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문형 버스. 한라일보DB
[한라일보] 제주특별자치도의회가 최근 제주도의 새해 예산안 심사에서 수 천억원이 투입되는 섬식 정류장과 양문형 버스 도입과 관련해 신중한 검토를 주문했지만, 제주도는 지적 다음날 관련 용역 추진 움직임을 보이면서 '일방통행식 행정'이라는 비판을 자초하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최근 대중교통 섬식 중앙버스전용차로 기준마련 및 기본실시설계용역 사업 수행능력 세부평가 기준을 확정해 이를 지난 22일 고시·공고했다.
해당 용역에는 총 12억원이 투입되며 이르면 내달 중 관련 용역을 수행할 업체를 선정해 용역을 발주할 예정이다. 업체가 선정될 경우 용역은 1월부터 착수될 가능성이 높다.
섬식 정류장은 양문형 저상버스와 연계돼 추진된다. 이에 이번 용역은 섬식 정류장과 관련된 용역이지만 양문형 저상버스 도입과도 밀접하게 연관된 용역으로 볼 수 있다.
양문형 저상버스는 지하철과 같이 양쪽 출입문으로 승·하차를 하는 구조의 버스다. 버스를 양쪽으로 타고 내릴 수 있게 되면, 도로 가운데 버스정류장은 상·하행 노선 버스가 공유할 정류장 1개만 있으면 된다. 이 개념이 '섬식 정류장'인데 한 정류장의 양쪽에서 상하행 버스를 모두 탈 수 있다.
섬식 버스정류장 도입 구간은 기존 가로변 대중교통전용차로가 있는 제주시 동·서광로에서 노형로까지의 9㎞ 구간이다.
도는 구간별 BRT 공사 일정에 따라 2027년 1월까지 단계적으로 제주시 권역 시내버스 총 682대 중 489대를 양문형 저상버스로 교체할 계획이다. 내년에는 양문형 97대와 일반형 7대를 구입하기 위해 216억원(국비 47억8000만원 포함)의 예산을 반영했다.
하지만 양문형 저상버스 도입과 밀접하게 연관된 섬식 중앙버스전용차로 기준마련 및 기본실시설계용역 사업 수행능력 세부평가 기준을 확정해 고시·공고한 시점이 오해의 소지를 낳고 있다.
앞서 지난 21일 제주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가 제주도를 상대로 2024년도 예산안을 심사하는 과정에서 의원들이 섬식 중앙버스전용차로와 양문형 버스 도입과 관련해 재검토가 필요다고 지적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제주도는 다음날인 22일 관련 용역 움직임을 보이는 등 추진 의지를 내비치고 있기 때문이다.
예산안 심사 당시 현기종 의원(국민의힘, 서귀포시 성산읍)은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지만 상임위나 주민 등과 소통이 없었고, 섬식 정류장이 어떤 효과를 가져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임정은 의원(더불어민주당, 서귀포시 대천·중문·예래동) 역시 양문형 버스 도입과 관련해 심도 있는 검토가 필요하고 도민 여론도 파악해서 정책에 반영 해야 하지만 제주도가 '내가 가야 할 길을 간다'라는 모습으로 밖에 비춰지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 제주도 관계자는 "섬식 정류장으로 정책을 변경하는 과정에서 공론화가 안됐고, 또 주민수용성 확보에 대한 문제가 제기됨에 따라 용역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의회와 협의를 해야한다라는 취지로 의원들의 질의를 이해했다"면서 "용역 기간도 12개월이다. 현재 서광로에 대한 1차분 사업을 통해 수목 등 현장이 방치된 상황이다. 용역이 빨리 끝나야 그 부분에 대해 준비하는 등 절차를 밟아나가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