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긴급 아닌가요" 있어도 못 쓰는 발달장애인 긴급돌봄

"이건 긴급 아닌가요" 있어도 못 쓰는 발달장애인 긴급돌봄
정부, '평생 돌봄 강화 대책'으로 전국 시행
제주서도 지난 8월 긴급돌봄센터 운영 시작
이용 사유 입원·경조사·심리적 소진 등 한정
사유 있어도 증빙 까다롭고 시간 이용 안돼
발달장애인 부모 "생활 도움되는 서비스로"
  • 입력 : 2023. 09.24(일) 10:18  수정 : 2023. 09. 26(화) 08:31
  • 김지은기자 jieun@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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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이도2동에 위치한 제주도 발달장애인 긴급돌봄센터(왼쪽)와 센터 앞에 놓인 사업 홍보물. 김지은기자

[한라일보] 정부가 '발달장애인 평생 돌봄 강화 대책'으로 제주를 포함한 전국 17개 시·도에서 발달장애인 긴급돌봄 사업을 시범 운영하고 있다. 지난 8월 문을 연 제주도 발달장애인 긴급돌봄센터도 운영 두 달째를 맞고 있다. 발달장애인 가족에게 긴급한 상황이 생겼을 때 돌봄을 제공하는 공간이지만, 정작 이용이 쉽지 않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사유 안 맞으면 이용 불가"

초등학교 5학년 발달장애인 자녀를 키우는 A(50) 씨는 지난달 제주도 발달장애인 긴급돌봄센터의 문을 두드렸다. 병원을 찾았다가 갑작스레 MRI 검진이 필요하다는 얘기를 들으면서다. 급히 검사 날짜를 정해 예약했지만 아이의 돌봄이 걱정이었다. 학교 방학 기간인데다 마땅히 돌봐줄 사람도 없어 발달장애인 긴급 돌봄 이용을 문의했다.

안내 받은 절차에 따라 신청서를 작성하고 필요하다는 증빙 서류를 갖췄다. 하지만 돌아온 답은 '서비스 이용 사유가 아니다'라는 거였다. 이용 기간도 하루(1일 24시간)가 기본이라 시간 단위로는 이용이 불가하다는 설명을 받았다.

A 씨는 "아이가 중증 자폐이다 보니 보호자나 치료사, 활동보호 선생님 등이 반드시 옆에 있어야 한다"면서 "검사 시간이 길어질 것 같아 긴급 돌봄을 이용하려 했지만 병원 입원이나 치료가 아니어서 서비스를 이용하기 어려울 것 같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긴급 돌봄 이용 사유가 지금보다 넓어지지 않으면 있어도 쓰지 못하는 제도가 될 것"이라며 "발달장애인 긴급 돌봄이라는 취지에 맞게 증빙 서류를 간소화하고 시간 단위 이용도 가능해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발달장애인 긴급돌봄 시범사업' 안내. 사진=발달장애인지원센터 홈페이지

|사유 증명 쉽지 않아… 두 달가량 1명 이용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도발달장애인지원센터 등에 따르면 만 6세 이상부터 만 65세 미만 등록 발달장애인(지적·자폐성 장애인)이면 긴급 돌봄 지원 대상이 된다. 하지만 이용 사유는 보호자의 치료·입원, 경조사(결혼·출산·입양·사망), 신체적·심리적 소진 등으로 한정돼 있다.

사유가 있어도 이를 직접 '증명'하지 않으면 서비스 이용은 불가능하다. 보호자의 치료·입원 사유라면 진료확인서 등이, 신체적·심리적 소진이라면 정신과 치료, 우울증 진단서 등의 증빙서류를 갖춰야 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서비스 대상자로 선정돼야만 한 번에 최소 1일에서 최대 7일까지 센터에 입소해 긴급 돌봄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 같은 기준이 오히려 서비스 이용에 제약이 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A 씨의 사례처럼 이용을 원해도 대상이 안 돼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제주도 발달장애인 긴급돌봄센터 이용자는 센터 개소 약 두 달간인 이달 20일 기준으로 1명(입소 예정 2명)에 그쳤다.

긴급돌봄 신청을 접수하고 서비스 대상자를 선정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 제주도 발달장애인지원센터도 이러한 현장의 목소리를 파악하고 있다. 제주도 발달장애인지원센터 관계자는 "특히 심리적 소진의 경우 증명하기가 상당히 어렵다"며 "긴급 돌봄을 받으려고 정신과 치료나 우울증 진단서를 받아야 하느냐는 분들에겐 상담을 받아도 된다고 말씀드리지만 보통 2~3회만 받아도 몇 십만 원이 들기 때문에 권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현재 전국 발달장애인 긴급돌봄센터의 정원이 8명(남자 4명, 여자 4명)으로 동일하다"면서 "정말 긴급할 때 이용하지 못하는 대상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이러한 규정이나 기준점을 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A 씨의 사례처럼 "사유가 병원 검사여도 증빙 서류를 제출하면 긴급 돌봄을 이용할 수 있다"면서도 "다만 최소 하루를 기준으로 요금이 부과되고 입소 절차가 진행되다 보니 시간 단위로는 이용이 어렵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전국 17개 시·도에 한 곳씩 발달장애인 긴급돌봄센터를 시범 운영 중이다. 사업 기간은 오는 2024년 12월 31일까지이며, 정부는 이 기간 서비스 운영과 평가 등을 거쳐 2025년 본 사업 시행을 목표하고 있다. 현재 제주에는 제주시 이도2동에 발달장애인 긴급돌봄센터가 운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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