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제주지역에서 2016년 이후 8년 만에 처음으로 저염분수 유입 행동요령이 내려졌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제주 서부해역에서 저염분수가 관측되면서 9일 오전 10시를 기해 대응(행동요령) 1단계를 발령했다. 저염분수 물 덩어리가 마을 어장까지 들어올 경우 전복, 소라 등의 폐사 피해가 발생할 수 있어 행정 당국도 대응 태세에 돌입했다.
이날 제주자치도에 따르면 제주도 해양수산연구원은 지난 8일 제주 서부해역 5~6마일(8~9.7km) 지점에서 염분 농도 25~26psu의 저염분수를 관측했다.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제주시 한경면 등 서부 연안 해당 지점에서 염분 농도가 낮은 물 덩어리가 조사된 것이다. 26psu 이하는 바닷물 1kg에 녹아있는 염분이 26g이거나 이보다 적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제주도는 9일 오전 저염분수 유입 대응 1단계 발령에 들어갔다. 대응 1단계는 현재 서부해역처럼 수온이 28℃ 이상, 염분 농도가 26psu 이하인 물덩어리가 연안 10마일(약 16.1km)까지 유입할 경우 내려진다. 제주에서 저염분수 대응 단계가 발령된 것은 2016년 이후 처음이다.
그해에는 저염분수 대응 3단계가 발령됐었다. 마을 어장으로 들어온 저염분수가 3일 이상 지속될 때 내려지는 조치로, 도내 어촌계 11곳에서 소라, 전복 70kg가 폐사하는 일이 발생했다.
역대 가장 피해가 컸던 것은 1996년으로 기록돼 있다. 당시에는 전복, 소라를 비롯해 오분자기, 성게까지 무려 184t(피해액 59억원)이 폐사했는데, 차후 조사를 통해 중국 양쯔강 담수 유출로 인한 저염분수 피해로 밝혀졌다. 이후 2003년, 2004년에도 저염분수 대응 2단계(마을 어장 유입)가 발령된 적이 있지만, 다행히 별다른 피해 없이 지나갔다.
저염분수 유입이 우려되는 것은 소라, 전복 등과 같은 '정착성 저서동물'에 큰 위협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바닷물의 염분이 급격히 낮아지면 삼투압 능력이 떨어져 폐사 위험성이 커진다.
제주도 해양수산연구원 관계자는 "정착성 저서동물은 물고기처럼 빠르게 이동할 수가 없기 때문에 저염분수가 어장에 들어왔을 때 폐사할 우려가 있다"며 "저염분수라는 게 사실상 막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보니 마을 어장에 유입될 경우 전복, 소라 등을 포획해 이동하는 조치를 취하게 된다"고 말했다.
전복, 소라 등 정착성 저서동물은 저염분수에 취약한 것으로 알려진다. 한라일보 DB
|제주 서부해역 저염분수 어디로 향하나
제주 연안 10km 이내에 근접한 저염분수는 지난 7월초 중국 내륙 홍수로 양쯔강 하구에서 담수가 대량으로 유출되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앞서 해양수산부 국립수산과학원은 지난달 29~31일 제주 연근해 해양 조사를 통해 제주 남서방향 100km 부근에서 25psu 내외의 저염분수를 파악하고 이를 원인으로 지목했다.
현재 예상대로라면 제주 서부해역 저염분수는 바닷물과 섞이며 제주 동쪽으로 통과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의 진로 변동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어 철저한 대응이 요구된다.
제주도는 대응 1단계 발령에 따라 고수온·저염분수 대응본부장을 해양수산국장으로 격상했다. 민·관 합동본부는 고수온 현황, 저염분수 유입 정보 등을 어업인에 전파하고, 대응반별로 양식장, 마을어장 등을 현장 점검해 피해 예방에 집중한다.
정재철 제주도 해양수산국장은 "고수온, 저염분수로 인한 마을어장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련 기관, 단체와 함께 단계별 상황에 따른 행동요령을 신속히 전파하겠다"며 "유기적인 협력으로 대응해 나가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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