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새벽 서울 가락동경매시장에서 경매 대기 중인 제주 감귤.
[한라일보] 영하 10도에 매서운 한파가 몰아친 1일 새벽 1시 서울 가락동 시장. 육지 감귤 유통의 출발지인 이 곳 각 경매장에는 하차가 완료된 제주산 감귤 상자들이 사람 키만큼 높이 쌓인 상태로 오전 2시에 시작되는 경매를 기다리고 있었다. 서울 가락시장은 2021년산의 경우 전국 9대 도매시장 감귤 유통물량의 34%를 차지하는 등 제주감귤의 주요한 유통경로 역할을 하고 있다.
|중도매인들 "경기도 나빠 과일 안먹어.. 포근한 날씨에 부패과. 찌그러진 상자 씁쓸"
각 경매장에선 경매에 앞서 중도매인들이 감귤 상자를 열고 귤의 맛을 살피고 있었다. 감귤데이를 맞아 활기찬 분위기에 대한 기대와 달리 경매인들의 표정은 밝지만은 않았다.
경매에 참여하기 위해 대기 중이던 중도매인 A씨는 "제주 날씨가 올해 포근해서인지 그런지 상자를 열어보면 상한 감귤들이 보인다. 일부 농가 감귤은 박스도 젖어서 찌그러진 경우도 눈에 띈다"며 한숨을 쉬었다. 실제 일부 농가의 감귤 박스만 유독 찌그러져있는 게 발견됐다.
또다른 청과 경매 대기 장소에서 만난 경매사 B씨는 "감귤 시즌이 왔는데 경기가 좋지 않아서 그런지 수요가 확실히 줄었다"고 씁쓸해했다. 이어 "올해 해거리로 대과 비율이 높은데도 S(55~58㎜) 규격과 M(59~62㎜)규격의 가격 차이가 많지 않다. 그만큼 소비가 안된다는 것이고, 가장 수요가 높은 S 단가비율이 높지 않다는 얘기"라며 답답함을 드러냈다.
|오영훈 지사 "제주 농가 노력 결실 맺도록 좋은 가격 부탁"
오전 2시 정각이 되자 일제히 경매가 시작됐다.
오영훈 제주특별자치도지사와 제주 감귤 주산지 농협 관계자 등이 경매 현장을 찾아 경매사들과 중도매인들에게 농가들의 노력이 결실을 맺도록 좋은 가격으로 보답해달라고 당부했다.
오 지사는 "제주도민들의 관심이 지금 가락시장에 쏠려있다"며 "여러분의 많은 도움 덕분에 작년 대비 가격이 3퍼센트 정도높다. 농가에 큰 힘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에 경매를 진행하던 경매사는 중도매인들에게 경매가에 신경을 더 써달라고 당부하며 화답했다.
제주도의 파악대로 예년 보다 감귤 값이 상승한 측면이 있지만 현장에서는 체감 분위기가 사뭇 다른 듯했다. 극조생감귤은 21년산 대비 평균 6000~8000원대 가격을 형성하고 있으며, 조생온주는 평균 6000~9000원대를 보이고 있다.
새벽 3시를 조금 넘어 시작된 오 지사와 전국과실중도매인연합회, 5대 법인관계자, 경매사, 중도매인 등이 참석해 제주감귤 유통의 활성화를 위한 현장의 지혜를 모으기 위해 마련된 간담회는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김상윤 경매사는 시장 동향 브리핑에서 "극조생 감귤의 경우 출하시기에 이태원 참사로 행사가 많이 취소되며 2021년산 대비 가격이 많이 하락했다. 또 11월 초 부패과가 집중 발생해 약 2주간 판매에 어려움이 있었다. 조생온주의 경우 2021년산 대비 출하물량이 10% 줄고, 지금은 작년 수준 가격대를 보이고 있다"며 "제주 날씨가 온도가 높고 습해서 부패과가 좀 빨리 진행되는 경향이 있다. 쌀쌀해지는 다음주부터 가격 상승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경매사는 만감류의 경우 달러 강세 및 유류비 증가로 인해 올해 오렌지 수입에 차질이 전망되면서 가격에는 기대감을 내비쳤다.
가락동 시장 경매사들과 간담회하는 오영훈 지사.
|결국 소비자들이 시장 결정...트랜드 반영해야
과일 소비층의 연령대가 낮아진다는 점은 감귤의 생존에 가장 큰 변수가 될 전망이다. 젊은층 소비자는 온라인 구매 비중이 크고, 당일 배송에 익숙하며, 가성비 좋은 중저가와 동시에 고가형 상품들을 동시구매하는 성향도 있다는 게 현장의 분석이다. 특히 어린이들과 여성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 상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 간담회서 제기됐다.
그동안 감귤 가격 하락의 고질적 원인이었던 비상품 감귤 유통과 강제 착색 문제는 많이 개선됐다는 평가도 나왔다. 전국과실중도매인연합회 관계자는 "앞으로도 제주도와 비상품 감귤 척결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헀다.
이날 일부 하우스 감귤의 경우 3kg 한 상자에 7만원에 판매된 사례도 거론되며 품질 좋은 감귤로 승부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됐다.
오 지사는 "결국 소비자들이 시장을 결정한다는 것은 변함이 없다. 좋은 감귤로 승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도정과 생산자 단체에서 함꼐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서울 양재동 농협유통 하나로마트에서 감귤데이 행사.
|겨울 대표 과일 감귤 기대하는 소비자들
제주 감귤이 어려운 상황이지만 2022 감귤데이 행사가 펼쳐진 서울시 양재동 농협유통 하나로마트에서는 소비자들의 감귤에 대한 기대감이 확인돼 희망을 줬다. 감귤데이는 '겨울철(12월) 1등(1일) 과일, 당도 12브릭스 이상 산도 1% 미만 고품질 감귤'이라는 의미로, 매년 12월 1일 열린다.
김장 재료 구입을 위해 마트를 찾았다가 감귤 행사장에서 1박스를 구입한 60대 여성은 "요새 감귤을 먹어봤는데 맛이 들어서 한 박스를 샀다"며 "집에서 항상 과일을 먹는다. 과일이 없으면 안되지 않느냐"고 말했다.
또다른 40대 주부는 "올해 첫 감귤 구매다. 맛있으면 또 살 것"이라며 웃었다.
한편 이날 감귤데이 행사는 코로나19로 지난 2년간 소규모 행사로 진행되다, 감귤데이 7주년을 맞아 소비자들을 가까이에서 만나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오 지사는 ㈔제주감귤연합회와 함께 저소득 소외계층의 비타민 충전을 위해 감귤 10㎏ 1201박스를 한국사회복지협의회에 전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