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4·3때 잃은 아버지 만난 딸… AI 영상에 눈물바다

[종합] 4·3때 잃은 아버지 만난 딸… AI 영상에 눈물바다
3일 76주년 제주4·3희생자 추념식 도민과 함께 거행
유족·도민·각계 인사 추념식장 찾아 희생자 넋 위로
윤석열 대통령 불참… 한덕수 국무총리 직접 추념사
  • 입력 : 2024. 04.03(수) 13:23  수정 : 2024. 04. 03(수) 19:43
  • 이태윤기자 lty9456@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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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제주4·3평화공원에서 거행된 제76주년 제주4·3희생자 추념식에서 4·3때 아버지를 잃은 김옥자 할머니가 AI로 복원된 아버지의 얼굴을 마주하고는 손녀와 함께 눈물을 흘리고 있다. 제주도사진기자회

[한라일보]"증조할아버지는 토벌대가 돌로 머리를 내려쳐 죽음에 이르게 됐다고 합니다. 증조할아버지 묘를 이장할 때 유골이 나타났는데 얼굴뼈가 있어야 할 자리에 오목한 뒤통수뼈 한 조각만 있었다고 해요. 할머니와 함께 그 자리에 있었던 큰 아빠는 '저 손바닥만한 뒤통수뼈가 어머니가 기억해야 할 아버지 얼굴이고 제가 기억해야 하는 외할아버지 얼굴이구나예…'라는 말을 남기기도 하셨습니다. 즉 얼굴 없는 얼굴이 저희 가족이 기억해야 할 증조할아버지의 얼굴입니다."

4·3유족 김옥자 할머니가 아버지를 기억하는 사연이 10대 손녀에 의해 전해지자 추념식장은 눈물바다가 됐다.

행정안전부가 주최하고 제주특별자치도가 주관한 제76주년 제주4·3희생자 추념식이 3일 오전 10시 제주4·3평화공원에서 엄숙한 분위로 거행됐다. 이번 4·3추념식에는 유족과 도민, 각계 인사 등이 추념식장을 가득 매웠다.

3일 제주시 봉개동에 위치한 제주4·3 평화공원에서 봉행된 제76주년 4·3 희생자 추념식에서 참석자들이 헌화하고 있다. 제주도사진기자회

윤석열 대통령은 불참했고, 이를 대신해 한덕수 국무총리가 참석했다. 윤 대통령은 당선인 신분으로 4·3추념식에 참석한 바 있으나, 대통령 취임 이후에는 지속 불참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 김준우 녹생정의당 상임대표, 윤희숙 진보당 상임대표,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서진희 민생당 대표, 오영환 새로운미래 대표, 인요한 국민의미래 선대위원장, 김예지 국회의원 등이 참석했다.

또 김광수 제주도교육감을 비롯해 경기와 인천 등 13개 시도 교육감도 참석했다. 국무위원으로는 제주 출신인 강도형 해양수장관이 참석했고, 광역자치단체장은 강기정 광주광역시장과 김동연 경기도지사 등이 자리했다.

이날 추념식은 오전 10시 정각 1분간 묵념 사이렌이 도내에 울려퍼지며 거행됐다. 특히 행사장에서는 유족 사연으로 4·3 당시 부모, 형제를 모두 잃고 타지에서 힘들게 지내다 20대 때 귀향한 김옥자 할머니의 이야기가 영상과 10대 손녀의 낭독으로 소개됐다. 또 AI기술을 활용해 희생자의 얼굴을 복원했고, 이에 김옥자 할머니는 점차 기억속에서 사라져가는 아버지의 얼굴을 다시 볼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김 할머니와 유족이 눈물을 흘렸고, 추념식장은 눈물바다가 됐다.

비가 내린 3일 제주시 봉개동에 위치한 제주4·3 평화공원에서 제76주년 4·3 희생자 추념식이 열리고 있다. 제주도사진기자회

제주4·3의 정의로운 해결을 위해 온 도민이 한마음으로 꾸준한 진전을 이뤄온 만큼 올해 추념식은 각별한 의미를 더했다.

특히 4·3유족들은 정부에 국립트라우마 치유센터 제주 분원을 본원으로 승격시켜 줄 것을 정부에 요청했고, 정부는 유가족의 아픔을 위로하는 것은 국가의 기본적인 책무라며 화합과 통합의 미래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화답했다.

김창범 4·3유족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4·3으로 뒤틀린 가족 관계도 폭넓게 해결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따뜻한 성원을 보내주신 정부와 정치권, 국민 여러분께 감사드린다"면서도 "하지만 국가 공권력에 의해 저희 부모, 형제들이 이유 없이 죽임을 당하거나 억울한 옥살이로 시신조차도 찾지 못한 저희들에게 이 모든 상처와 고통이 치유될 수 없다. 국립트라우마 치유센터 제주 분원을 본원으로 승격시키고 전액 국비로 운영될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 지원해 달라"고 요청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추념사를 통해 "4·3사건 희생자의 넋을 기리고 유가족의 아픔을 위로하는 것은 국가의 기본적인 책무"라면서 "정부는 4·3사건의 상처를 보듬고 치유해 화합과 통합의 미래로 나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총리는 더불어 "생존 희생자와 유가족의 온전한 회복을 위해 트라우마 치유센터의 설립과 운영에 더욱 힘쓰겠다. 국제평화문화센터 건립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도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오영훈 지사는 인사말을 통해 "도민들의 힘으로 쌓아온 평화, 상생의 가치와 경험은 빛나는 미래를 여는 가장 강력한 원동력이 될 것"이라며 "제주도가 앞장서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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