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제주도내 장애인과 휠체어 이용 노인, 임산부 등을 위해 운영 중인 교통약자 특별교통수단과 관련해 '미터기 조작' 의혹이 불거지며 파장이 일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는 현재까지 확인된 의심 사례에 더해 또 다른 조작 정황이 없는지 전수조사를 요구한 상태다.
20일 제주자치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와 제주자치도에 따르면 제주도는 제주교통약자이동지원센터(이하 센터)에 위탁해 교통약자 특별교통수단을 운영 중이다. 현재 휠체어 탑승이 가능한 차량은 68대로, 운전원 83명이 고용돼 이를 운행하고 있다.
문제가 불거진 것은 지난 3월 미터기 조작이 의심된다는 민원이 제기되면서다. 특별교통수단 이용자로 구성된 센터 이용자위원회도 이런 민원을 센터장에 접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부 운전원이 미터기 조작을 자동이 아닌 수동 방식으로 바꿔놓고 차량 이용자가 요금을 결제하고 내렸는데도 여전히 사람을 태우고 있는 것처럼 조작했다는 내부 제보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미터기 조작 여부는 바로 확인되지 않았다. 센터 측은 같은 달에 미터기 조작을 수동으로 전환하지 못하도록 재설정 작업을 거쳤지만, 조작 여부에 대한 1차 점검은 5월, 단 4일치 운행 기록에 한했다. 이에 이용자위원회가 이의를 제기하자 지난 7~9월 운행 기록을 점검해 이용자 하차 시간과 결제 영수증의 시간차가 발생하는 의심사례 5건을 적발했다. 실제 운전원이 미터기를 의도적으로 조작했는지에 대해선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이다.
제보가 들어오기 전에 센터가 미터기 조작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미터기 조작은 교통약자의 이동권을 제약하는 데다 운전원이 운행격려금(운행시간 연장)을 부당하게 수령할 수 있는 위중한 사안이지만 사전 조치가 없었다는 지적이다.
한동수 의원(더불어민주당, 제주시 이도2동을)은 20일 제주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가 제주도 교통항공국을 상대로 한 내년도 예산안 심사에서 "(센터가 관련 제보가 있기 전인) 지난해 9월과 올해 3월 미터기 회사에 수동에서 자동으로 강제 전환(미터기 재설정)을 의뢰했었다"면서 "지난해 9월경 미터기를 부적절하게 사용하는 것을 이미 인지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보다 이전인) 2022년에는 장애인 고객들의 대기 시간이 많이 길어지고 있기 때문에 하차 버튼을 제대로 누르라는 공문도 시행했었다"면서 "상식적으로 제보가 들어가기 전에 조사를 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최근에야 이런 문제를 인지한 제주자치도는 센터에 특별교통수단 미터기 전수조사를 요구했다. 조사 결과는 오는 12월 중순쯤 나올 것으로 알려졌다.
김태완 제주도 교통항공국장은 이날 한 의원의 질의에 "(민원 제기 이후 미터기 교체 등을 통해) 수동으로 전환하지 못하도록 강제했기 때문에 향후에는 (같은) 문제가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면서 "2023년 1월부터 2024년 2월까지 운행 내역을 전수조사해 보고해 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위반 사례가 발견될 경우 관련자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제주교통약자이동지원센터가 비휠체어 이용자를 위해 운영 중인 바우처 택시(174대) 이용 방식에도 개선이 요구되고 있다. 올해 1~10월 도내 바우처택시 이용 내용을 분석한 결과 한 이용자가 많게는 1542회까지 이용해 1743만원을 지원 받는 사례가 발생하면서다. 이 기간 월 평균 100회 이상 이용자는 15명에 달했으며 자기 부담금과 지원금을 더해 1000만원 이상 쓴 이용자도 67명이나 됐다. 특정인의 지나친 이용이 다른 이용자의 이동권을 제약하고 지원 예산 증가를 유발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용 횟수 제한 등 보완 필요성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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