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사는 삶 만족".. '독립'은 어려운 꿈? [1인가구 리포트]

"혼자 사는 삶 만족".. '독립'은 어려운 꿈? [1인가구 리포트]
[제주 1인가구 리포트] (2) 청년 1인가구의 삶 ①
  • 입력 : 2024. 07.22(월) 01:30  수정 : 2024. 07. 24(수) 00:48
  • 김지은 기자 jieun@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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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업·취업 등 새로운 출발점서
대개 자발적으로 1인가구 선택
높은 만족에도 소득·주거 곤란
1인가구 진입부터 정책 고민을


[한라일보] 갓 사회에 발 딛고 자리 잡아가는 청년 세대는 대개 학업이나 취업 등의 새로운 시작점에서 1인가구에 들어선다. '독립 욕구'로 혼자 사는 삶을 원하는 이들도 상당수다. 이런 현황은 제주특별자치도가 지난해 8월 내놓은 '제주지역 1인가구 실태조사'(도내 1인가구 636명 대상)에서도 확인된다.

1인가구 형성 요인을 묻는 질문에 조사에 참여한 도내 청년층(19~39세)의 절반가량인 44.4%는 '본인의 직장, 학교와의 거리 때문에'라고 답했다. 2순위 응답은 '사생활 보장 등 개인적 편의와 자유를 위해서'(34.9%)였다. 청년층 대부분이 자의든 타의든 1인가구의 삶을 본인이 선택하고 있는 셈이다.

그런 만큼 청년 1인가구의 삶의 만족도는 높다. 같은 조사에서 혼자 사는 것에 어느 정도 만족하는지 물었더니 청년층의 78.9%가 '만족'(매우 만족·대체로 만족)한다고 했다. 같은 질문에 중장년층, 노년층의 만족 응답이 각각 53.8%, 30.1%인 것과 비교하면 확연히 높은 수치다.

고등학교 때부터 자취를 시작했다는 김기범(가명·30, 제주시 이도이동) 씨는 "10년 넘게 나와서 살다 보니 이제는 부모님이 계신 본가가 불편하게 느껴진다"며 "집에 있으면 어쩔 수 없이 맞춰야 하는 게 있는데, 내 생활에 간섭이 없어 편하다"고 말했다.

삶의 만족도와는 별개로 혼자 살림을 꾸리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독립을 하고 싶어도 이를 주저하게 하는 요인들이 눈앞에 놓인다. 그중에서도 도내 청년 1인가구가 가장 크게 느끼는 건 경제적인 부담이다.

소득은 한정돼 있는데 주거비, 생활비 등 전에 없던 지출이 늘어나니 체감이 클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지난해 제주지역 상용직 근로자의 월평균 임금은 전국에서 가장 낮은 315만원으로 전국 평균(384만원)보다 69만원 적었다. 사실 이마저 도내 직장인의 '평균' 월급일 뿐, 사회 초년생인 청년 대부분에게는 꿈의 임금이다.

이를 반영하듯 실태조사에서도 1인가구 삶의 어려움을 묻는 질문에 도내 청년층의 34%가 '안정적인 소득'이라고 답했다. 이어 '안정적 주거조건 및 환경'(27.1%), '일상생활 유지'(25.0%) 순으로 응답률이 높았다. 이는 다른 연령대의 1인가구가 공통적으로 겪는 문제이지만, 1인가구 진입의 시작점인 청년층에서부터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적 지원이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주거 문제를 포함해 제주 이주 청년들의 보다 나은 제주 살이를 고민하고 있는 유명진, 고수녕, 김승민 씨(사진 왼쪽부터). 이들은 제주청년센터 청년일상연구를 통해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우리가 왜 주거를 고민하냐면요"


동갑내기 김승민·고수녕·유명진 씨
청년일상연구로 팀 꾸려 해법 찾기
공유주택 등 정책적인 지원 바람도


"저도 독립해서 저만의 공간을 꾸미고 싶은데, 그러지 못하고 있어요. 제가 원하는 건 (방이 두 개 달린) '투룸'인데, 월세만 해도 최소 60만원을 잡아야 하고 관리비에 생활비까지 얼추 계산해도 140만원 정도 들어갈 것 같더라고요. 제 월급의 반을 이렇게 쓰는 게 맞나 싶은 생각이 들어서 실현은 못 하고 있죠."

이는 김승민(28) 씨의 개인적인 이야기지만 청년이라면 한 번쯤 해봤을 고민이기도 하다. 승민 씨가 자신과 같은 청년들의 주거 문제를 고민하게 된 것도 이 때문이다. 동갑내기 고수녕, 유명진 씨와 함께 팀을 꾸리고 본격적인 '연구'에 나섰다. 제주청년센터의 청년일상연구를 통해서다.

주거 문제는 이들 모두가 마주한 현실이다. 수녕 씨는 "자연스러운 삶의 흐름이 사회적인 제약에 차단되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태어나서 처음에는 부모님이라는 둥지에서 살다가 개인이 홀로 서서 독립적으로 살아가게 되잖아요. 그게 인간으로서 자연스러운 본능 같은데, 주거 문제 때문에 차단되는 것 같았어요."

명진 씨는 팀원 셋 중에 유일한 '1인가구'다. 4년 전에 제주로 이주해 혼자 살고 있다. 명진 씨가 한 달에 지출하는 주거비만도 70만원. 생활비까지 모두 합하면 월급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금액이다.

"주거 비용 자체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니 부담이 되죠. 지금보다 20만원 저렴한 6평(19.8㎡) 공간에도 살아봤지만, 잠을 자고 밥을 먹는 공간의 분리가 안 되니 삶의 분리가 안 되더라고요. 그런데 새로 이사한 곳은 (비용 부담은 더 크지만) 책방과 침대방을 따로 둘 수 있었어요. 공부를 할 때도 다른 간섭을 줄일 수 있는 거죠."

팀명은 '같이 살자'는 뜻을 담은 제주어로 정했다. 청년 주거 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으로 주목했던 게 '셰어하우스'(공유주택)여서다. 단독·공용 공간으로 전체 주거 면적을 넓히면서도 주거비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담겼다. 지난 2021년 제정된 '제주도 1인가구 지원에 관한 조례'에는 도지사가 1인가구 지원을 위해 할 수 있는 사업의 하나로 '공유주택에 대한 주거지원사업'이 명시돼 있지만, 현재 도내에는 행정 차원에서 지원하거나 운영하는 공유주택은 없다.

"제주청년원탁회의 활동을 하고 있는데, 한 친구가 셰어하우스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하더라고요. 주거 문제만 해결돼도 제주 살이에 큰 어려움이 없을 것 같다고요. 그래서 알아봤더니 일부 타 시도에는 관련 지원이 있었어요."(승민) "셰어하우스라는 게 이상적일 수 있지만, 제주에서 일하며 커뮤니티 활동을 하고 싶은 이주민에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외로움이나 고립감으로 제주를 떠나는 청년들을 놓치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고요."(명진)

연구가 진행되면서 주제는 셰어하우스 밖으로 더 넓어졌지만, 고민의 방향성은 제주 안에서 청년들의 더 나은 삶을 향한다. 특히 제주 이주민 청년 8명을 심층 인터뷰해 정책적 제안을 정리하고 있다. 연구 결과는 오는 9월 발표할 예정이다.

"대부분의 청년이 주거 문제를 가지고 있어요. 그런데 정책 수혜 대상은 소수에 그치고 있죠. 그 대상이 더 늘어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그런 면에서 (청년 주거 문제를 풀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더 다뤄줬으면 좋겠어요."(수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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