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특별자치도청 전경.
[한라일보] 제주도 건축위원회의 '셀프 심의' 의혹 민원에 대해 '그런 일은 없다'며 간과하던 제주도가 사안이 사실로 드러나자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섰다.
26일 한라일보 취재결과 지난달 초 제주도청 신문고 '제주자치도에 바란다'에는 '건축위원회 셀프심의 의혹'이라는 제목의 민원 글이 게시됐다.
내용은 제주도 건축위원회 제2소위원회의 영향력 있는 위치에 있는 위원이 본인 회사가 접수한 심의 안건을 '셀프 심의'했다는 의혹이 있어 이에 대한 문제를 조사해 달라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제주도 담당부서에 문의하자 담당자는 "민원인과 통화를 했지만 해당 위원의 이름을 알려주지 않았고 셀프 심의를 하거나 하는 일은 없다"고 말했다.
또 건축위원회 심의 진행 시나리오를 공개하며 회의 진행 시 위원장은 제주도 건축조례 제5조에 따라 '심의 위원 본인이 설계하거나 자문 및 고문 등으로 있는 경우 심의 제척사항에 해당돼 심의 시에는 회피해 줄 것'을 요청한 뒤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주도 건축위원회 위원은 1소위와 2소위 등을 포함해 30명으로 구성돼 있으며 2소위는 14명이다.
하지만 제주도청 신문고에 올라왔던 글은 사실로 드러났다.
해당 A위원은 올해 자신의 건축사무소에서 접수한 심의안건 4건을 심의했으며, 이는 본보가 지난달 29일 제주도를 상대로 정보공개청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제주도가 A위원에 대한 제3자 의견서를 요청, A위원은 그제야 자신의 사무소에서 접수한 안건임을 인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A위원은 자신의 사무소 직원이 보고 없이 심의를 접수해 알지 못했지만 도의적 책임을 느낀다며 지난달 30일 제주도에 사퇴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으며 제주도는 지난 5일 사퇴를 승인했다.
제주특별자치도 건축조례 제5조에는 심의 위원의 제척·기피·회피 사항을 명시하고 있지만 '제척 사유에 해당하는 경우 스스로 안건의 심의·의결에서 회피해야 한다'고 쓰여있다.
제주도의 설명대로라면 심의 위원이 자신이 설계하거나 자신의 건축사무소에서 접수한 심의건에 대해 회피하지 않더라도 이를 예방하고 걸러낼 시스템이 부재한 채 오로지 심의 위원에 양심에 맡겨 건축위원회를 운영해 온 것으로 향후 조례 개정 등 심의 강화 시스템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
제주도는 뒤늦게 사안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이달부터 운영된 심의위원회 회의에서는 심의 안건에 대한 설계자와 설계사무소 확인 등 별도 대장을 만들어 심의를 강화했다고 밝혔다.
제주도 관계자는 "이번 사안은 건축위원회 운영 과정 중 처음 발생한 일로 A위원이 참여한 4건의 심의는 다른 위원들의 이견이 없어 처리에 문제는 없었다"며 "허가권이 있는 대규모 사업은 여러 차례 검토하고 있지만 소규모 사업에 대해서도 심의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