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보는 당찬 맛집] '돼지 잡는 날' 추억 담은 그 맛

[다시 보는 당찬 맛집] '돼지 잡는 날' 추억 담은 그 맛
◇ 제주시 노형동 '제주돔베고기집'
가문잔칫날 먹던 돼지고기
보쌈김치 곁들여 맛 더해
매일 끓이는 '몸국'도 별미
  • 입력 : 2023. 03.08(수) 16:34  수정 : 2023. 03. 12(일) 09:17
  • 김지은기자 jieun@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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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노형동에 자리한 '제주돔베고기집' 대표 메뉴인 김치돔베보쌈. 제주 잔칫날 먹었던 것처럼 돔베고기를 찍어 먹는 초간장 등이 함께 나온다.

[한라일보] 예부터 제주사람들 잔치에 빠지지 않는 게 돼지고기였다. 결혼식 이틀 전을 '돗(돼지) 잡는 날'이라 부를 만큼 '특별한 음식'이었다. 결혼 전날인 가문잔칫날에는 돼지고기에 모자반을 넣어 끓인 몸국과 가문반을 나눠 먹으며 다 함께 잔치를 즐겼다. 돼지를 잡고 결혼식을 올리는 날까지의 3일이 그야말로 마을 축제였다.

지금에야 기억 속에나 남은 옛 풍경이지만 그때 먹었던 맛의 향수를 이어 가는 식당들이 있다. 제주시 노형동에 있는 '제주돔베고기집'도 그런 곳이다. 한라일보 '당찬 맛집을 찾아서'에 2018년 소개됐던 이 집은 여전히 옛 방식으로 맛을 내며 손님을 맞고 있다. 제주돔베고기집 대표 강길윤(50) 씨는 "돼지고기를 삶는 것부터 전통 방식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돔베고기집의 대표 메뉴는 '김치돔베보쌈'이다. 푹 삶은 돼지고기 수육을 따끈할 때 돔베(제주어로 '도마') 위에 썰어 보쌈김치를 곁들여 내는 음식이다. 얼핏 조리 과정이 간단해 보이지만 옛날 가문잔칫날 먹던 맛을 살리려다 보니 재료 공수부터 상당한 공이 들어간다.

제주돔베고기집은 매일 납품 받은 제주산 암퇘지 오겹살을 하루 세 번 나눠 삶아 손님상에 올린다.

음식 준비는 매일 같이 새로 들어오는 돼지고기를 받는 데서 시작한다. 하루 50~70㎏ 정도, 경매를 통해 당일 납품 받은 제주산 암퇘지 오겹살만 사용한다.

고기를 삶는 데도 나름의 방식을 고집한다. 빠르고 편한 압력밥솥을 사용하지 않고 오래 푹 익히는 것을 택했다. 수고스러워도 하루에 세 번 나눠 삶는 것도 일종의 원칙이다. 길윤 씨는 "(영업을 시작하는) 오후 2시와 오후 5시, 오후 7시가 고기 나오는 시간"이라며 "이렇게 나눠 삶아야 손님들이 고기가 마르지 않고 따뜻할 때 먹을 수 있다"고 했다.

돔베고기와 함께 내는 보쌈김치도 매일 아침 새로 담근다. 건강을 생각해 설탕 대신에 직접 개발한 과일 소스로 맛을 냈다. 음식을 주문하면 나오는 밑반찬도 제주산 톳, 채소 등 식재료로 손수 만들어 쓴다. 길윤 씨가 "건강한 맛"을 자부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김치돔베보쌈을 주문하면 함께 맛볼 수 있는 몸국.

제주돔베고기집에서 맛볼 수 있는 '몸국'도 별미다. 단일 메뉴로는 팔지 않지만 보쌈을 주문하면 몸국이나 순두부 중에 국물을 선택할 수 있다. 매일 돼지고기를 새로 삶는 것처럼 몸국도 미리 만들어 놓는 법이 없다. 그날 쓸 양만 푹 끓여 대접하고 있다. 식당을 찾는 손님을 위해 매일 같이 '잔칫상'을 차리는 셈이다.

지난 2017년 제주시 외도동에서 시작한 가게는 제주시 노형으로 옮기며 공간을 넓혔다. 정성을 들인 음식이 입소문이 나며 손님이 늘어난 덕분이다. 요즘엔 오후 8시쯤이면 당일 준비한 고기가 모두 판매되는 날도 많아졌다. 길윤 씨는 "전통 방식으로 돔베고기, 몸국 등을 선보이면서 제주 향토 음식, 건강식을 찾는 손님들이 꾸준히 방문해 주고 있다"면서 "도민 뿐만 아니라 관광객 손님들도 많아졌다"고 했다.

제주돔베고기집은 제주시 월랑로 4길 6에 자리하고 있다. 오후 2시부터 오후 11시까지 영업하며 매주 일요일은 쉰다. 주메뉴인 김치돔베보쌈(크기에 따라 4만6000원~6만원)을 비롯해 4인 기준, 다양한 요리를 즐길 수 있는 '돔베한상' 등도 만날 수 있다. 전화 064-713-9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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