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종합경기장 애향운동장 '노인 쉼터' 철거되나

제주종합경기장 애향운동장 '노인 쉼터' 철거되나
제주시, 체육용지 내 가건물 폐쇄·철거 안내 현수막
"무허가 시설에 도박·음주 민원 끊이지 않아 불가피"
이용자들 "확장 약속했는데… 하루아침에 철거 웬 말"
  • 입력 : 2023. 05.01(월) 16:31  수정 : 2023. 05. 03(수) 10:32
  •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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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향 쉼터' 가건물 주변에 철거 안내를 알리는 제주시의 현수막이 내걸려 있다. 진선희기자

[한라일보] 제주종합경기장 애향운동장 서측에 있는 '애향 쉼터'가 철거될 것으로 보인다. 제주시는 지난달 26일 '애향운동장 서측 가건물 폐쇄와 철거 안내' 현수막을 잇따라 게시하고 해당 쉼터에 보관 중인 물품을 이달 10일 이전에 자진 회수해 달라고 했다.

1일 제주시에 따르면 이 쉼터는 당초 나무숲 아래서 장기와 바둑을 두는 등 소일거리를 하는 노인들을 위해 비가림막을 설치해주면서 시작됐다. 그러다 2013년쯤 지금과 같은 56.1㎡ 규모의 경량조 가건물이 신축되면서 노인들이 모여들었고 이용자들이 '애향 쉼터'라는 이름까지 붙였다.

제주시 측은 이번 체육용지 내 가건물 폐쇄와 철거 추진 배경에 대해 해당 쉼터에서 장기·바둑 외에 도박, 음주, 흡연 등이 행해지면서 애향운동장을 찾는 시민들의 민원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더욱이 코로나19 상황 완화로 주변에서 운동을 하는 시민들이 증가하면서 민원을 제기하는 횟수도 늘고 있다는 것이다.

제주시 관계자는 "초반엔 비가림 시설 정도였는데 2013년 지붕을 씌우고 창문을 달면서 돌이킬 수 없는 지경이 됐다. 건축 허가를 받지 않는 건물인데다 내부를 볼 수 없도록 만들어 버렸다"며 "그동안 인근 파출소에 도박 신고가 잇따르고 민원이 계속됐다. 여러 차례 계도에도 나아지지 않으면서 더 이상 철거를 미룰 수 없는 상황이다"라고 했다.

이에 대해 쉼터를 자주 이용한다고 밝힌 노인들은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코로나19 시기에 3년간 문을 닫았지만 쉼터가 좁아서 도의원, 체육회 관계자 등이 협의 하에 확장하기로 약속했던 곳"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제주도의회에서 막대한 돈을 들여 지었는데 지금 와서 아무런 대책 없이 철거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노인들의 치매 예방을 위한 쉼터로 자리 잡은 곳인 만큼 보존돼야 한다"고 했다.

제주시에서 통보한 폐쇄 일시는 오는 10일 오전 11시다. 이후에는 가건물을 철거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 제주시는 쉼터 이용자들의 요청에 따라 조만간 제주시장과의 면담을 마련하기로 했다. 제주시 관계자는 "철거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알리고 가까운 노인 여가 시설을 이용하도록 안내할 계획"이라며 "철거 후 벤치를 살린 야외 공원 시설로 누구나 편안하게 찾을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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