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정의 편집국 25시] 헌책에 대한 고민

[박소정의 편집국 25시] 헌책에 대한 고민
  • 입력 : 2019. 10.31(목) 00:00
  • 박소정 기자 cosorong@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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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일 전, 지인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보물찾기를 하는 느낌이야."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그의 목소리엔 설렘이 가득했다. 대학 내 작은도서관에서 오래된 책을 정리하다 누군가 책 속에 넣어둔 추억의 물건을 여러 개 발견했다는 것이었다. 낡고 색이 바랜 편지, 승차권, 우표 등 옛 물건들에 문화 감수성이 피어오른다고 했다. 나도 헌책에 대한 로망을 갖고 있는 사람 중 한 명이다. 오래된 책이 수북히 쌓인 헌책방은 누군가의 추억이 서린 책을 통해 문화를 나누는 공간으로 여겨왔다. 쇠락해가는 헌책방들의 소식이 들릴때면 마음이 아려오기도 했다.

그런 까닭에서일까. 요 몇년 사이 헌책방을 살리기 위해 벌어지는 실험들이 그저 반갑기만 하다. 서울 청계천 헌책방거리, 부산 보수동 책방골목, 전주 동문 헌책방 거리, 광주 계림동 헌책방 거리 등 전국에서 헌책방을 살리기 위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눈길을 끄는 건 민간 뿐만 아니라 지자체도 함께 하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잠실철교 아래에 비어있던 물류창고의 활용방안을 7년간 고민한 끝에 공공헌책방을 만들었다. '서울 책 보고'는 청계천 헌책방 거리를 지켜온 25개 헌책방이 함께하고 있는데, 하루 평균 방문객이 1300명이 넘는다고 한다.

제주에서도 헌책의 가치를 알리려는 움직임이 꾸준하다. 제주대학교 언론홍보학과는 제주에서 가장 오래된 헌책방인 책밭서점과 함께 매년 11월이 되면 학교 내에서 '북페어'를 열고 있다. 출판문화 수업을 듣는 학생들이 헌책방에서 직접 고른 1000권이 넘는 책을 전시하고 판매하는데, 벌써 10년째라고 한다. 탐나라공화국도 제주헌책도서관을 만들어 헌책페어를 진행하고 있다. 헌책의 가치, 그 공간을 살리기 위한 고민들이 점점 깊어간다. 간과해서는 안될 과제임이 분명하다. <박소정 편집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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