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어 쓰게마씨](12)민요패 소리왓

[제주어 쓰게마씨](12)민요패 소리왓
소리판굿에 되살린 제주 일노래
  • 입력 : 2008. 06.05(목) 00:00
  • 진선희 기자 jin@hall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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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제주시 애월읍 애월리 주사랑요양원에서 '농사의 신 자청비' 공연을 끝낸 민요패 소리왓 단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왼쪽부터 김항례 현애란 안민희 변향자 허수빈 고희숙 양윤호씨. /사진=김명선기자 mskim@hallailbo.co.kr

소리왓은 '이 시대 소리를 만들어내는 밭'

표준어로 부르는 제주민요 상상할수 없어



"삼춘덜이 자청비고, 문도령이고, 정수남이우다. 자청비허고 문도령이 되어보카 마씀."

지난 3일 오전 제주시 애월읍 애월리에 있는 주사랑요양원. 민요패 소리왓이 이곳을 찾아 '신화속 세대교감 효체험'이란 이름을 달고 '농사의 신 자청비'를 공연했다.

강당을 가득 메운 이들은 요양원의 노인들과 인근 어린이집 아이들이었다. 굿 사설을 통해 자청비 이야기에 익숙한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그렇지, 그렇지하며 추임새를 넣었다. 아이들은 땅과 하늘을 오가며 거북이가 등장하고 부엉이가 나오는 공연에서 눈을 뗄 줄 몰랐다. 소리왓 단원들은 1인 3~4역을 맡으며 세대를 넘나드는 관객들에게 신들의 이야기를 풀어냈다.

"일년먹을 양석 한해농사 지어보세. 검질짓고 골너른밧디 혼저 메어나지라. 사데로다 우기멍가게 어기녀어랑 사데로다."

'농사풀이'대목에선 객석에서도 덩실덩실 춤을 췄다. "고생들 하영했져." 휠체어에 몸을 의지한 할머니가 공연이 끝난 뒤 강당을 빠져나오며 누군가에게 인사말을 건넸다.

소리왓은 '진정한 이 시대의 소리를 만들어내는 밭'이란 의미를 담아 지어졌다. '왓'은 제주어에서 보리왓, 모살왓처럼 다른 이름과 붙어 밭이란 뜻이 있다. 1992년 창립했다. 그동안 민요를 널리 알리기 위해 민요교실을 열었고 10여차례 정기공연을 펼쳤다. 2000년부터는 제주창작국악동요제를 열고 '이 시대 우리의 삶에 밀착'한 노래를 발굴해왔다.

제주어와 소리왓은 떼어놓을 수 없다. 민요가 무엇인가. 그 땅에 살아가는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지고 불려지는 민중들의 노래다. 제주민요에 제주어가 빠질 수 없는 이유다. 표준어로 부르는 제주민요를 상상해보시라.

소리와 극이 어우러진 소리판굿이란 장르를 개척한 소리왓은 섬에 흩어진 수많은 신화, 역사를 캐어내 제주어로 대사를 만들고 노래를 불렀다. 노동요가 밭이나 바다에서 사라지는 현실에서 공연을 통해 그 현장을 되살려왔다. '사람세상 살려옵서', '아기장수의 꿈', '우리 할망넨 영 살았수다', '웡이야 자랑아', '용시풀이'등이 그같은 작품들이다. 1백여년전 제주사람들의 삶을 그리며 섬 안팎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던 '우리 할망넨 영 살았수다'는 '시즌 2'를 준비하고 있다.

이들의 제주어 공연은 때로 청중들에게 낯설다. 아이들처럼 방언을 알아듣지 못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몸짓으로 그 의미를 알아채고 제주어의 빛깔을 어렴풋이나마 담고 갔으면 싶다. '던데던데'(짝짜꿍), '마니마니'(도리도리)처럼 공연에 아로새긴 '예쁜' 제주어를 기억에 품고 돌아가는 관객들도 있을거라 믿는다.

안민희 소리왓 대표는 "소리왓 공연의 중심에 제주어가 있다. 어떻게 하면 제주어를 고스란히 살려내면서 관객들의 이해를 도울 수 있을까하는 게 늘 고민이다"라면서 "제주의 엄청난 자산인 제주방언을 지역에서 아끼고 전승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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