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육아 - 이럴 땐] (34) '진짜 놀이'란
태어나면서부터 놀이하는 아이들
생활 속 놀이를 통해 삶의 연습도
부모가 주도하는 것은 '가짜 놀이'
아이가 주도적으로 놀아야 '진짜'
입력 : 2024. 05.02(목) 15:27 수정 : 2024. 05. 06(월) 11:33
김지은기자 jieun@ihalla.com
'진짜 놀이'는 부모가 아닌, 아이가 주도하는 겁니다. 아이 스스로 즐기면서 해야 진짜 놀이가 됩니다.
[한라일보] "아이와 어떻게 놀아야 할지 모르겠어요." "같이 놀긴 하는데, 잘하고 있는 건지 궁금해요."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한 번쯤 해 봤을 질문일 텐데요. 이런 고민이 든다면 지금 내 아이와의 놀이가 '진짜 놀이'인지 생각해 봐야 합니다.
|"아이들은 놀면서 큽니다"
아이는 태어나면서부터 '놀이'를 합니다. 세상에 태어나 손과 발을 움직이고 고개를 돌리는 신체 움직임부터가 놀이의 시작이지요. 먹고 자고 대소변 보는 것을 제외하고는 모두 놀이하는 거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아이에게 놀이는 일상생활과 같습니다. 부모에겐 청소하고 설거지하고 빨래를 하는 것이 모두 '일'이지만 아이들이 하면 신나는 놀이가 됩니다. 놀잇감 하나 없이도 아이들은 잘 놉니다. 집에서 쓰는 안전한 주방용품이나 생활용품만 가지고도 두드리고, 따르고, 비우고, 밀고, 끌면서 모방해 흉내 내지요. 아이들은 삶의 연습도 자신의 방식대로 놀이로 해 나가는 겁니다.
이처럼 아이들이 하는 건 모두 '놀이'라고 봐도 좋습니다. 부모는 아이를 따라가면 됩니다. 그 이유는 경험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아이와 놀이할 때 "오늘은 이 놀이를 하자"고 준비했는데 막상 펼쳐놓으면 잠시 노는 척하다가 놀이가 지속되지 않은 경험이 있을 겁니다. 그러면 부모는 "너는 왜 그래!"라며 실망하고 어떻게든 끌어보려 하지만, 아이가 따라주지 않으면 힘만 들지요. 부모가 '의도'를 가지고 아이에게 자꾸 뭔가를 하도록 하는 부모 주도의 놀이는 아이 스스로 흥미를 느끼지 못해 결국 '가짜 놀이'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아이가 주도적인 '진짜 놀이'
그렇다면 '진짜 놀이'는 어떤 걸까요. 여기에서 말하는 진짜 놀이는 아이가 하고자 주도하는 겁니다. 부모가 하자는 게 아니라 아이가 선택하는 놀이를 말합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물감 놀이도 엄마가 그것을 통해 뭔가를 하고 싶다는 '목적'을 가지고 준비했다면 가짜 놀이가 돼 버립니다. 지금 물감 놀이를 하고 싶지 않은 아이의 입장에선 그저 끼적이는 흉내를 내는 데 그치게 됩니다.
블록 쌓기도 마찬가지입니다. 엄마가 먼저 나서서 크기와 숫자대로 블록을 쌓으며 "이렇게 하는 거야"라고 설명하면 가짜 놀이입니다. 아이가 스스로 즐기면서 해야 진짜 놀이입니다.
놀이에 공부나 학습 요소가 들어간다고 해서 가짜 놀이가 되는 건 아닙니다. 학습지를 푸는 것도 아이가 정말 재밌어서 신나게 한다면 놀이가 될 수 있습니다. 곤충 채집 역시 아이가 호기심과 흥미가 생겨 하고 싶다고 하면 진짜 놀이가 되고요.
진짜 놀이와 가짜 놀이의 결정적 차이는 '아이가 주도적으로 노느냐, 안 노느냐'입니다. 기본적으로 자유로움 속에서 재미를 느끼면 아이는 주도적으로 놀이할 수 있습니다. 부모는 아이의 안전에 문제가 되지 않는 한, 스스로 놀이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해주면 됩니다.
기본적으로 자유로움 속에서 재미를 느끼면 아이는 주도적으로 놀이할 수 있습니다.
|'적극적 개입·소극적 방관' 경계를
부모가 지나치게 적극적으로 놀아주는 것도 방해가 될 수 있습니다. "이건 이렇게 하는 거야", "저건 저렇게 해야지", "엄마처럼 해 봐", "아빠가 해볼게"라는 부모의 '개입'은 아이에게 놀이에 대한 흥미를 잃게 합니다. 정답지를 가져다주며 문제 풀이 공부를 하라는 것과 다를 게 없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놀이가 계속되면 엄마나 아빠 없이는 놀지 못하는 아이가 돼 버립니다.
놀이할 때만큼은 부모가 조금 뒤에 있어야 합니다. 아이에게 "이건 어떻게 하는 거야?", "엄마도 잘 모르겠네" "어떻게 해야 하지?"라고 물으며 스스로 발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겁니다. 이런 경험은 아이에게 '내가 알아냈다', '재미있네', '이렇게 하는 거구나'라는 것을 느끼게 하며 성취감과 즐거움, 만족감, 문제 해결력, 더 나아가 자아존중감도 경험하게 합니다.
다만 주의할 것은 아이의 놀이에 지나치게 소극적으로 대응해서도 안 된다는 겁니다. 아이가 놀든지 말든지 부모가 신경 쓰지 않는다면 아이는 무관심과 함께 공허함을 느끼게 됩니다. 아이들은 관계 안에서 놀이를 하고 격려를 받을 때 놀이를 통해 긍정적이고 자존감 높은 아이로 자랍니다.
아이와 어떻게 놀아야 할지 몰라도 괜찮습니다. 같이 놀지 않아도 상관없습니다. 대신에 단 10분이라도 다른 일을 하지 말고 아이 옆에서 아이가 하는 놀이를 지켜보세요. "이런 놀이를 하고 있었구나"라며 관심을 갖고, 아이가 웃을 때 같이 웃어도 주고요. 놀이를 하다 뿌듯함이 차오른 표정으로 부모를 바라보면 눈 맞춰주고 "잘했다"고도 해주세요. 이렇게만 해도 아이들은 알아서 잘 놀 겁니다. 상담=오명녀 제주도육아종합지원센터장, 취재·글=김지은 기자, 영상=신비비안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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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 육아 - 이럴 땐
한라일보의 '가치 육아'는 같이 묻고 함께 고민하며 '육아의 가치'를 더하는 코너입니다. 제주도육아종합지원센터 오명녀 센터장이 '육아 멘토'가 돼 제주도내 부모들의 고민과 마주합니다. 한 달에 두 번 영유아 양육 고민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나눕니다. 전문가 조언이 필요한 고민이 있다면 한라일보 '가치 육아' 담당자 이메일(jieun@ihalla.com)로 보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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