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김한욱의 ‘제주개발100년사’

[서평] 김한욱의 ‘제주개발100년사’
제주발전 개발사 정립위한 소중한 사료
  • 입력 : 2022. 09.08(목) 00:00
  • 편집부기자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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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식/제주와미래연구원 제주역사연구소장

김한욱 전 제주부지사가 '제주개발 100년사'를 출간했다. 일전에 직접 만나 뵙고 책을 전해 받고는 일순간에 책을 펼쳐 읽어보았다. 이 책을 통해 9급 말단으로 시작해서 부지사에 이르기까지 제주도 행정의 대가다운 능력과 실제 경력을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더불어 초대 국가기록원장을 지내면서 몸소 익힌 자료 수집 열정과 역사가 못지않은 편집·서술의 솜씨로써 귀중한 제주도 근현대 연구자료를 제공했다. 앞으로 후배 연구자와 공직자뿐만 아니라 제주도 미래 발전의 기획자들에게 크게 이바지할 역작이라고 생각한다.

저자는 행자부 초대 4·3지원단장의 역할을 성공적으로 마친 뒤 행자부 산하 정부기록보존소장으로 부임했다. 1년 뒤 '기록보관창고'로 놀림 받던 기관을 국가기록원으로 승격시켰고, 1300억 원을 투입해 성남시에 2만 평 규모의 최첨단 '나라기록관'을 건립했다.

‘제주개발 100년사’는 개발 계획을 입안하고 실행한 제주에서의 공직 경험과 국가기록원에서 수집·열람한 제주도 관련 기록물과의 만남 속에서 이루어낸 저자의 인생 보고서에 다름없다. 1937년 일제 총독부가 수립한 '제주도개발 계획서'를 시작으로 정부 수립 이후 최근에 이르기까지 총 19회에 걸친 제주도 종합개발계획 관련 원자료와 정리자료를 총망라하는 역작을 산고 끝에 출간하게 됐다.

이 책을 통해 중앙정부 주도로 시작돼 특별자치 제주도 중심으로 바뀐 개발 정책의 장단점을 세심하게 분석 정리했다. 개발과정에서 나타난 성과뿐만 아니라 환경 훼손, 주민 참여 미흡과 소외감, 개발이익의 역외 유출, 주민 갈등 부분 등의 문제점에 대해서도 저자의 생각을 가감 없이 서술했다. ‘제주개발 100년사’와 더불어 출간된 저자의 ‘9급 공무원의 꿈’에는 탑동 매립 사업과 제주도개발특별법 제정, 국제자유도시 추진에 이르기까지 제주도 개발 핵심계획의 입안과 추진 과정에 담긴 이면사가 잘 서술돼있다.

시민사회단체나 환경단체의 안목으로 보면 저자의 책은 개발을 주도한 행정가의 보고서로서, '도민 주체 개발', '지속가능한 발전'과는 거리감이 있다고 평가될 수 있다. 그럼에도 아직 특별자치도에 걸맞은 자체 재원과 발전 역량을 갖추지 못한 지역 현실을 직시할 필요도 있다는 지적은 경청할 필요가 있다.

공적인 지역 개발의 대척 지점에서 전개된 개발 반대 주민운동 관련 기록을 수록한 제주민주화운동사료연구소의 최근 자료집과 대조하면서 본다면 독자들의 시야가 더욱 넓어질 것으로 기대한다. 또한 건설 부문 전문 공직자 출신인 김중근 국장이 발간한 ‘제주건설사’, 제주특별자치도 지방행정동우회에서 발간한 ‘제주70년 발전실록’과도 견주면서 일독하면 유익할 것이다.

제주개발 100년사’는 제주 발전과 개발의 올바른 역사 정립을 위한 소중한 사료이며 미래세대의 교훈 서적임에 손색이 없다. 더불어 이 책의 발간을 계기로 제주도 개발의 명과 암을 담은 현대사 기록의 발굴과 수집 정리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된다. 문득 지난 2014년 국가기록원 제주분원의 설치 시도가 좌절된 사실이 상기된다. 작년 제주기록원 신설에 관한 용역이 실시된 바 있는데 진척되고 있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제주개발 100년사’의 출간을 계기로 제주 현대사 기록에 대한 총체적 수집·정리 사업이 신임 도정의 핵심정책으로 추진되면 좋겠다. 또한 저자가 수집 소장 중인 제주 관련 기록물에 대한 후속 발간 또는 언론 지면 연재를 기대해 본다.

<박찬식 제주와미래연구원 제주역사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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