. 탐방을 마친 후에는 출입증을 반납해야 한다. 탐방시간은 오전 8시부터 1시까지로 제한된다.
탐방로에선 일체의 취사행위가 금지된다. 탐방객들은 물과 간식을 지참해 정해진 구간에서 먹되 쓰레기는 반드시 되가져와야 한다. 세계유산 보호와 탐방객의 안전을 위해 탐방로를 벗어나서는 안되며, 특히 일부 구간의 목재데크는 지반과 차이가 많기 때문에 추락하지 않도록 주의가 필요하다.
산나물·꽃·나무 등 일체의 식물 채취행위도 금지된다. 이와 함께 거문오름의 보존을 위해 등산용 스틱 사용도 금지된다. 문의는 탐방안내소 (064)710-89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