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시켜서 하는 공부? 오래 못 가요" [가치육아]

"부모가 시켜서 하는 공부? 오래 못 가요" [가치육아]
[가치육아 - 이럴 땐]
(31) 우리 아이 첫 공부
일상생활서 다양한 경험하며 자연스레 '학습'
부모에 의한 공부는 '큰 부담'… "동기 중요"
책 읽는 습관 기르려면 "부모도 함께 읽어야"
  • 입력 : 2024. 03.21(목) 17:27  수정 : 2024. 03. 24(일) 13:55
  • 김지은기자 jieun@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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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어릴 때부터 누군가 시켜서 하는 공부는 아이들에게 부담이 됩니다. 자칫 공부 자체가 굉장히 무겁고, 어렵고, 힘든 게 될 수 있습니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한라일보] 3월이면 아이의 새 학기 적응과 함께 신경 쓰이는 것 중 하나가 '학습'입니다. 특히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 초등학교에 올라가기 전후라면 더 그럴 텐데요. 한글은 물론 숫자를 읽고 쓰는 것을 가르치는 일이 부모의 큰 과제처럼 여겨지기도 합니다. 아이의 첫 공부, 어떻게 다가가면 좋을까요.

= 네. 부모라면 아이의 학습을 고민하는 게 당연하겠지만, 사실 아이들은 아주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배웁니다. 글로 쓰지는 못하지만 우리말을 익히고 사용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아이에겐 모든 행동이 배우는 과정입니다. 길을 걸으며 주위를 살피는 것 역시도 '학습'입니다. 아이들은 상점, 세탁소 등의 간판을 눈으로 보면서 알고 익히고, 통으로 받아들이기도 합니다.



|"'공부해' 말보다 경험을"

숫자를 배우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이들은 일상생활 안에서 자연스레 '공부'하고 있습니다. 1층에서 엘리베이터를 타서 '6'이란 버튼을 누르면 6층까지 올라가는 것을 알고, 밥을 먹을 때 가족 수만큼의 숟가락이 필요하다는 것을 아는 것처럼 말입니다. 신발을 보면서 누구의 신발이고 어떻게 짝이 되는지 자연스럽게 매칭하기도 합니다.

이 모든 게 '숫자'와 연결돼 있습니다. 학교에 가면 더하기 빼기 등으로 표현되는 방식만 다를 뿐, 이미 일상생활에서 '기초학습'을 하고 있는 셈입니다. 일상 속에서 아이들이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직접 경험해 보는 기회를 얻고 있다면 말이지요.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아주 어릴 때부터, 부모에 의한 학습은 큰 부담을 줄 수 있습니다. 책상에 오래 앉아 학습지를 풀어야 하고, 오늘은 반드시 몇 쪽까지 끝내야 하는 것이 '공부'가 되면 공부 자체가 굉장히 무겁고, 어렵고, 힘든 게 돼 버립니다. 공부 때문에 학교에 가기 싫어하는 아이가 생기는 것도 이러한 이유입니다.

부모가 시켜서 하는 공부는 오래가지 못합니다. 초등학교 때까지는 시키니까 겨우겨우 했는데, 스스로 할 때가 되면 놓아버리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자기 스스로 하는 법을 모르기 때문입니다. 무조건적인 학습이 아닌, 공부에 대한 동기를 심어주는 게 중요합니다.

초등학교는 정말 재밌는 곳입니다. 할 수 있는 것도, 경험할 수 있는 것도 많습니다. 시험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공부를 안 했거나 실수를 해서 정말 낮은 점수를 받아보기도 하고, 최선을 다해 점수를 크게 올려 보기도 하고요. 이러한 경험을 한 아이는 목표가 생겨서 더 열심히 공부할 수 있을 겁니다.

이처럼 초등학교 때는 다양한 것을 보고 느끼고 경험해야 합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꿈을 찾아나가는 겁니다. 꿈을 찾으며 목표가 생기면, 자연스레 공부에 대한 관심도 키울 수 있습니다.

아이에게 책을 읽는 습관을 길러주고 싶다면 부모도 함께 읽는 게 중요합니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 "책 읽는 습관? 함께 읽으세요"

아이에게 책 읽는 습관을 길러주고 싶은 분들도 많습니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부모가 함께 읽는 겁니다. 아이들이 읽는 책을 똑같이 보라는 건 아닙니다. 부모는 부모가 읽고 싶은 책을 읽으면 됩니다.

아이와 서점에 가는 것도 좋습니다. 아이가 읽고 싶은 책을 직접 사서 보는 경험을 하는 겁니다. 만화책이든 뭐든 괜찮습니다. 무얼 선택하든, 유해물이 아니면 괜찮다고 말해주세요. 아이가 읽을 책을 부모가 골라주는 것은 가급적 하지 말아야 합니다.

아이가 책 한 권을 사겠다고 했을 때, "한 권 더 사"라고 말하는 것도 불필요합니다. 아이의 선택에 부모가 자꾸 무언가를 더 얹으려고 해선 안 됩니다. 아이가 가만히 생각하고 주도적으로 결정했다면 그 선택을 지지해 줘야 합니다.

집에서 책 읽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선 TV와 같은 미디어에서 떠나 있어야 합니다. 이는 부모도 마찬가지입니다. 특정 시간을 정하고 그 시간만큼은 TV를 끄고 책을 읽는 시간을 만들어 보는 것도 좋습니다.

다만, 주의할 게 있습니다. "오늘부터 무조건 TV 꺼. 다 같이 책을 읽을 거야"처럼 부모에 의한 일방적인 통보는 역효과만 냅니다. 아이들이 스스로 원한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가족이 함께 '책 읽는 시간'을 정하고 싶다면 아이와 먼저 이야기를 나누는 게 시작일 겁니다. 상담=오명녀 제주도육아종합지원센터장, 취재·글=김지은 기자, 영상=신비비안나 기자

한라일보 '가치육아 - 이럴 땐'.

◇가치 육아 - 이럴 땐

한라일보의 '가치 육아'는 같이 묻고 함께 고민하며 '육아의 가치'를 더하는 코너입니다. 제주도육아종합지원센터 오명녀 센터장이 '육아 멘토'가 돼 제주도내 부모들의 고민과 마주합니다. 한 달에 두 번 영유아 양육 고민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나눕니다. 전문가 조언이 필요한 고민이 있다면 한라일보 '가치 육아' 담당자 이메일(jieun@ihalla.com)로 보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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