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 마' 혼내면 더 심해질 수 있어요" [가치육아]

"'하지 마' 혼내면 더 심해질 수 있어요" [가치육아]
[가치육아 - 이럴 땐]
(32) 아이의 습관(1)
심리적인 요인도 작용하는 '습관'
꾸짖음으로 행동 변화 못 이끌어
시작점 생각해보고 '마음 읽기'를
  • 입력 : 2024. 04.04(목) 16:55  수정 : 2024. 04. 07(일) 12:08
  • 김지은기자 jieun@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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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영아기가 지나서도 손가락을 빤다면 그 시작점을 통해 아이 습관의 동기 등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한라일보] '다섯 살인데 아직도 손가락을 빨아요.' 이런 고민이 있는 부모라면 아이의 습관을 어떻게 고칠지부터 관심을 두기 쉽습니다. 지금 바로잡지 않으면 나중에 안 좋은 영향이 있을까 걱정되기 때문인데요. 그런데 아이의 '행동'보다 먼저 집중해서 살펴볼 게 있다고 합니다.

|"습관, 혼내지 마세요"

'세 살 버릇 여든 간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여기에서 '버릇'이란 '행동'만을 가리키는 건 아닐 겁니다. 무언가를 처음 맞닥뜨렸을 때 가졌던 정서 상태나 감정까지도 포함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영유아기에 자신의 손과 발을 빠는 행동은 자연스러운 발달과 관련이 있습니다. 하지만 다섯 살이 돼서도 손가락을 빠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위생 상태는 물론 치아 변형 등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그렇다고 해서 단번에 습관을 고치려고 해선 안 됩니다. 습관에는 심리적인 요인이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손가락 빨지 마", "빨면 안 돼"처럼 다그치는 말은 아이를 불안하게 만듭니다.

손가락을 빨 때마다 혼났던 아이는 숨거나 감추면서 같은 행동을 더 자주 반복하기도 합니다. 되레 행동을 강화시킨 셈이지요. 야단을 치는 것으로는 절대 아이의 행동을 변화시킬 수 없습니다. 설령 행동이 달라졌다 해도 일시적인 변화에 그칩니다.



|습관의 '시작' 생각해 봐야

아이가 반복적으로 손가락을 빤다면 '첫 시작'을 생각해 봐야 합니다. 아이가 처음 손가락을 빨았던 때가 언제였는지, 어떨 때였는지 떠올려 보는 겁니다.

그것을 먼저 알아차리는 게 중요합니다. 시작점으로 거슬러 올라가 심리·환경적으로 아이에게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생각해 보기 위해서입니다. 이는 아이의 행동에 대한 동기나 계기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습관의 시작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을 수 있습니다. 자기보다 어린 동생의 행동이 재밌어 보여 따라 한 것일 수도 있고, 가족 안에서 관심을 못 받을 때 위안을 얻고 안정을 찾으려 했던 행동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아이가 놓인 상황을 알아차리는 게 우선입니다.

다섯 살 정도의 아이라면 충분히 대화도 가능할 겁니다. '손가락을 빨면 기분이 어떤지, 어떨 때 빨고 싶은지' 물어볼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아이의 마음을 읽어주는 게 우선돼야 합니다.

그럼에도 손가락을 빠는 행동은 분명히 좋은 것은 아니기에 이를 하지 않도록 얘기해야 합니다. "손가락을 자꾸 빨면 이가 날 때 예쁘게 나지 않을 수 있어", "몸속에 병균이 들어가서 배가 아플 수도 있어"처럼 말이지요.

이렇게 말해 볼 수도 있습니다. "가치(*아이 이름)야. 손가락을 빨면 손가락 모양이 망가져서 엄마(*상황에 맞는 호칭)처럼 예쁜 손가락이 안 된대.(손가락을 보여주면서) 손가락이 빨고 싶은 마음이 들어도 조금만 참아볼 수 있을까." 아이의 연령과 발달에 맞춰 대화하고 친절하게 '안 된다'고 말해줘야 합니다.

아이의 행동에 변화를 이끌고 싶을 때는 다그침보다는 사랑으로 마음으로 지켜봐 주세요.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사랑의 마음으로 지켜봐 주세요"

'손가락을 빨고 싶을 때 부모에게 얘기해 달라'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아이가 손가락을 빠는 대신에 엄마를 찾았다면, 아이의 손을 만져주고 한 번 더 안아주기도 하고요. 이런 과정이 부모 입장에선 길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7~8살 이후를 내다본다면 결코 그렇지도 않을 겁니다.

사실 초등학교에 가서도 손가락을 빠는 아이는 거의 없습니다. 스스로 부끄러움을 알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손가락을 빠는 대신에 손톱을 뜯는 것처럼 다른 행동으로 바꿔서 계속할 수도 있습니다. 맨 먼저 마음을 읽어주는 게 중요한 이유입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사랑하는 마음'으로 아이를 지켜봐 주세요. 손가락 빠는 행동이 아이에게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게 될 때까지 말이죠. 시간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아이 스스로 그만 둘 수 있을 겁니다. 오히려 더 빠른 시간 안에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습니다. 상담=오명녀 제주도육아종합지원센터장, 취재·글=김지은 기자, 영상=신비비안나 기자

◇가치 육아 - 이럴 땐

한라일보의 '가치 육아'는 같이 묻고 함께 고민하며 '육아의 가치'를 더하는 코너입니다. 제주도육아종합지원센터 오명녀 센터장이 '육아 멘토'가 돼 제주도내 부모들의 고민과 마주합니다. 한 달에 두 번 영유아 양육 고민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나눕니다. 전문가 조언이 필요한 고민이 있다면 한라일보 '가치 육아' 담당자 이메일(jieun@ihalla.com)로 보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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