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권행보에 나선 원희룡 제주지사의 돌발발언으로 인해 참석자들의 항의와 고성으로 광복절 경축식이 얼룩졌다.
제주특별자치도는 15일 조천체육관에서 제75주년 광복절 경축식을 개최했다. 코로나19에 따른 방역차원에서 참석자를 독립유공자와 유족, 광복회원 등 90명으로 제한했다.
행사는 제주인의 항일운동 의지를 표현하는 경축공연을 비롯해 제주 항일운동을 소개하는 기념영상 상영 등의 프로그램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사건은 김원웅 광복회장의 광복절 경축식 기념사를 김률근 광복회 제주도지부장이 대독한 직후, 원 지사가 답사를 하기 위해 단상에 올라서며 시작됐다.
원 지사는 "모두가 독립운동에 나서지 못했지만 식민지 백성으로 살아갔던 게 죄는 아니다"면서 "한국전쟁에서 나라를 지킨 그 공을 우리가 보면서 역사 앞에서 공과 과를 겸허하게 우리가 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원 지사는 이어 미리 준비한 광복절 축사를 대신 광복회장의 기념사를 문제삼는 발언을 하며 최근 중앙정치권에서 불거진 '친일파 파묘' 논란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혔다.
원 지사는 "지금 75주년 맞은 광복절에 역사의 한 시기에 이편저편 나누어서 하나만이 옳고 나머지는 모두 단죄되어야 하는 그런 시각으로 우리 역사를 조각내고 우리 국민을 다시 편가르기 하는 그런 시각에는 결코 동의할 수 없다"며 "앞으로 이런 식의 기념사를 또 보낸다면 저희는 광복절 경축식의 모든 행정집행을 원점에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현장에 참석했던 관계자에 따르면 김일성과 6·25전쟁까지 언급하며 자신의 논리를 폈다는 것이 현장의 전언이다.
이에 따라 광복회 회원과 독립유공자 유족 등의 강한 항의가 빗발쳤고, 원 지사는 행사가 채 끝나기도 전에 현장을 빠져 나갔다.
도는 이에 대해 보도자료를 통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겠다는 입장이다.
다음은 원희룡 지사 광복절 기념사 전문.
축사에 앞서 분명히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 있다.
김원웅 광복회장님. 우리 국민의 대다수와 제주도민들이 결코 동의할 수 없는 매우 치우친 역사관이 들어가 있는 이야기를 기념사라고 광복회 제주지부장(김률근)에게 대독하게 만든 이 처사에 대해 매우 유감이며, 제주도지사로서 내용에 결코 동의할 수 없음을 밝힌다.
조국 독립을 위해 목숨을 걸고 싸운 분들 진심으로 존경하고, 그 분들의 뜻을 기리기 위해 저희의 평생 후손 대대로 최선을 다할거다. 하지만 태어나보니 일본 식민지였고, 거기에서 일본 식민지의 시민으로 살아가면서 선택할 수 없는 인생을 살았던 많은 사람들이 있다.
비록 모두가 독립운동에 나서진 못했지만 식민지 백성으로 살았다는 것이 죄는 아니다. 앞잡이들은 단죄를 받아야겠죠. 하지만 인간은 한계가 있는 것이고 특히 역사 앞에서 나라를 잃은 주권 없는 백성은 한 없이 연약하기만 하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공과 과를 함께 보는 것이다.
3년의 해방정국을 거쳐서 김일성 공산군대가 대한민국을 공산화 시키려고 왔을 때 목숨걸고 나라를 지켰던 군인과 국민들이 있다. 그 분들 중에는 일본 군대에 복무했던 분들도 있다. 하지만 한국전쟁에서 나라를 지킨 그 공을 우리가 보면서 역사 앞에서 공과 과를 겸허하게 우리가 보는 것이다. 그 후로 세계 최 후진국에서 가난한 나라에서 경제성장을 이루기 위해서 많은 노력이 있었다. 또 민주화를 위한 많은 희생도 있었다. 오늘의 선진 대한민국을 만든 데에는 많은 분들의 공이 있었고, 과도 있었다.
지금 75주년을 맞은 이 때에 역사의 한 시기에 이 편 저 편을 나눠서 하나만이 옳고 나머지는 모두 단죄받아야 되는 그러한 시각으로 역사를 조각내고 국민을 다시 편가르기 하는 그런 시각에는 결코 동의할 수 없다. 앞으로 이런 식의 기념사를 또 보낸다면 저희는 광복절 경축식에 모든 계획과 행정집행을 원점에서 검토하겠다. 특정 정치 견해의 집회가 아니다.
바로 이 75년 과거의 역사의 아픔을 우리가 서로 보듬고 현재의 갈등을 통합하고 미래를 위해서 새로운 활력을 내야 될 광복절이 되기를 진심으로 열망한다.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