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위법 논란에 휩싸인 제주동부하수처리장 증설 공사가 또다시 중단됐다.
24일 법조계와 제주특별자치도 따르면 광주고등법원 제주제1행정부는 전날 제주시 구좌읍 월정리 주민 등 5명이 "제주동부하수처리장을 증설하기 위해 공고된 '공공하수도 설치 고시'의 효력을 정지해달라"며 제주도를 상대로 제기한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했다.
법원의 가처분 결정(집행정지)은 항고 여부와 상관 없이 즉시 효력이 발생함에 따라 이날을 기해 동부하수처리장 증설 공사는 다시 멈춰섰다.
앞서 원고 측은 지난 2022년에도 "제주동부하수처리장 증설 공사를 중지해달라"며 가처분을 제기했지만 3심까지 전부 기각 당했다. 이후 올해 1월 법원이 이번 공사의 근거가 된 '공공하수도 설치 고시'가 위법하다고 판결하자 원고 측은 새로운 가처분을 제기해 이번엔 공사 중지 결정을 받아냈다.
법원이 위법하다고 본 고시는 제주도가 2017년 공고한 것으로 동부하수처리장 하루 처리용량을 기존 1만2000t에서 2만4000t으로 늘리는 내용을 담고 있다.
원고 측은 재판 과정에서 "동부하수처리장 부지가 용천동굴 세계유산 완충구역에 포함돼 (증설하기 위해선) 반드시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받야야 하지만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며 "제주동부하수처리장 개발 사업 면적이 1만2200㎡이기 때문에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거쳐야 하는데도 이를 어기는 등 법령 위반에 따른 하자가 명백하다"고 지적했다.
또 원고 측은 제주도가 국가지정문화재 현상변경 허가 신청서를 제출하는 과정에서 동부하수처리장과 600m 떨어진 당처물동굴은 기재하면서도 불과 100m 거리에 있는 용천동굴은 빠뜨렸으며 수질·악취·오수 등에 대한 언급 없이 단순히 건축물 등을 개축하는 행위로 허가를 신청하는 위법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월정리 주민으로 구성된 '월정리 용천동굴과 월정하수처리장 문제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는 24일 제주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법원이 제주 동부하수처리장 증설을 위한 고시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주민들의 요구를 받아들였다"며 "불법 공사행위를 즉각 멈추라"고 주장했다.
1심 법원은 원고 측 주장을 일부 받아들여 당시 증설 고시가 위법하다고 판결했지만, 제주도는 공사를 멈추지 않고 항소로 맞대응했다.
그러나 이번엔 즉시 효력이 발생하는 집행 정지 신청이 인용되면서 더이상 증설 공사를 강행할 수 없게 됐다. 공사 중지 기간은 가처분이 인용된 날로부터 항소심 판결 후 20일 간이다. 아직 항소심 1차 변론도 열리지 않은 상태로 최종 판결까지는 최소 수개월 이상 걸려 그 기간만큼 공사를 못한다.
도 관계자는 "증설 공사는 고시에 근거해 하는 것이고, 원고 측이 제기한 가처분이 인용됨에 따라 공사를 멈출 수 밖에 없었다"며 "이번 가처분 결정에 즉시 항고해 다시 법원의 판단을 구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제주동부하수처리장 증설 공사는 2017년 9월 시작됐지만 환경 파괴 등을 우려하는 주민 반대에 부딪혀 그해 12월부터 중단됐다. 그러다 지난해 6월 제주도와 월정리마을회가 그동안의 갈등을 접는 합의문을 발표하면서 공사가 재개됐지만 여전히 일부 주민들이 반발해 법정 다툼으로 이어지며 또다시 중단되는 상황을 맞았다. 이상민기자 has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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