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에 입항하는 비욘드 트러스트호.
언제 입항할지도 모르는 크루즈선박 때문에 제주항의 운영 효율성이 떨어지고 충돌 등 사고 위험만 높아지고 있다.
'세월호 참사' 이후 7년 8개월만에 제주-인천항로에 취항한 비욘드 트러스트호는 입항할 때는 제주항 6부두로, 출항할 때는 4부두(화·목)와 6부두(토)를 번갈아 이용하고 있다.
선석을 공동으로 이용하는 다른 배가 들어올 때마다 제주항 앞바다로 나가 길게는 5시간 넘게 임시 정박한 후 출항시간에 맞춰 재입항하는 등 입·출항을 반복하고 있다.
이로인해 선박 충돌 사고 위험이 증가하고 있는데다 화물운송에도 차질이 발생하고 있다.
비욘드 트러스트호 선사측은 제주항의 선석 부족으로 제주항에서 2시간 이내에 화물을 내리는 작업을 모두 마무리해야 해 인천발 화물운송을 다음 항차로 미루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처럼 제주항은 여객선 뿐만 아니라 나머지도 선석 부족이 심각하다. 현재 제주항의 선석은 모두 29개다. 하지만 이용선박은 여객선 10척과 관공선 20척, 화물선 25척 등 55척에 이르면서 상당수 선박들이 고정선석을 배정받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부정기적으로 오가는 화물선과 유조선 등도 수십 척에 달해 제주항에는 매일 '정박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일부에서는 비어있는 크루즈 선석을 임시로 활용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제주항 크루즈선석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입항하는 배가 한 척도 없는데도 보세구역 문제로 다른 대형선박의 접안 선석으로 전혀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제주자치도는 매년 입항 스케줄이 꾸준히 잡히고 있어 쉽게 국내 여객선에게 선석을 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제주자치도 관계자는 "대형선박이 정박할 수 있는 선석인 4부두와 6부두, 7부두가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내부적으로 크루즈 선석의 활용방안을 고민했지만 보세구역을 해제할 경우 다시 지정하기도 쉽지 않고 크루즈 입항일정도 잡혀 있는 상태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제주자치도가 뾰족한 대응방안을 내놓고 있지도 못하다.
지난 2016년부터 추진한 제주외항 2단게 개발사업은 타당성 재조사에서 들어오지도 않는 크루즈 입항조건에 묶여 진척이 없는 상태다.
고작 내놓은게 제주항 선석 운영 효율화 방안 연구용역이다. 제주항 선석 운영현황을 분석하고 도내 무역항과 연안항의 선석도 조사해 임시방편적으로 '선석 재조정 방안'을 제시하겠다는 방침이다.
제주자치도 관계자는 "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선석 재조정을 통해 효율적인 운영을 도모하고 답보상태인 제주외항 2단계 개발사업에 대한 절충을 강화해 항만 인프라를 확충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