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이렇게 말하면 아이는 '편견' 배웁니다 [가치육아]

부모가 이렇게 말하면 아이는 '편견' 배웁니다 [가치육아]
[가치육아 - 이럴 땐] (36)
부모가 무심코 했던 말이 가치관 영향
있는 그대로를 '인정'해주는 대화 중요
존중받음 느낀 아이가 편견 없이 자라
  • 입력 : 2024. 06.20(목) 16:42  수정 : 2024. 06. 23(일) 15:52
  • 김지은기자 jieun@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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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엄마는 그냥 얘기하고 지나가 버렸던 말이, 아이에겐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가치관을 만드는 데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한라일보] 하루는 어린이집에서 돌아온 아이가 말합니다. 친구의 치아가 깨끗하지 않아서, 얼굴이 예쁘거나 멋지지 않아서 싫다고 말이지요. 겉모습을 기준으로 친구의 좋고 싫음을 이야기하는 아이에겐 어떻게 말해주면 좋을까요.

|"그런 말 하지 마"보다…

보통은 아이가 그렇게 말할 때 부모는 이렇게 답하기 쉽습니다. "가치(*아이 이름)야, 그렇게 말하면 안 돼. 친구를 안 좋게 말하는 건 나쁜 거야" 하고 말이지요. 그런데 아이들은 그 순간에 '아 이렇게 말하면 안 되는구나'라며 배우는 게 아니라 '속으로만 생각해야지 밖으로 표현하면 안 되는구나'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그렇게 말하면 안 돼", "한 번만 더 그렇게 해봐"와 같은 부모의 말은 아이를 제대로 배우지 못하게 하는 훈육 방법 중에 하나입니다.

아이가 친구의 외모 등을 두고 좋고 싫고를 얘기할 땐 우선 생각해 봐야 할 게 있습니다. 아이와 부모 간의 일상 대화법입니다. 평소 부모가 자주 썼던 말이 아이에게 고정관념이나 편견을 갖게 했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이런 말입니다. 목욕하기 싫어하는 아이에게 "가치야, 깨끗이 닦아야 해. 안 그러면 친구들이 싫어해"라고 하거나 "가치야, 몸에서 냄새가 나면 친구들이 안 놀아줘" 같이 말하는 겁니다. 이를 반복해서 들은 아이는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이가 더러운 친구는 싫어하는 게 당연하다고 말이지요. 그러니 있는 그대로를 '인정'해 주는 대화가 필요합니다.



친구의 이가 깨끗하지 않아 친구가 싫다는 아이에겐 '미러링'(모방)으로 다가가세요. "가치야, 친구의 이가 깨끗하지 않아 싫다는 거야?"처럼 말입니다. 이는 아이의 말을 일단 '인정'해 주는 겁니다. "그래 보일 수도 있겠다", "그런 마음이 들 수도 있겠네" 하고 말하면서요.

그런 다음에 친구에 대해 이야기 나눠 보는 겁니다. 그 친구가 좋아하는 건 뭔지, 잘하는 건 어떤 건지 말이지요. 선뜻 대답을 못 한다면 "내일은 그 친구가 어떤 놀이를 좋아하는지 찾아봐 줄래?"처럼 말해 보기도 하고요. 이는 친구에 대해 궁금한 것을 찾아줄 수 있고, 다른 시각을 가질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습니다.

|부모는 아이의 '거울'

영유아는 인식이나 개념, 가치관이 정립되지 않은 시기입니다. 서서히 만들어 나가는 과정이지요. 이때 중요한 것은 상호작용입니다. 부모는 스스로를 돌아보며 아이가 더 많은 것을 다양하고 편견 없이 바라볼 수 있도록 대화해야 합니다. 아빠 엄마는 그냥 얘기하고 지나가 버렸던 말이, 아이에겐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가치관을 만드는 데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부모는 내가 평소에 아이와 어떻게 대화하는지 들여다봐야 합니다. 이는 아이에게 사람들의 '다양성'을 알게 하는 데에도 중요합니다. 부모가 바라보는 것과 똑같이 아이도 바라보기 마련입니다.

인식이나 개념, 가치관이 정립되지 않은 유아기에는 부모와의 상호작용이 중요합니다.

여기, 두 아이가 있습니다. 한 아이는 뱀을 무서워하고, 또 다른 아이는 무서워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 아이들에겐 공통점이 있습니다. 둘 다 뱀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는 것이지요. 그런데 왜 한 아이만 유독 뱀을 무서워하는 걸까요.

그건 바로 누군가를 통해 배웠기 때문입니다. 엄마가 "난 뱀이 싫어. 징그러워"라고 말하면 아이도 뱀이 싫고 무서워집니다. 엄마가 싫어하면 아이도 싫어할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아이가 어리면 어릴수록 모든 걸 스펀지처럼 흡수하며 몸으로 기억하기 때문에 이런 인식은 벗겨내기도 쉽지 않습니다.

|있는 그대로 보기

부모부터가 편견 없이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는 곧, 인격적으로 존중하는 마음과 태도입니다. 휠체어를 탄 친구를 호기심으로 바라보는 아이에겐 "다리가 불편해서 일어설 수 없대. 그래서 도구를 사용해서 앉아 있는 거야"처럼 있는 그대로 말해주고, 친구의 장점이나 잘하는 것을 찾아보기도 하는 것처럼 말이지요. 눈으로 보이진 않지만 모든 사람에겐 저마다 어려움이나 불편함이 있다는 대화를 나눠보는 것도 좋습니다.

있는 그대로를 바라보며 '그럴 수 있지' 정도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아이들의 사고를 유연하게 합니다. 있는 그대로 보는 태도 안에서 존중받음을 느낀 아이들이야말로 다른 사람을 존중하며 편견 없이 자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 세상의 다양한 사람과 문화에 대해 알고 배워가며 가치 있는 삶을 살 수 있을 겁니다. 상담=오명녀 제주도육아종합지원센터장, 취재·글=김지은 기자, 영상=신비비안나 기자



◇가치 육아 - 이럴 땐

한라일보의 '가치 육아'는 같이 묻고 함께 고민하며 '육아의 가치'를 더하는 코너입니다. 제주도육아종합지원센터 오명녀 센터장이 '육아 멘토'가 돼 제주도내 부모들의 고민과 마주합니다. 한 달에 한 번 영유아 양육 고민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나눕니다. 전문가 조언이 필요한 고민이 있다면 한라일보 '가치 육아' 담당자 이메일(jieun@ihalla.com)로 보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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