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국토부 "조건 수용 않으면 레이더 공사 재개" 논란

[초점] 국토부 "조건 수용 않으면 레이더 공사 재개" 논란
건축허가 취소·손실보상금 지급 조건 내걸어
국토부 "조건 없는 부지 변경은 업무상 배임"
사회적 갈등 우려한 제주도 요구 사실상 거절
  • 입력 : 2021. 12.23(목) 18:12
  • 이상민기자 has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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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수정=23일 오후 6시18분]국토교통부가 한라산 1100고지 인근 오름 정상에서 추진하다 환경 훼손과 건축 허가 위법 논란에 중단한 '제주남부지역 항공로 레이더 구축사업(이하 남부 항공로 레이더)에 대해 제주도가 건축허가를 스스로 취소하고, 철거비 등 손실보상금을 지급해야 부지를 변경하겠다는 조건을 내건 것으로 확인됐다. 국토부는 만약 이 조건이 수용되지 않으면 공사를 재개할 수 밖에 없다며 강행 의지를 드러냈다.

국토교통부 항공교통본부는 "지난 22일 서귀포시와 제주도에 공문을 보내 제주도가 건축허가를 취소하고 손실보상금을 지급하지 않으면 공사를 재개할 수 밖에 없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23일 밝혔다.

앞서 제주도는 지난달 19일 국토부에 "남부 항공로 레이더 부지가 절대보전지역이자 삼형제오름 정상이어서 사업을 그대로 추진할 경우 도민 정서와 환경 보전 측면을 감안할 때 심각한 사회적 갈등이 우려된다"며 부지 변경을 요청했다.

이후 국토부는 약 한달 간 내부 회의와 전문가 자문을 거친 끝에 제주도가 자신들의 요구를 수용해야 부지 변경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확정했다.

국토부가 요구한 손실보상금은 지금까지 소요된 용역·건축 비용과 철거 비용을 모두 합친 것으로, 금액으로 따지면 7억~8억원으로 추산된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 사업의 건축 행위 허가권자는 제주도이고 건축 허가권자는 서귀포시인데, 법률 검토 결과 이들 기관으로부터 건축허가 취소 통보도 받지 않은 상태에서 우리가 아무런 조건 없이 스스로(건축 재개를 포기해) 부지를 변경하면 업무상 배임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건축허가 취소와 손실보상금 지급 등 둘 중 어느 하나라도 충족하지 않으면 내년 초부터 공사를 재개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단 국토부는 제주도가 두가지 요구를 모두 수용하면 지금까지 고려된 적 없는 새로운 부지를 찾을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삼형제오름과 함께 애초 남부 항공레이더 후보지로 거론된 곳은 또다른 오름인 서귀포시 동홍동 미악산과 기존 시설인 안덕면 동광레이더이지만, 미악산은 오름이다보니 대체 부지로 선정하면 논란이 재연될 우려가 있고 동광레이더는 주변에 장애물이 많아 새 레이더 부지로 삼을 수 없다고 국토부는 전했다.

공을 넘겨 받은 제주도는 당혹스러운 분위기다. 도 관계자는 제주도의 입장을 묻는 질문에 "국토부의 요구에 대해 검토할 시간이 필요하다"고만 했다.

한편 남부 항공로 레이더는 제주 남부지역 항공로를 오가는 모든 항공기를 감시하는 시설이다. 국토부는 내구연한이 도래한 기존 동광레이더를 최신 기술이 도입된 남부 항공로 레이더로 교체하기로 하고, 올해 10월부터 삼형제오름에서 본 공사를 시작했지만 제주도 건축 허가 과정이 적법하지 않았다는 논란이 일자 이틀 뒤 공사를 잠정 중단했다. 제주특별법은 보전 가치가 높은 절대보전지역이라도 원형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제주도 보전지역 관리에 관한 조례'에 규정된 행위를 허용하고 있는데, 이 조례에도 절대보전지역 오름에선 레이더를 설치할 수 없다는 금지 규정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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