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천년고도 마라케시 대재앙 속 생존 몸부림

[르포] 천년고도 마라케시 대재앙 속 생존 몸부림
'이븐 바투타의 나라, 모로코를 가다'
모로코 강진 피해 (하)
  • 입력 : 2023. 09.17(일) 10:58  수정 : 2023. 09. 18(월) 14:38
  • 김지은기자 jieun@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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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케시의 상징 쿠투비아 모스크. 제마알프나 광장 외곽에 있는 모스크로 77m 높이의 뾰족한 첨탑은 광장 어디에서나 볼 수 있다. 강진 하루 전 모스크. 이 모스크 첨탑 일부가 이번 강진으로 피해를 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진=강시영

택시 빌려 타고 피해 현장 둘러봐
하루아침에 변한 모습에 아연실색
세계문화유산 유적도 무너져 내려
시민들, 무너진 일상 회복 '안간힘'


제10차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총회 참석차 모로코 마라케시에 머물고 있던 제주대표단은 충격의 강진으로 우선 숙소를 옮겨 안정을 취했다.

외신과 아랍 방송으로 전해지는 강진이 남긴 생채기는 처참할 정도였다. 모로코 중부에 위치한 천년고도 마라케시도 예외가 아니었다.

이번 강진의 진앙지는 마라케시에서 서남쪽 72㎞ 지역이지만 마라케시도 큰 타격을 입었다. 전문가들은 "살아있는 중세도시 마라케시 복구에 한 세대 이상 걸릴 수도 있다"고 안타까워하고 있다.

강진 발생 초기 이 도시에 있으면서도 허겁지겁 대피하느라 직접 눈으로 그 실상을 확인하진 못했다. 강진 발생 사흘째 현지시각 11일 오전 10시쯤 현지 택시를 임차해 피해 현장 확인에 나섰다. 세계지질공원 전문가 이수재 박사가 귀국 전 소개해준 기사였다. 어디를 가든 그곳 택시기사는 누구보다 현지 사정에 밝은 편. 그의 도움이 간절했다.

약 3시간 동안 마라케시를 둘러봤다. 참사 직전 이곳을 찾아 천년고도의 유적과 시민들의 일상과 관광객들을 취재했던 나로서는 하루아침에 폐허로 변해버린 현장을 아연실색하며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강진 하루 전 제마알프나 광장 야경. 관광객과 시민들이 운집해 있다. 사진=강시영

마라케시에 대해서는 총회 참석 전 간단한 정보가 전부였다. 가이드북과 아프리카 문명사, 그리고 현지 소설에 등장하는 마라케시에 대한 스케치 정도.

<모로코 홀리데이> 가이드 북 저자인 이수호는 마라케시를 이렇게 소개한다. '북아프리카의 척추라 불리는 아틀라스산맥 북쪽 기슭에 자리해 지리적으로도 요새나 다름없다. 그래서 9세기경 베르베르인들이 건국한 알모라비드 왕국의 수도로 낙점됐고, 현재 페스와 함께 모로코에서 천 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한다.(중략) 이 도시는 아랍 특유의 분위기를 간직한 채 유지 발전했다. 이는 현재의 마라케시 주요 유적을 통해 알 수 있는데, 제마알프나 광장, 바히아 궁전, 엘 바디 궁전, 쿠투비아 모스크 등이 바로 그것이다. (중략) 세계 여행자들이 모로코에서 가장 가고 싶은 도시 1위가 된 배경에는 이런 연유가 숨어 있다.'

세계유산지구 토성 흑벽 여기저기가 강진에 큰 피해를 당했다. 사진=강시영

세계유산지구 토성 흑벽 곳곳이 지진 피해를 입었다. 사진=강시영

마라케시 지진 피해. 사진=강시영

세계문화유산 흙벽 등 무너져

중세 문화유산을 간직한 마라케시는 1985년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재됐을 정도로 유서 깊다. 마라케시는 대부분 걸어서 다닐 수 있다. 제마알프나 광장을 중심으로 쿠투비아 모스크, 바히아 궁전, 엘 바디 궁전, 마조렐 정원, 미로와 같은 전통 시장 수크 등 지역이 밀집돼 있기 때문이다. 세계지질공원 총회가 열리는 컨벤션센터에서도 택시로 5분이면 광장에 도착한다. 이곳에서 내려 걸어다니면서 천년고도를 경험하곤 한다.

바로 이곳이 강진의 직격탄을 맞았다. 산악지대의 참상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곳곳에 심한 생채기를 냈다. 세계문화유산 흙벽과 궁전 외벽도 참사를 빗겨가지 못했다. 외부 충격에 워낙 약한 구조여서 속절없이 무너져 내렸다. 포크레인이 무너진 잔해를 치우느라 여념이 없다.

마라케시 옛 시가지 메디나 상가 곳곳이 무너져 있다. 사진=강시영

세계 각국의 취재진이 피해현장에서 생중계하고 있다. 사진=강시영

일상 회복 위한 몸부림

강진으로 무너진 폐허 속에서도 시민들은 생존의 몸부림을 치며 안간힘을 다하는 모습이었다. 일상을 회복하고 어떻게든 살아내야만 하는 것이다.

구시가지 상업구역의 메디나 상인들은 힘없이 무너져 내린 건물 잔해를 정리하며 관광객 맞이 영업을 다시 시작했다. 간밤에 지진을 피해 많은 시민들이 노숙했던 제마알프나 광장에도 외국인 관광객들이 빠르게 늘어나기 시작했으며 주변 카페도 북적였다. 제마알프나 광장은 예능 프로그램 '장사천재'에서 백종원이 한식을 판매했던 곳이라 한국인들에게도 잘 알려진 곳이다. 일부 관광지는 지진 피해로 입구가 봉쇄된 곳이 여전히 많지만 머지 않아 재개될 듯하다.

건물이 무너지 내린 참사 현장에는 AP, 로이터 등 세계 유수의 언론들이 취재경쟁을 벌이고 있다. 외신에서 볼 수 있는 사진 속 현장들을 직접 목도할 수 있다. 한국 언론들도 속속 이곳을 찾아 피해상황과 시민들의 모습을 타전하고 있다. 글·사진=강시영 사단법인 제주환경문화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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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케시 국제공항은 점차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사진=강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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