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포커스] "제주 놀이터 다 돌아보니 어땠냐고요?"

[한라포커스] "제주 놀이터 다 돌아보니 어땠냐고요?"
[한라포커스] 놀이터를 '놀이터'답게 (상)
제주도육아종합지원센터, 도내 공공 놀이터 조사
놀이터 셋 중 하나 '조합놀이대+그네+시소'정형화
노는 아이 찾기 어렵고 용도 안 맞게 쓰이는 곳도
"놀이터 놀이 유익… 특색 있는 제주 놀이터 늘길"
  • 입력 : 2023. 09.10(일) 13:39  수정 : 2023. 09. 12(화) 13:04
  • 김지은기자 jieun@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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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제주도내 공공 어린이 놀이터 165곳을 모두 돌아본 제주도육아종합지원센터 오명녀 센터장(가운데)과 김주혜 보육전문요원이 조사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신비비안나 기자

[한라일보] "놀이터를 조사하면서 가장 많이 뵌 분이 할머니, 할아버지들이에요. 아이들이 놀고 있었던 경우는 정말 손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고요."

제주도육아종합지원센터 김주혜 보육전문요원이 말했다. 지난 7월 제주도내 공공 어린이 놀이터(어린이공원과 어린이놀이시설이 설치된 근린공원 등) 165곳(서귀포 29곳, 제주시 136곳)을 직접 돌아본 후기이기도 하다.

도내 놀이터 조사를 함께한 오명녀 제주도육아종합지원센터장은 "이미 있는 시설이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 "정말 놀이터다운 놀이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본보는 이번 조사 결과를 비롯해 두 차례에 걸쳐 놀이터 변화에 대한 제언 등을 담는다.

서귀포매일올레시장 안에 있는 '중앙어린이공원'. 놀이터 조합놀이대 아래와 주위에 폐지가 모아져 있다. 사진=제주도육아종합지원센터

|아이들, 왜 없을까

놀이터에서 노는 아이들이 없는 이유는 분명 '시설' 때문만은 아니다. 도내 거의 모든 공공 놀이터를 다녀온 이들이 생각하는 문제도 여럿이다. 더운 여름이라는 계절적 요인, 부모의 맞벌이 등으로 인한 바깥 놀이 시간 부족도 이유로 꼽힌다.

다만 분명한 것은 "잘 만든 놀이터에는 분명 아이들이 갈 것"이라는 거다. 하지만 160개가 훌쩍 넘는 도내 공공 놀이터 중에 '좋은 놀이터'는 몇 안 된다고 이들은 말한다.

"사실 놀이터마다 특색이 거의 없어요. 조합 놀이대만 덜렁 있는 곳이 대부분이죠. 놀이터는 아이들이 신체를 이용해 모험을 해 볼 수 있는 곳이어야 하는데, 대개가 그냥 안전하기만 한 것 같아요. 바르게 미끄럼틀을 타고 올라가서 내려와야 하는 것처럼 말이에요. 아이들에게 놀이터는 분명히 즐거운 공간이지만 다양한 매력을 주지는 못하는 것 같아요."

주혜 씨의 말처럼 이번 조사 결과 공공 놀이터 165곳의 37%(61곳)가 조합놀이대 1~2개만 있거나 그네와 시소(둘 중 하나, 혹은 둘 다) 정도가 추가된 구조를 보였다. 여기에 '흔들놀이' 기구 1개 이상이 있는 놀이터까지 더하면 그 수는 111곳(67%)까지 올라간다. 놀이터 짜임이 그만큼 단순하고 정형화돼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모래놀이 공간이 있는 놀이터는 2곳뿐이었으며, 장애 비장애 구분 없이 모두가 사용 가능한 무장애통합놀이터는 4곳에 그쳤다.

도내 공공 놀이터 165곳의 위치를 지도에 찍어본 모습. 놀이터 대부분이 제주시와 서귀포시 동 지역에 몰려 있다. 사진=제주도육아종합지원센터

|있어도 없는 놀이터?

놀이터는 주로 어린 아이들이 찾는 곳이지만 기본적인 시설도 부족했다. 이번에 조사한 공공 놀이터 중에 화장실이 있는 곳은 18곳(약 11%)에 불과했다. 지역별 편차도 컸다. 놀이터 대부분이 동 지역에 위치해 있었으며, 읍면 지역에 있는 곳은 9곳(서귀포 2곳, 제주시 7곳)뿐이었다.

어린이공원으로 지정돼 있지만 아직 조성이 안 되거나 찾을 수 없는 곳도 있었다. 전체 조사 대상의 9곳(5.5%)이 '미조성'으로 나타났다. 이외에 놀이터 바닥 벽돌이 깨져 방치되거나 잡초가 웃자라 이용에 불편이 있는 경우처럼 제대로 관리되지 않은 곳도 확인됐다.

"놀이터가 있지만 용도에 맞게끔 사용되지 않는 곳이 많았어요. 한 예로 서귀포매일시장에 있는 놀이터인데요. 조합놀이대가 하나 있는데, 그 바로 아래가 폐지를 모으는 창고처럼 쓰이고 있었어요. 사실 시장 안에 아이들이 많이 없기는 하죠. 하지만 용도에 맞게끔 사용이 안 되고 있는 만큼 확인을 거쳐 관리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어요." (김주혜 보육전문요원)

도내 놀이터를 조사하면서 가장 많이 만난 것은 다름 아닌 '클린하우스'였다. 주혜 씨는 "놀이터를 다니며 제일 많이 느낀 한 가지 특징"이라며 "클린하우스와 놀이터가 거의 붙어 있는 경우가 많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이들 입장에서 놀이터는 신나게 노는 곳인데 악취와 쓰레기 등을 먼저 맞닥뜨렸을 때 어떤 생각이 들까"라고 물으며 "더 이상 즐거운 공간이 아닐 수도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근에 새로 생기는 놀이터처럼 최소한 두 공간의 입구를 달리하거나 놀이터 울타리 밖으로 클린하우스를 배치하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한라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는 오명녀 센터장과 김주혜 보육전문요원(사진 왼쪽). 신비비안나 기자

|"놀이터 놀이 경험 늘리자"

이번 놀이터 조사는 제주특별자치도의 아동친화도시 조성을 위한 아동권리증진사업의 하나로 진행됐다. 조사를 통해 수집된 정보는 조만간 '놀이터 지도'에 담길 예정이다. 아이들에게 부모, 또래와 놀이터에서 노는 경험을 늘려주자는 뜻에서다.

오명녀 센터장은 "놀면서 저절로 자라는 아이들에겐 놀이터 놀이가 상당히 유익하다"면서 "하지만 있는 놀이터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점은 안타깝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형화된 놀이터가 아니라 '흙 놀이터'처럼 제주만의 특색 있는 놀이터가 늘어났으면 한다"면서 "동네 사람들이 아이들을 위해 지역 놀이터를 관리하고 지켜주는 문화도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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