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큰 제주, 희망은 사람이다]고경민 외교부 양자경제외교총괄과장

[더 큰 제주, 희망은 사람이다]고경민 외교부 양자경제외교총괄과장
"국내 초점보다 넓은 곳에서 자기 뜻 펼쳐보길"
  • 입력 : 2016. 03.10(목) 00:00
  • 부미현 기자 bu8385@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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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민 과장은 지난 2월 29일자 외교부 인사에서 양자경제외교총괄과장으로 발령받아 4년만에 한국 땅을 밟았다. 부미현기자

국제사회에서 국가 간 공동의 발전을 위한 협력 속에서도 자국의 이익을 지켜내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복잡다단한 국제환경 속에서 우리 정부가 어떤 정책을 취하는지 우리 국민들의 높은 관심과 기대를 갖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 정부는 상대 국가와의 이익을 조율하면서 최대한의 국익을 이끌어내기 위해 끈질긴 협상에 나선다. 정부 부처 가운데 이러한 국익수호의 최일선에서 있는 부서가 바로 외교부다. 현 정부 들어서는 외교부의 경제외교의 기능도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국내 경기를 되살릴 동력을 해외시장에서 찾는 노력이 요구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외교부에서 다년간의 경제 분야 경력 및 해외 공관 주재 경력을 바탕으로 최근 양자경제외교국 양자경제외교총괄과장으로 발령받은 제주출신 고경민(44·사진) 과장의 포부는 인상적이다. 고 과장은 지난 2월 29일자 외교부 인사에서 양자경제외교총괄과장으로 발령받아 4년만에 한국 땅을 밟았다. 지역통상국, FTA정책국을 비롯해 주모로코대사관(2등 서기관), 주벨기에유럽연합대사관, 주인도네시아대사관, 주러시아대사관(이상 1등 서기관)으로 근무하면서 우리 국민 보호와 국가 간 교류는 물론 경제외교에 일익을 담당해 왔다. 지난 7일 외교부 청사에서 고 과장을 만났다.

"2012년부터 인도네시아 대사관 근무에 이어 바로 러시아 대사관으로 전임을 해야했어야 했기에 정식 입국은 4년 만입니다. 본부로 발령이 났으니 앞으로는 벌초 때도 내려가 그동안 못했던 자손된 도리를 할까 합니다."

고 과장이 이번에 맡게 된 양자경제외교총괄과장직은 개방형 직위다. 외교부의 경제외교업무는 크게 다자경제외교와 양자경제외교로 대별되고 양자경제외교는 다시 북미유럽경제외교과, 동아시아경제외교과, 양자경제외교총괄과로 나뉜다. 그는 러시아대사관에 주재하며 양자경제외교총괄과장직에 지원서를 냈고 선발됐다. 1999년도에 외교부에 입부한 뒤 여러 부서를 거치면서 경제외교의 중요성을 알게 된 것이 그의 새로운 도전의 이유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우리 기업들이 수출의 애로를 해소하기 위한 활동을 했고, 러시아에서는 극동 지역에 우리나라 기업 진출과 관련한 협의를 담당했었다.

"일부 예외는 있습니다만 유럽을 비롯한 상당수 선진국 경제가 위축되고 있고 중국을 비롯한 신흥 시장도 성장세가 둔화하고 있습니다. 국제유가 하락으로 산유국 수출시장도 줄어들고 있고 우리도 경제활력을 위한 성장동력을 해외에서 찾아내야 한다는 필요성에 해외 공관에서도 모두들 공감하고 있습니다. 경제외교 분야는 외교의 중요한 축입니다. 앞으로 경제외교가 실질적으로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는데 기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는 주벨기에유럽연합대사관, FTA정책국 등에서 일하며 한·중FTA, 한·EU FTA 협의 과정에도 몸담았다. 한·EU FTA 체결 과정에서는 단일 국가가 아닌 27개 나라의 연합기구와 협상이었기에 막판 결정 과정에서 일부 국가의 요구가 돌출될 때는 이것을 어떻게 처리할 지를 두고 현장 실무자로서의 고민도 상당했다.



1999년부터 해외 공관 등서 국가간 교류 통상 업무 맡아
경제외교 분야 실력 인정받아 양자경제외교총괄과장 부임


한·중 FTA 협상을 위한 준비 과정에서는 어떻게 하면 우리의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을 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 한·중 FTA 협상은 전국민적인 관심 사안이었고 제주 감귤산업과도 직결되는 문제였던 만큼 제주출신으로서 개인적으로도 쉽지 않은 업무였다고 그는 회고했다.

"경제 관련 협상의 핵심은 이익의 균형을 맞추는 것입니다. 우리 이익의 최대화도 중요하지만 상대방도 같은 목표를 갖는데다가, 우리 내부에서 또다시 국내 산업별로 엇갈리는 이익의 균형을 맞춰야 하기 때문에 이같은 복잡한 균형을 맞추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그 일을 하고 있을 때 제주에 들러 제삿집에 갔었는데 왜 중국과 FTA를 하려하느냐고 웃어른들로부터 핀잔을 듣는 등 난감할 때도 있었습니다.(웃음) 반대로 기업체에서는 협정 체결을 재촉하는 전화를 많이 받기도 했지요."

국익을 먼저 생각해야 하는 일인만큼 외교부 공무원에게는 남다른 애국심이 요구된다. 협상 과정에서 상대방이 비협조적으로 나올 때는 순간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많기 때문이다. 끈질기게 매달리고 협상을 계속해야 하지 않으면 우리 국익의 손실로 이어진다는 점을 늘 염두에 두어야 한다.

"일부 국가들이 무역이나 투자에 장벽을 쳐서 우리 기업이 어려움을 겪을 때가 있습니다. 그런 기업들과 함께 문제를 제기하고 국제 규범을 들며 설득해서 풀릴 때가 우리 외교관들이 큰 보람을 느낄 때가 아닌가 합니다. 제가 하는 일은 일부 기업의 경영진을 위한 것이 아니라 그 기업이 '대한민국' 기업이기 때문에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죠."

일 외적으로도 외교관의 삶은 녹록지 않다. 몇년마다 거주지가 바뀌는 것은 물론 가족의 헌신을 필요로 한다. 그가 그동안 거쳐간 나라만 해도 프랑스, 미국, 모로코, 벨기에, 인도네시아, 러시아 총 6개국에 이른다. 관광책자에서 포장되어 나오는 국가의 모습 대신 낯선 곳에서의 생활이라는 현실에 적응하기도 쉽지 않다. "거의 2~3년만다 삶의 터전이 바뀌기 때문에 이사가 힘든 것도 있지만 아이들에게 교우관계를 깊게 쌓을 수 있는 시간을 주지 못하는 것도 미안합니다. 하지만 힘들다고만 할 수는 없고요, 세계 곳곳을 돌아볼 수 있으니 경험의 폭이 굉장히 넓어지는 것은 외교관이라고 하는 직업이 주는 가장 큰 매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의 경우 자신이 어렸을 때부터 소망했던 꿈을 이룬 것이기에 더욱 일에 만족하고 있다. 초등학교 때 우연히 접한 소설책에 나온 외교관이란 직업에 푹 빠져 줄곧 외교관을 목표로 학창시절을 보냈던 그다. 초등학교 때 학교를 대표해 나갔던 모 방송사 퀴즈 프로그램 진행자가 장래희망을 물었을 때도 외교관이 되고 싶다고 했다. 그 이유를 묻자 당시는 냉전시대였기에 "언젠가는 소련으로 갈 길이 날 거고 그 나라로 가서 일해보고 싶다"고 철모르게 말했었는데 거짓말처럼 30여년 만에 그 꿈은 현실로 이뤄졌다.

제주도 서귀포시 표선면 출신인 그에게 주변에서는 "시골에 살면서 외교관을 꿈꾼다니 특이하다"는 말도 했었다고 한다. 실제 그는 중학교까지 내내 표선에서 지냈고, 아버지는 감귤과수원, 어머니는 해녀인 평범한 집에서 3남매 중 막내로 자랐다. 부모님은 그가 대학 4학년 때 외교관 선발 시험이던 외무고시 도전에 실패한 뒤 IMF로 기업 입사도 어려운 상황에서 그의 고시 재도전을 응원해줬다. "시골에서 대학까지, 그리고 고시공부까지 뒷바라지해준 부모님의 은혜를 여지껏 갚지 못했습니다. 체류 기간 그동안 못한 효도를 해야할텐데요.(웃음)" 고향 제주는 그에게는 자랑거리이기도 하다. 인도네시아 근무 당시 발리가 제주도를 벤치마킹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뿌듯함을 느꼈다. "발리는 리조트 중심으로 발전되어 관광산업의 과실이 섬 전체에 골고루 확산되지 못한다는 약점이 있습니다. 이에 비해 제주도는 전반적으로 인프라가 고르게 개발되어 있고, 부침은 있습니다만 귤산업도 나름의 보완 역할을 해주고 있어서 금융의 흐름도 예측가능하다는 점이 주목할만한 장점으로 부각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그는 제주의 기업과 청년들이 세계를 무대로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강조했다.

"일년에 한번씩 전 세계 공관장이 서울에서 공관장회의를 하는데 이 때 각 공관 대사와 해외 진출 희망 기업 간의 일대일 상담회도 진행합니다. 공관장들은 기업들의 진출과 관련 상담에 매우 열심이기 때문에 수출이나 해외진출에 대한 고민이 있는 제주도 기업들은 이런 기회를 활용했으면 합니다. 또한 인도네시아의 경우 유능한 한국 인재를 찾는 기업이 꽤 많습니다. 국내 기업에만 초점을 맞추지 말고 보다 넓은 곳에서 자기 뜻을 펼쳐보시길 바랍니다."



고경민 과장은?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표선면 출신으로 표선초등학교와 표선중학교, 대기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한 뒤 외무고시에 합격, 1999년 공직에 입문했다.

외교부에 입부한 뒤 문화외교국(홍보과), 유럽국(중유럽과), 지역통상국(구주통상과), 주모로코대사관(2등서기관), 주벨기에유럽연합대사관(1등서기관), FTA정책국(FTA정책기획과), 주인도네시아대사관(1등서기관), 주러시아대사관(1등서기관)에서 근무했다. 지난 2월 29일 외교부 양자경제외교국 양자경제외교총괄과장으로 발령받아 근무 중이다. 서울=부미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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