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육아 - 이럴 땐] (35) 아이의 놀이 돕는 법
한 가지 놀이 안에서도 동시다발적인 발달
놀이영역 넓게 정해 잘 놀 수 있는 환경을
자연 속에서의 놀이… "자연에 맡겨보세요"
입력 : 2024. 05.16(목) 17:29 수정 : 2024. 05. 20(월) 09:13
김지은기자 jieun@ihalla.com
한 가지 장난감에만 푹 빠져 노는 아이, 발달에 문제가 없다면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한라일보] 장난감이 많은데도 딱 한 가지에만 푹 빠져 노는 아이. 이를 지켜보는 부모는 내심 걱정이 됩니다. 너무 하나에만 집착하는 거 아닌지 하는 우려 때문인데요. 이때 부모가 기억해야 할, '아이의 놀이를 돕는 법'에 대해 이야기해 봅니다.
|"아이의 '몰입' 지켜주세요"
결론부터 말하면 아이가 한 가지 장난감만 가지고 논다고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아이에겐 그게 재밌고 관심이 간다는 겁니다. 그 놀이를 통해 자유로움을 느끼기도 하고요. 아이의 발달에 문제가 없다면, 한 가지 놀잇감만 가지고 노는 게 큰 문제가 되진 않습니다.
부모가 걱정하는 데에는 이런 이유가 있을 겁니다. 하나의 놀잇감만 가지고 놀다 보면 고른 발달이 이뤄지지 않을 것 같다는 거죠. 그런데 분명한 것은 하나의 놀이 안에서도 동시다발적인 발달이 일어납니다.
예를 들어 아이가 자동차를 가지고 놀고 있습니다. 여러 대의 자동차를 저만의 방식대로 세어도 보고 서로 나눠 배치해 보는 것은 인지 발달을, 정서적으로 안정된 상황에서 놀이 자체를 즐거워하고 재밌어한다면 정서 발달을 꾀할 수 있습니다. 놀이를 통해 상상하며 이런저런 말을 하면 언어 발달을, 놀잇감과 관계를 맺고 또 다른 누군가와 함께 논다면 사회성 발달을 자극할 수 있지요. 이는 "인지 발달을 위해선 감각 놀이를 해야 해"라는 말처럼 아이의 놀이를 딱 한 가지 영역의 발달과 연결시킬 수 없다는 걸 보여줍니다.
다만 부모가 주의해야 할 게 있습니다. 한 가지 놀잇감만 가지고 노는 아이에게 "왜 그것만 가지고 놀아? 이것도 가지고 놀지"처럼 말하는 겁니다. 공룡 장난감을 좋아하는 아이를 두고 "우리 아이는 공룡만 좋아해"라고 말하는 것도 같습니다. 부모나 주변 사람들의 이러한 말은 아이가 더 '그것' 하나만 가지고 노는 행동을 강화할 수 있습니다.
다시 한번 말하면, 아이가 한 가지 놀잇감만 가지고 논다고 해서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자연스럽게 놔둬도 됩니다. 어느 시기가 지나면 본인의 흥미가 더해지고 다양한 관심거리가 생겨나면서 다른 것을 추가해 더 다양하게 놀이를 이어 가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아이가 한 가지에 집중하고 몰입하면서 놀 때, 그것을 지켜주는 게 중요합니다.
|"놀이 영역 넓혀주세요"
아이들은 놀이를 통해 신체·정서적으로 발달하는 동시에 스트레스를 해소합니다. 어린이집, 학교 같은 공간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집에서 놀면서 풀기도 하고요. 아이에게도 집에 오면 옷가지를 편하게 풀어 놓고 재충전하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이때 "여기에서만 놀아", "어지르면 안 돼"라는 말을 듣는다면 어떨까요.
집안에서도 아이가 놀 수 있는 경계를 크게 그려주는 것이 좋습니다. "여기까지는 네가 안전하게 놀 수 있어"하면서 말이지요. 그런 뒤에 부모는 아이 발달에 맞게 그 안에 위험한 것과 필요 없는 것은 모두 치우면 됩니다. 아이 눈높이에서 집안을 살피며 놀이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겁니다.
아이가 어느 정도 컸다면 함께 안전사고가 일어날 만한 곳을 찾아 같이 정리해 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화분 깨지니까 공놀이는 하지 마"가 아닌, "저쪽에 있는 화분은 다른 쪽으로 치워볼까"라고 말하면서 말이죠. 이렇게 하면 아이들은 안전까지 생각하며 놀이할 수 있을 겁니다.
아이들은 자연에서 놀 때 가장 많이 배웁니다.
|자연은 최고의 놀이터
아이들에겐 밖으로 나가는 것 자체가 놀이입니다. 꼭 어떤 놀잇감이 있고 정형화된 게 갖춰지지 않아도 놀 수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추천하고 싶은 것은 아이와 함께 걷는 겁니다. 단 5분이라도 손을 잡고 동네를 걸어보세요.
아이들은 자연에서 놀 때 가장 많이 배웁니다. 체로키족이 자연에 순응하며 주인공 '작은나무'를 키우는 소설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을 보면 느낄 수 있습니다. 자연 안에서 노는 것 자체가 아이의 성장에 필요한 많은 것을 완성한다는 것을 말입니다.
자연 안에서도 꼭 무얼 어떻게 하려 하지 말고 자연에 맡겨보세요. "가치(*아이 이름)야, 저기 뭐가 있네?", "이쪽엔 이런 나무가 있어"라는 부모의 말은 아이에게 하나도 기억에 남지 않습니다. 오히려 방해가 될 수도 있습니다.
아이가 발견할 수 있도록 가다가 멈추기를 반복하는 것을 기다리고, 함께 들여다봐주세요. 발길을 멈추고 꽃을 보고 있다면 같은 곳을 보면서 "와, 이 꽃 정말 예쁘다", "보니까 어때?"라고 물어보는 겁니다. 그러면 자연을 대하는 부모의 태도를 통해 아이는 더 잘 배우게 됩니다. 자연 안에서 스스로 보고, 관심이 있는 것을 찾고, 흥미를 느끼는 일련의 과정으로 '놀이'를 할 수 있을 겁니다. 상담=오명녀 제주도육아종합지원센터장, 취재·글=김지은 기자, 영상=신비비안나 기자
◇가치 육아 - 이럴 땐
한라일보의 '가치 육아'는 같이 묻고 함께 고민하며 '육아의 가치'를 더하는 코너입니다. 제주도육아종합지원센터 오명녀 센터장이 '육아 멘토'가 돼 제주도내 부모들의 고민과 마주합니다. 한 달에 두 번 영유아 양육 고민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나눕니다. 전문가 조언이 필요한 고민이 있다면 한라일보 '가치 육아' 담당자 이메일(jieun@ihalla.com)로 보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