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플라스틱 제로 섬 실현을 위한 좌담회]
휘청이는 일회용컵 보증금제 지속 위한 제도개선 필요
"페트병 감축 위해 제주서라도 유리병 삼다수 유통을"
폐기물 정책 시험대로 재활용도움센터 적극 활용해야
입력 : 2024. 09.24(화) 08:43 수정 : 2024. 09. 25(수) 17:29
김지은기자 jieun@ihalla.com
23일 한라일보 본사 회의실에서 '제주자치도 플라스틱 제로 섬 실현을 위한 좌담회'가 열리고 있다. 강희만기자
[한라일보] '플라스틱 제로 섬'을 향하는 제주자치도가 야심찬 목표를 내놨다. 2040년까지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을 50% 줄이고, 재활용률을 10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플라스틱 발생량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대책 없이는 단지 선언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한라일보가 23일 본사 회의실에서 개최한 '제주자치도 플라스틱 제로 섬 실현을 위한 좌담회' 참석자들은 제주도 차원의 꾸준한 실행력과 국회 등의 제도 개선을 강조했다.
l 2040 플라스틱 제로 가능할까
▶이영웅 제주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이하 이, 진행 및 참석)= 현재 도내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은 어떤가.
▶정근식 제주도 기후환경국 자원순환과장(이하 정)=2022년 기준 6만5000t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전체 수거량 기준이다. 이 중에 가장 많이 차지하고 있는 게 폐비닐(전체의 20%)이다. 그 다음이 페트 중에도 일반페트, PP(폴리프로필렌), 복합재질(PP, PS(폴리스티렌) 등 혼합) 순으로 많다. 이를 어떻게 줄일 것인가 하고 만든 게 '2040 플라스틱 제로 섬 제주 기본계획'이다.
▶송창권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의원(이하 송)=대한민국에서 가장 선도적으로 '2040 플라스틱 제로'를 선언하고 실천하겠다는 로드맵을 제시한 것은 평가할 만하다. 그런 만큼 어떻게 실천하느냐의 문제가 더 중요하다. 그런데 여건이 좋지 않다. 정부가 바뀌면서 이전 정부의 환경 정책들이 일관되지 못하고 휘청대는 듯하다. (제주도의 플라스틱 제로 섬이) 선언 형태로만 끝날 것은 아니기 때문에 실천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이=(플라스틱 폐기물 발생의) 원천 저감의 큰 초점은 다회용기 전환이다. 업체들의 자발적 참여도 중요하겠지만 권고사항으로만 이어 가기엔 목표를 달성하기 쉽지 않을 거라는 우려가 있다. 그런 점에서 제주도가 정책적인 규제 등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보완할 필요가 있다.
송창권 제주자치도의회 의원
l 제주 '일회용컵 보증금제' 방향은
▶정=정부에서도 고심 중이다. 지자체로 이양을 할 것인지, 조례로 할 수 있도록 할 건지는 결정되지 않았다. 정부는 그렇다고 해도,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다. (제주에서) 재활용품 요일별 배출제를 처음 시행했을 때 혼란을 겪었지만 정착이 됐듯이, (일회용컵 보증금제를) 자연스런 문화가 될 수 있게 어떻게 할 것인가의 문제로 바라보고 있다. 이를 위해 시행하는 게 '자율적 참여 매장'인데, 현재 도내 19곳이다. 법령에 의한 대상은 아니지만 자율적으로 제도에 동참하는 매장인데, 이런 매장이 많아지면 자연스럽게 문화가 되고 일회용컵 보증금제가 플라스틱 오염을 줄여나가는 데 역할을 할 수 있을 거라 본다.
▶이=자영업자 입장에선 (일회용컵 보증금제 참여가) 비용 문제이기도 하다. 이걸 문화로 정착하기 위해선 소비자들이 자율적 참여 매장을 더 선호할 수 있게끔 하는 분위기도 마련돼야 한다. (제도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장치가 있어야 한다.
▶송=문화로 정착되면 제일 좋을 거다. 참여하지 않으면 눈치도 보이니까 일회용컵 자체를 쓰지 않으려고 노력할 수 있다. (하지만 일회용컵 사용량에 비해 수거량이 적은 제주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대상 매장이나 미참여 매장 규제 등을) 조례로 할 수 있게 위임해 달라는 강한 움직임이 필요하다. 현재는 전국에 100개 매장을 가지고 있는 가맹점을 대상으로 하는데, (이 제도를) 지속할 거라면 전체 매장으로 빨리 확대돼야 형평성 지적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 시장 자율, 도덕적 양심 등에 맡겨 놓는 것은 쉽지 않다.
▶장하나 전 국회의원(이하 장)=(일회용컵 보증금제가 도입되기까지) 산업계의 보이지 않는 반발들이 있어 미뤄져 왔다. 어렵게 시행된 제도이기에 제주에서 지켜야 할 의무가 있다. 제주에서라도 명맥을 유지하고 전국 확대에 도움이 될 많은 도민들의 지지도 필요하다. 사실 (제도 시행을 촉구하는데) 제일 어려웠던 것은 가맹점주들의 노고다. 처음 법이 국회에 제출됐을 때는 지금과 같은 형태가 아니었다. 가맹본부에게 많은 책임을 지우려는 것이었지, 보증금 라벨 바코드 부착 의무도 점주와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의 할 일이 아니었다. 그런 조항이 희석되고 훼손되며 많은 부분에 영향을 미쳤다. 그 점이 너무 아쉽지만, (점주와 노동자의 부담을 덜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며 같이 지켜냈으면 좋겠다.
이영웅 제주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l "삼다수 유리병에 넣자"
▶장=제주를 플라스틱 제로 섬으로 실현하려면 결국엔 결과치를 도민 눈에 보이게 해야 한다. 그중에 하나가 rPET(재활용 페트병) 같은 거다. '내가 분리배출한 페트병이 다시 내 손에 새 병이 돼서 왔구나'하는 걸 보여주면 좋겠다. 그것만큼 피부에 와닿는 게 없지 않을까.
▶송=전에 제안한 적이 있다. 삼다수를 유리병으로 생산하자는 거였다. 그런데 유리병으로 하게 되면 무거우니까 수출이나 육지 유통 부담이 굉장히 크다는 거다. 그러면 생산라인을 2개로 분리해서 도내에서 소비하는 것은 유리병으로 하자고 했다. 운반 비용이나 단가 면에서 고민하고 있는 것 같은데, 제주도 만큼은 해 보는 것은 어떨까. 탈 플라스틱을 하기 위해서는 대체 소재를 개발하고 써 나가는 것도 매우 필요하다.
▶이=저도 같은 생각이다. 2012년 제주에서 세계자연보전총회를 할 당시 삼다수가 프리미엄 생수인 '한라수'를 개발했었는데, 그때 병입수 생수로 선보였다. 그런데 디자인만 바뀌고 내용물은 똑같다보니 소비자에겐 어필이 안 됐다. 도내에서만이라도 병입수로 (유통)한다면 플라스틱 발생 저감에 상당한 효과가 있을 거라 본다. 제주도의 의지만 있다면 가능할 거다.
장하나 전 국회의원
l '재활용도움센터' 정책 시험장으로
▶이= 제주시가 지난해 플라스틱 종류를 두 종류에서 다섯 종류로 세분화해 배출하는 것을 시행했지만 몇 개월 만에 철회했다. 도민 대상 사전 홍보나 공감대가 미흡했다는 아쉬움이 있다. 그래도 긍정적인 것은 재활용도움센터에선 여러 정책을 시도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모두 다 성공하는 건 아니겠지만 그렇다고 의기소침할 필요는 없다. 폐기물과 관련한 다양한 정책을 도움센터에서 시도해 보고 더 확대할 수도 있다.
▶정= (재활용도움센터 확대 조성과 관련해) 상업지역의 경우 부지 확보가 굉장히 어렵다. 환경부 사업 중에 제주도의 클린하우스와 재활용도움센터를 벤치마킹해 만든 '재활용 동네마당'이라는 사업이 있는데, 좋은 건 알지만 다들 못하고 있다. (재활용도움센터를) 어떻게 더 발전시킬 것인가 문제에서 기존의 패러다임을 뛰어넘는 전혀 다른 발상이 필요할 것 같다. 쉽지 않겠지만 건물 하나를 사서 재활용도움센터와 주차장, 그 위에 상업시설을 두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다. 하나의 예이지만 과감한 아이디어와 실행력,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본다.
정근식 제주자치도 기후환경국 자원순환과장
|재활용품 수거부터 제대로
▶정=재활용도움센터와 클린하우스에서 분리배출을 하는데, 기껏 분리해 놨더니 한 데 섞어서 운반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수거 운반 차량에 대한 얘기다. 요일별 배출제와 수거차량을 어떻게 매치시켜 나갈 것인가에 대한 긴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런 고민이 결과로 눈에 보이면 '내가 분리배출한 재활용품이 마구 섞여 가지 않겠구나'라는 의식으로 공감대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장= 현재 (쓰레기) 수거는 민간 업체에 나눠져 있다. 전국적으로 다 똑같다. (재생원료의 품질을 낮추는) 혼입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재활용품 회수는 공공에서 해야 한다. 섣부른 구상일 수 있지만, 자원순환에 특화된 공단 설립이 필요하지 않을까.
우리가 '투명 페트를 회수하자', '보틀 투 보틀하자'(페트병을 다시 페트병으로 재활용하자)고 하지만 사실 거꾸로 됐다. 법 제도 개선을 통해 페트병을 일회용품이 아니라 재생원료가 많이 들어가는 다회용컵에 준하게 바꾸면 된다. 생활을 바꾸라고만 하면 안 하겠다는 것과 똑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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