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업권 충돌 안돼"… 남방큰돌고래 생태법인 '속도 조절'

"어업권 충돌 안돼"… 남방큰돌고래 생태법인 '속도 조절'
제주도, 2025년 남방큰돌고래 생태법인 1호 지정 목표
해양산업과로 업무 이관 후 4월까지 4차례 주민설명회
어촌계 "돌고래 보호와 어업권 충돌 안돼" 대책 주문
공감대 형성 시급… 제주도 "후견인에 어업인도 참여"
  • 입력 : 2024. 06.23(일) 15:28  수정 : 2024. 06. 24(월) 17:06
  • 김지은기자 jieun@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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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바다를 유영하는 남방큰돌고래. 한라일보 DB

[한라일보] 2025년 제주 남방큰돌고래 '생태법인 1호 지정'을 목표했던 제주특별자치도가 속도 조절에 나서고 있다. 남방큰돌고래에 법적 인격을 부여하는 제도 도입이 어업권과 충돌할 수 있다는 우려가 꾸준히 제기되면서다.

23일 제주도에 따르면 남방큰돌고래 생태법인 도입을 위한 특별법 개정이 남방큰돌고래에 법인격을 부여하는 방향으로 추진된다. 앞서 제주도는 지난해 11월 이 같은 계획을 밝히며 '생태법인 창설 특례 포함'까지 두 가지 안을 제시했었지만, 남방큰돌고래에 법인격을 부여하고 후견인을 둘 수 있다는 조문으로 특별법을 개정하는 것으로 확정했다. 이에 기존 제주도 특별자치제도추진단이 맡던 업무는 해양산업과로 옮겨져 추진되고 있다.

당초 제주도는 이런 내용을 담은 특별법 개정안이 올해 문을 연 22대 국회에서 여야 합의 제1호 법안으로 발의되도록 할 계획이었다. 이어 내년에 남방큰돌고래를 생태법인 1호로 지정하겠다는 시간 목표도 설정했다. 하지만 도민 공감대 형성부터 갈 길이 먼 탓에 계획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점쳐진다.

제주도는 지난 2월부터 4월까지 모두 4차례의 설명회를 열었다. 전문가를 비롯해 환경단체, 현장 활동가, 지역주민 등을 잇따라 만나 생태법인 도입을 설명하고 의견을 수렴한 것으로 전해졌다. 주민 설명회는 남방큰돌고래의 주요 서식지인 서귀포시 대정읍을 중심으로 진행됐는데, 이 자리에선 남방큰돌고래 보호와 어업권 충돌이 우려하며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설명회에 참석했다는 대정읍의 한 어촌계장은 "(남방큰돌고래가 생태법인으로 지정되면) 해상풍력이나 낚싯배, 유람선 등에 대한 제재가 있을 것으로 보여지는데, 해녀들의 어업 활동까지 피해가 있어선 절대 안 된다는 의견을 냈다"면서 "돌고래를 보호한다지만 어민들의 어업 구역을 제약해선 되겠는가"라고 말했다.

국내에선 사례가 없는 만큼 생태법인 도입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만드는 것도 시급하다. 대정읍의 또 다른 어촌계장은 생태법인 도입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 "잘 모르겠다"며 "설명회를 한다고 들었지만 물질 때문에 가 보지 못했다. (도입 이후에) 어떤 게 달라질 지 몰라 의견을 말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에 제주도는 서두르지 않겠다며 기존 입장을 선회하고 있다. 제주도 해양산업과 관계자는 "올해 하반기에 특별법 개정을 위한 국회 절충을 계획하고 있다"면서 "시작이 좀 늦어도 더 많은 도민 의견을 수렴하고 어느 정도 공감대를 형성해야 제도 추진이 수월하지 않겠나 싶어 이를 위한 간담회나 프로그램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업인의 우려를 알고 있기 때문에) 특별법 개정 이후에 관련 조례를 제정할 때 어업인도 후견인에 참여하는 것도 생각하고 있다"며 "남방큰돌고래 보호와 어업권 보상이 함께 갈 수 있도록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남방큰돌고래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제주 연안에 서식한다. 하지만 바다 오염과 해양쓰레기 등으로 서식지 환경이 나빠지며 현재 120여 마리만 생존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생태법인은 사람 외에 생태적 가치가 중요한 자연환경, 동식물 등의 비인간 존재에 법적 인격을 부여하는 제도다. 재산(재단)에 법인격을 부여하는 '재단법인' 등과 같이 자연물에 이를 부여하는 셈인데, 제도가 도입되면 남방큰돌고래는 서식지 훼손 등 권리를 침해 받을 경우 후견인 또는 대리인을 통해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법적 주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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